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소년체전 폐지 논란을 통해 살펴보는 엘리트 체육
정준호(법무법인 평우 대표변호사)

유명정치인을 비롯한 사회각계의 주요 인사들에 의한 미투바람이 한동안 광풍처럼 우리 사회를 휩쓸었다. 체육계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체육계는 엘리트 육성과정이 폐쇄적이라는 점과 어려서부터 개인밀착형 지도과정이 유지되기 때문에 그 심각성이 크게 와 닿는다. 동시에 미투 문제뿐만 아니라 집단폭행과 집단 따돌림, 지도자들의 학맥과 학부모들의 과도한 개입 등의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드러났다.

최근 한 체육단체의 고문변호사로 위촉되면서 체육인들로부터 이런 제반 현안과 논란 등에 관한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중 체육계 미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대책을 발표하면서 이슈가 된 전국소년체전의 폐지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한국사회의 체육 엘리트 정책은 1988년 서울올림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전두환 집권 이후 사회적 관심을 비정치적으로 유도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 스포츠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때 등장한 구호가 ‘체력은 국력이다’였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목표로 비인기 개인 종목, 예컨대 레슬링이나 복싱, 양궁과 같은 종목을 집중 육성하여 성과를 내는 방식이었다. 이 서울올림픽이 세계 4위라는 대회성적을 통해 대한민국의 국위를 선양하는데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그 성과에 힘입어 엘리트 체육은 더욱 공고한 정책으로 자리 잡게 된다. 그 와중에 논의된 전국소년체전의 폐지 문제는 고등부를 전국체전에서 분리시켜 소년체전에 편입하여 전국학생체육제전으로 전환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한편 이 과정에서 문체부 장관의 ‘소년체전폐지’ 표현으로 엘리트체육대회 자체의 폐지 여부의 논란이 불필요하게 생겨났다.

오히려 이런 논의를 통해서 대두된 중요한 문제는 엘리트 체육 자체에 대한 반론이었다. 금메달로 상징되는 성과지상주의와 청소년들의 학습권과 인권에 관한 문제 등을 들어 엘리트 체육에 대한 정책 전환의 요구가 만만치 않았다. 어린나이부터 엘리트 체육 정책에 편입되거나 선택된 아이들은 학습권으로부터 멀어질 수밖에 없고, 폭행과 집단 따돌림 등의 인권 문제 역시 대단히 심각하다는 점은 충분히 귀 기울여야 할 문제이다. 그래서 이 차제에 엘리트 체육 정책을 사회체육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엘리트 체육이 이루어낸 성과 역시 가볍게 여길 문제는 아니라는 입장도 만만치 않았다. 국위를 선양하는데 엘리트 체육이 기여한 측면은 당연히 평가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어린나이부터 많은 것을 포기하고 성과를 위해 치열하게 노력해 온 체육 꿈나무들의 미래 역시 고려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사실 엘리트 체육 정책에 편입되어 집중적인 지도를 받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이미 학습권으로부터 멀어져 있을 뿐만 아니라 이들이 중, 고등학교와 대학교 진학, 나아가 사회적 진출 역시 모든 과정이 대회의 성적과 관련되어 있는 시스템이 엘리트 체육 정책이었다는 점에서 엘리트 체육 정책의 갑작스러운 전환은 이들에게 미래를 포기하게 만드는 결과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개인적으로 최근 체육계 인사들과 자주 접하면서 알게 된 현실, 체육 꿈나무를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의 입장등을 통해서 이 문제를 단순히 사회적으로 드러난 미투와 지속적인 폭행 등의 사회적 문제를 극대화해서 엘리트 체육 정책 자체를 폐지하는 극단의 정책 전환은 신중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러한 지도자들과 학부모들의 엘리트 체육의 필요성이 국민일반의 공감을 얻기 위해서는 엘리트 체육계 내에 만연되어 있는 폭행과 집단 따돌림, 학맥에 의한 특정 세력의 독점적 세습, 심지어 성폭행과 체육계 내의 부정과 비리 등에 대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체육계가 앞장서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엘리트 체육 교육 과정에서 일정한 결과에 이르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거나 중단할 수밖에 없었던 아이들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지원책도 반드시 모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체육 꿈나무들이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인권과 인성, 학습권 등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 정책은 책상머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주체들의 열린 가슴과 맞댄 머리에서 만들어질 때 비로소 그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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