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로버트필 경에게서 가르침을 배우며
이재승(전남지방경찰청 장성경찰서장 총경)
 

경찰은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집단인가? 단순히 국민의 생명과 재산보호라는 안전을 담당하는 핵심요소만을 일임하고 있는 것일까? 필자는 치안을 책임지는 최일선 경찰서장으로서 이 논제에 대해 몇가지 개인적 의견을 피력하고자 한다. 요즘 ‘경찰이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 ‘제복입은 시민’이라는 일반주민들에게 다소 생소한 단어가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를 좀더 쉽게 해석해 보자면 경찰 제복을 입고 있는 경찰관 일인도 시민과 다를 바 없는 권리와 의무를 갖는다는 뜻이라 하겠다.

다시 말해 경찰관도 직업을 벗어나서는 엄연히 시민의 일원이고, 제복을 입고 있는 순간에는 전체 시민의 뜻을 받들어 자유와 안전의 수호 임무를 부여 받은 공적인 심부름꾼이라는 이중적 신분을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경찰관도 우리 또는 모두라는 공동체 입장에서 사회의 공적 이익 수행이라는 큰 관점에서 공무를 집행해야 한다는 결론에 귀착하게 된다. 하지만 과거 주민을 동반자적 신뢰구축의 대상이 아닌 단순 개인의 권리 통제 및 규제의 주 대상으로만 인식하여 결국 민경 상호간 신뢰의 위기가 발생, 결국 주민들로부터 경찰신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면서 그간 끊임없는 논란을 야기한바 있어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금이 간 신뢰의 정상적 회복 절차를 위한 노력을 다각도로 전개하고 있다. 경찰이 ‘제복입은 시민(Citizens in uniform)’으로 변모를 도모하는 이유다.

흔히 영국을 민주주의의 본산이며 세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경찰제도를 유지하고 있다고들 말하는데 실제 영국에서는 일찍이 ‘제복입은 시민(Citizens in uniform)’이라는 원칙이 확립되어 현재까지도 지속되고 있어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현 영국경찰의 신뢰적 배경에는 근대적 경찰제도 기초를 확립하여 경찰의 아버지라 불리는 로버트 필이 주장한 9가지 경찰원칙 중 ‘경찰의 힘은 시민의 지지와 존중으로부터 비롯된다’ 는 원칙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경찰이 곧 시민이다.

경찰을 공동체의 복지와 존재의 이익을 위해 봉사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보수를 받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경찰의 역할 및 존재에 대한 원칙 또한 명확히 정리해두고 있다. 물론 영국에서 이러한 경찰개념이 처음부터 순조롭게 정착 되었을 리 없다. 1829년 런던경찰청이 창설 당시 군대식 전문경찰조직의 창설을 두고 ‘경찰국가(Police State)의 신호탄’ ‘잔인한 깡패집단(Bloody Gangsters) 등으로 평가절하하며 반발했지만 정부는 ‘경찰이 곧 시민’이라는 민본주의에 입각한 적극행정 전개하여 결국 영국의 선진성을 대표하는 상징으로 자리매김하였다.

물론 그 저변에는 영국 시민들의 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성숙한 시민사회 의식도 한몫을 하였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고 하겠다. 비단 영국의 사례뿐이랴. 선진 미국에서도 주민의 신뢰구축과 더불어 절차적 정의확립을 목표로 ‘경찰은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 전사가 아닌 가디언(수호자)로서 지역사회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로 미국경찰의 지향점과 가치구현을 해나가고 있다. 비단 영국과 미국 등 선진 외국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모든 경찰활동 영역에는 언제나 주민이 중심에 있어야 하고 이를 경찰존재의 핵심가치로 여기고 그 바탕에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겠다.

필자는 경찰을 우리 사회 공동체를 유지하며 수호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주춧돌과 대들보라 표현하고 싶다. 민본치안 이라는 멋진 집을 짓기 위해서는 주춧돌과 대들보가 제대로 놓여 있어야 중심을 바로잡고 건실하고 튼튼한 집이 세워지기 때문이다. 제복입은 시민의 한명으로서 주춧돌과 대들보 역할을 할수 있는 경찰이야말로 아무나 할수 없는 복된 직업이 아닐까.

주민을 최우선하는 제복입은 시민이 되기 위해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선 경찰관들은 제복입은 시민으로서 어떠한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또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경찰도 제복을 벗고나면 평범한 우리 일상의 시민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인간관계는 자성과 이해의 테두리 속에서 더욱 깊어진다고 한다. 우선 경찰부터 존경받는 제복 입은 시민이 되기 위해 제복공무원 스스로 높은 도덕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을 하면서 시민들의 지지와 동의를 받아 임무를 수행한다는 소명의식 무장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경찰과 주민간 상호 협력적 관계 유지를 위한 질서 수호자로서의 ‘제복입은 시민’들의 힘찬 행보에 아낌없는 힘찬 격려를 당부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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