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공대가 성공하려면
방진섭(KAIST 행정부장)

한전공대의 설립이 부지 후보지를 확정하며 속도를 내고 있다. 학생 수의 감소로 대학들이 문을 닫고 있고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과 미래에서 한전공대의 설립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여기에서는 설립의 옳고 그름에 대해 논하고 싶지는 않다. 어차피 세상은 다양한 시각이 존재하고 국가운영에 효율성만을 강조할 수도 없기에 국토의 균형발전 등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시점에서는 한전공대의 성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떻게 해나가야 할 것인지를 논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한다.

한전공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고 방안들이 있겠지만 여기에서는 세 개의 측면에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째는 법적 근거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 한전공대는 기본적으로 규모가 작아 일반대학처럼 등록금으로 운영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학비와 기숙사비까지 무료로 하겠다고 하니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다면 학교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 것이냐는 생존의 문제와 직결된다. 현재 국내에는 국·공립대와 사립대 그리고 특별법을 근거로 운영되는 대학으로 구분된다. 한전공대의 경우 기본적으로 한전이 설립·운영의 주체이니 국·공립대학이 될 수 없고, 특별법적인 근거가 없으니 광주과기원과 같은 형태도 아니다. 그렇다면 결국은 사립대학이 되어야 한다. 사립대학이 되면 대학운영의 자율성 보장이 되니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의 재정지원이 쉽지 않다. 정부와 지자체는 법률적인 근거가 있어야 재정지원을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한전공대의 법적 지위를 명확하게 만들어야 지속적인 운영이 보장되는 것이다. 과거 KAIST와 통합된 한국정보통신대학교 등 다양한 사례를 잘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는 개방형 플랫폼의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소규모의 대학에서 학사과정과 대학원과정을 모두 운영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특히, 학문 분야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대학에서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학사과정의 경우 기본적으로 물리, 화학, 생물, 수학, 정보 등 기초적인 학문에 대한 기반을 튼튼히 가져야 하고 인문사회의 기초적인 역량도 갖추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는 더욱 융합의 흐름이 대세이기에 이러한 요구는 필수이다. 그러나 한전공대와 같은 소규모 대학에서는 기초학문에 해당하는 학과가 없기에 이러한 교육과정의 수요를 자체적으로 충족시킬 수가 없다. 따라서 대학운영을 개방형 플랫폼으로 설계해야 한다. 한전공대는 특화된 분야에 집중하고 나머지는 인근의 전남대, 광주과기원, 동신대학교와 연계하면서 협력해나가야 한다. 우리나라 대학사회의 폐쇄적이고 자기중심적인 사고와 결별하고 상호 선순환의 발전을 도모하는 개방과 협력의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는 자수성가형 인재들을 모아야 한다. 한전공대가 파격적인 처우를 통해 세계 최고의 석학과 우수한 교수들을 초빙하겠다고 하지만 최고의 교수들이 연봉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는다. 우수한 학생들도 학비와 기숙사비 면제와 같은 금전적인 혜택 때문에 한전공대를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금전적으로 무엇을 해보겠다는 발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각으로 인재들을 모으는 생각이 필요하다. 화려한 경력이 아니라 화려하지 않은 기반에서도 도전정신과 창의적인 사고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는 사람들이 모여들게 만들어야 한다. 누구나 추구하는 인재상이 아니라 누구나 추구할 수 없는 차별화된 인재상을 만드는 것이 지속적인 발전의 튼튼한 기반이 된다.

대학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한전공대가 성공하기 위한 방향을 제시하여 보았다. 한전공대의 설립에 대해 지역사회에서 기대와 우려가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성공을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법적 기반을 명확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국회의 문턱을 넘어야 하고 개방형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서는 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 또한, 자수성가형 인재를 모으기 위해서는 함께 숨어있는 인재들을 발굴해야 한다. 지역사회가 하나로 뭉쳐 나아가야 성공할 수 있는 조건들이다.

*필자는 KAIST에서 미래전략실장을 거쳐 행정부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KAIST에서 주로 기획·전략·정책·학사·학생선발 등을 수행했다. 과거 한국정보통신대학교(ICU) 설립계획을 수립하고 KAIST와 통합 실무책임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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