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일본 정부 진정한 사죄해야”

정유진(사회부 기자)

지난 21일 일제 강점기 미쓰비시 중공업으로 강제징용됐던 심선애 할머니가 향년 89세로 별세했다.

심 할머니는 2014년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해 마침내 지난해 12월 5일 광주고등법원에서 승소를 이끌어 냈다. 하지만 미쓰비시 측이 항소하면서 대법원의 마지막 판결을 남겨둔 채 눈을 감고 말았다.

심 할머니는 당시 14세였던 1944년 3월 광주 북정공립국민학교(현 광주 수창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그해 5월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항공기제작소에 동원됐다. 심 할머니는 “일본에 가면 돈도 벌수 있고 공부도 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일본으로 향했지만 현실은 기대와는 전혀 달랐다. 비행기 부속을 다듬는 일을 하며 할당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도 쉬지 못했다. 반찬은 겨우 단무지 하나에 소량의 음식만이 제공됐다. 배고픔을 잊기 위해 산과 들에서 풀과 나무를 뜯어먹어야 했다.

심 할머니는 생존 당시 “배고픔과 매질로 인한 고통이 가장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심 할머니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평균 나이도 90세를 넘으면서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 피해 사실을 공개하며 관련 증언과 소송 등을 끊임없이 진행해 오고 있지만 아직 일본의 진정한 사과와 반성은 받아내지 못했다. 일본 정부는 시간이 지날수록 반성은 커녕 도발과 망언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 정부는 하루빨리 한일 위안부 합의 폐기와 재협상 등을 통해 사과를 받아 내고, 피해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헛되이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본 정부와 전범 기업들은 역사의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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