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의사가 없는 응급실, 환자는 어디로…

심진석 <사회부 기자>

“병원은 있는데 의사가 없다” 지역 한 응급의학과 교수가 울분을 토로하며 고백한 지역 응급의료의 열악한 현실이다. 이는 전국 최고 수준이라고 믿었던 지역 응급의료 시스템의 숨겨진 민낯이기도 하다.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광주엔 권역응급의료센터 2곳, 지역응급의료센터 3곳, 지역응급의료기관 15개가 운영중이다. 전남은 권역응급의료센터 2곳, 지역응급의료센터 3곳, 지역응급의료기관 33곳이 응급환자 치료를 위해 설치됐다. 중증 외상환자를 위한 광주·전남·전북지역 권역을 포괄하는 권역외상센터가 별도로 전남대병원에 설치돼 지난 2015년부터 운영중이다.

이들 병원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환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종착지다. 통상적으로 의료계에선 응급상황 발생시 심 정지 후 4분, 호흡 정지 후 5분, 출혈 시작 후 1시간 이내로 제때 치료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골든타임’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적적으로 생존하더라도 신체마비 등 일상 생활이 사실상 어려울 수도 있어서다. 환자 발생시 의료진의 선제적 대응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다.

문제는 이러한 응급실에 의사가 부족하단 점이다. 특히 전남의 응급의료 현실은 우려를 넘어 걱정스러울 정도다.

전남의 경우 응급의학 전문의 수는 불과 30명, 인구 10만명당 환산할 경우 1.6명이다. 응급의학전공의 수도 19명으로 인구 10만명당 1.0명꼴에 불과하다. 전남의 응급의료기관 전체 수가 38곳이란 점을 감안하면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해도 전문의가 아예 없는 병원이 최소 8곳 이상 셈이다.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규모가 큰 병원에 전문의가 더 많이 배치돼 있다는 현실을 비춰보면 그 범위는 더욱 커진다. 응급환자들은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이곳저곳 헤매다 치료시기가 늦어지기도 부지기수. 전남의 의사 부족 문제는 사실 현실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애초 의사가 없다 보니 근무를 하려는 의사들에게 업무가 더 쏠릴 수밖에 없다. 반면 노동시간 대비 정형외과, 성형외과 등 대도시에 나가서 개업하는 의사들보다 수입적인 면은 훨씬 적다. 농도 전남이라는 특수한 생활환경도 젊은 의사들에겐 썩 매력적이지 않다. 결국 이들을 오게 만들 ‘당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진료과목들의 수가 개선, 기피지역에 근무하는 의사들에 대한 지원확대, 공공의료로서의 응급의료 전반에 대한 정부의 근본적인 대책마련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