<문화리뷰>라파우 블레하츠-김봄소리 듀오콘서트
환상의 하모니…그 合은 어디까지
세계 정상급 피아니스트·바이올리니스트 협연
청중들 “천하의 귀 호강…가슴속에 수많은 동심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바이올리니스 김봄소리는 16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2에서 듀오 콘서트를 가졌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
김봄소리(왼쪽)와 라파우 블레하츠가 16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듀오 콘서트를 마친 뒤 팬들에게 사인회를 갖고 있는 모습./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김봄소리는 요즘 세계 클래식계에서 가장 핫한 바이올리니스트 중 한 명이다. 최근 6년 간 13번의 굵직한 콩쿠르에 도전해 11번 상위권에 입상했다. 2016년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 경연에선 2위에 그쳤지만 ‘사실상 1위’라는 평가를 얻었다. 라파우 블레하츠는 세계 3대 피아노 콩쿠르로 꼽히는 쇼팽 콩쿠르에서 1975년 크리스티안 짐머만 이후 30년만에 배출된 폴란드 출신 우승자다. 마주르카, 폴로네이즈, 협주곡, 소나타 4개의 특별상을 휩쓸었고 이후 세계적인 음반사 도이치 그라모폰과 계약했다.

세계정상의 두 연주자는 16일 오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극장2 무대에 올라 ‘ACC 슈퍼 클래식’ 첫 무대를 장식했다. 두 사람이 광주 무대에 오른다고 알려지자 팬들은 블레하츠의 카리스마와 김봄소리의 음악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룰 지 관심이 컸다. 솔로곡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는 두 사람이 듀오 공연도 ‘최고’를 유지할 지에 대한 기대감이었다. 더구나 ACC 슈퍼 클래식은 아시아문화전당이 개관 4년을 맞아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그램이었다.

팬들의 짓누르는 기대감은 찬란한 보석으로 안겼다. 성장 환경과 연주하는 악기는 달랐지만 듀오 콘서트는 한 치 오차가 없었다. 연주는 처음부터 물 흐르는 듯 자연스러웠다. 최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500여석의 객석을 가득 메운 청중들은 2시간 공연 내내 천하에 없는 귀 호강을 했다. 두 사람은 각자 음색으로 달리다가도 덩굴나무처럼 감싸안았다. 피아노의 이끌림에 바이올린이 순종하는 듯하다가 어느새 피아노가 따라가고 있었다. 변화무쌍한 연주에 청중들은 빠져들어 갔다.

블레하츠와 김봄소리는 모차르트의 상큼 발랄함이 묻어나오는 ‘바이올린 소나타 24번’으로 오프닝 무대를 꾸렸다. 이어 우아함과 셀렘의 긴장감이 오고가는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과 섬세함과 자유를 느낄 수 있는 드뷔시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연주한 뒤 서릿발 같은 차가운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 소나타’로 공연을 마무리했다.

아담한 체구에 어깨가 드러나는 화려한 색상의 넥 홀더 드레스를 입은 김봄소리는 오프닝부터 빠른 리듬을 거침없이 탔다. 블레하츠의 피아노 타건 역시 속도가 붙었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경쟁하듯 어우러지며 선사한 질주감은 묘한 쾌감을 안겼다.

김 봄소리는 특유의 두툼한 음색을 맘껏 뽐냈다. 그의 활은 칼처럼 날렵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빠르고 정확한 트레몰로로 박자를 잘게 썰고, 강약이 선명한 피치카토로 음표를 끼얹었다. 선율은 바람없는 날 조용히 내리는 함박눈이더니 폭풍우로 변했다. 한적한 오솔길을 그려냈고, 사납게 일렁이는 파도가 됐다.

블레하츠는 김봄소리의 연주를 지긋이 받아 조용하게 퍼트렸다. 통통 튀어 오르는 듯한 바이올린 선율에 피아노가 화음을 넣으며 마치 대화하는 듯 했다. 자신이 직접 선택한 바이올리니스트와 뜨거운 순간을 보여주려는 듯 패기넘치면서도 농익은 기운을 과시했다. “건반 하나하나가 가슴속에 박히면서 수많은 동심원을 그렸다”는 한 청중의 감상평처럼의 때로는 범접하기 힘든 카리스마를 뿜어냈고, 때로는 여유와 잔잔함으로 평화를 안겼다. 두 사람은 후반부로 갈수록 찰진 호흡을 보여줬다. 마지막에 연주한 시마노프스키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D단조’ 에서 맘껏 달리며 청중들의 환호를 자연스레 이끌어냈다.

앙코르곡까지 감상한 관객의 얼굴과 손바닥이 발갛게 익었다. 연주가 끝난 후 로비에는 블레하츠와 김봄소리의 사인을 받기 위한 사람들 줄이 길게 이어졌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고, 두 사람의 연주 역시 계절 따라 계속된다. 그리고 올해 만 30세인 김봄소리와 33세인 블레하츠의 경륜도 깊어진다. 두 연주자의 합은 어느 경지까지 올라설까.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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