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부끄러움은 왜 우리 몫인가?

이은창 중·서부취재본부 기자

“지역에선 조합장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어요…”

오는 3·13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가 무려 3번째 도전이라는 한 출마예정자가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60대 중반의 이 남성에게 출마 동기를 묻자 앞뒤 설명 없이 이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지역 농업 발전을 위해’, ‘조합원들에게 더 큰 이익이 돌아가게 하기 위해’와 같은 답을 예상했던 나로선 신선했다.

이 출마예정자의 말처럼 조합장의 명함은 썩 잘 먹힌다. 고액 연봉은 기본이고 직원 인사권, 업무 추진비와 각종 사업 집행권이 따라온다. 또 은행 업무에 따른 대출 사업 과정에서 대출 한도와 금리 조정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이같은 조합장의 권한은 수많은 조합원들이 조합장 선거에 나서는 배경이자, 현직 조합장들이 재선·3선을 넘어 장기집권을 꿈꾸는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합장 자리는 때론 향후 정치 행보를 위한 발판이 되기도 한다. 같은 지역민들인 조합원들에 의해 선출돼 농업 현장에서 일해온 만큼 조합장의 인지도는 지방선거에서 현역 자치단체장 또는 광역·기초의원들과 비견되기 때문이다. 특히 조합장에서 기초의원으로 정치에 입문한 뒤 재선 이상을 하고 다시 조합장 선거를 통해 조합장으로 리턴하는 경우도 있다.

조합장 명함이 이렇게 잘 먹혀서 일까? 제2회 전국동시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광주와 전남에선 여지없이 돈 선거가 판을 치고 있다.

광주의 한 농협 조합장 부부가 조합원들에게 현금을 전달해 구속되는가 하면, 전국 첫 구속 사례도 광주의 한 축협 조합장 출마예정자가 차지했다. 불명예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조합원에게 현금을 전달하기 위해 한 출마 예정자가 길거리에서 어정쩡한 자세로 쭈뼛거리고 있는 모습이 포착된 CCTV 화면이 뉴스를 통해 보도되면서 지역민들을 더욱 씁쓸하게 하기도 했다. 선거를 앞두고 터져나온 전남 모 농협의 집단 성매매 의혹은 덤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부끄러움은 지역민들에게 돌아간 셈이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하는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더이상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라는게 큰 기대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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