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시대 시민운동과 광주시

이민철(광주마당 이사장)

이민철

페이스북을 켜면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신가요?’ 하고 묻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생각 하고, 나누고, 인정 받는 것을 좋아한다. 플랫폼 기업들은 이런 공통의 필요와 욕망을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돈을 번다. 기술의 변화는 많은 일의 구조를 바꾼다. 조직의 변화사를 보면 기술의 변화에 따라 기업 조직이 가장 먼저 변하고, 시민조직과 정부조직이 비슷한 모델로 바뀐다고 한다. 모든 조직이 이용자와 시민의 선택이나 지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시민사회와 정부에서도 플랫폼을 지향하는 실험이 늘어나고 있다. 내가 최근 참여하고 있는 일들도 온통 플랫폼이다. 시민운동, 사회적 경제, 사회복지, 마을 등 공익활동 영역의 단체들과 중간지원조직, 활동가들이 함께 사회혁신플랫폼을 만들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회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시민들을 위한 플랫폼이다. 문제의식을 나누고, 해법을 찾고, 함께 일할 사람을 만나고, 예산 등의 필요한 자원을 구할 수 있는 ‘시민주도 사회문제 해결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2017년과 2018년, 광주 시민의 날에 진행된 시민총회와 시민정책마켓은 공공정책 플랫폼의 중요한 실험이었다. 시민들이 정책을 제안하고, 토론하고, 결정하는 마당이 가능함을 볼 수 있었다. 정부와 여러 지방정부, 사회혁신가들의 관심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해부터는 한 단계 높여가면 좋겠는데 진행 여부가 아직은 미지수다.

‘광주시 민주주의 온라인 플랫폼’이 완성되어 곧 문을 연다. 모든 플랫폼의 운명이 그런 것처럼 시민들이 쓸 만하다고 느껴야 성공할 것이다. 광주시는 운영 주체인 만큼 시민들 사이에 ‘제안할 만하네’라는 입소문이 나도록 문제해결역량을 보여줘야 한다. 시의회는 시민들의 뜻이 모인 정책을 다듬고 법적 근거를 만들어 행정이 잘 실행하도록 만드는 대의기구의 역할이 있다. 그리고 시민사회는 광주시의 온라인 플랫폼이 민주주의 플랫폼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촉진해갈 수 있다. 한 예로 ‘지역공공정책플랫폼 광주로’에서는 시민들의 제안 중 당장 시행은 어렵지만 연구와 정책화가 필요한 의제를 지원하고, ‘사회혁신플랫폼’에서는 시민들이 직접 해결 가능한 의제를 뽑아 시민해결팀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요새 ‘광주마당이 뭐하는 곳인가요?’하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광주마당은 70년대 박정희 정권에 맞서 싸우다 민청학련(민주청년학생연맹) 사건으로 구속된 시민들이 만들었다. 젊은 날의 희생과 국가 폭력에 대한 보상으로 받은 돈을 모아 예술의 거리에 건물을 매입하고 새 단장을 했다. 그리고 올해, 광주의 마당, 시민의 마당으로 쓰면 좋겠다는 바람만 남겨두고 법인의 모든 권한을 다음 세대에게 넘겼다. 많은 시민들이 멋있고 광주답다고 손가락을 들어 화답했다. 이제 창립자들의 바람대로 광주의 마당, 시민의 마당을 만들 시간이다. 공공의 재산이라는 성격대로 이사회는 성실한 마당쇠의 역할을 하고, 사용하는 사람들과 시민들이 주인 행세를 하는 게 맞다. 공간 운영과 법인 운영의 새로운 모델이 되면 좋겠다.

최근 만난 광주전남연구원의 한 연구자는 도시를 플랫폼으로 만드는 연구계획을 시작했다. 마당과 플랫폼으로의 혁신은 주인을 주인답게, 일꾼을 일꾼답게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정부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니라 시민이다. 공간의 주인은 건물주가 아니라 이용자이고, 도시의 주인 또한 시민들이다. 시민단체의 주인은 임원과 활동가가 아니라 회원과 시민들이다. 모두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 사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생긴다.

위임은 시민의 힘을 약하게 하고, 사회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사람이 나빠서가 아니라 바쁜 시민을 대신해 일을 맡은 사람들이 자신이 주인인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 권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말을 자주 한다. 마치 뭔가를 누리려면 책임지라고 윽박지르는 것 같아 조금 거부감이 있다. 대신 그 말을 뒤집어 ‘책임에는 권리가, 권력이 따른다’라고 쓰는 것을 좋아한다. 자꾸 손을 들자는 권유로 들려서다. 의견을 말하는 사람,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야 좋은 사회가 된다. 주인인 시민들이 권력을 얻고 성장하는 마당이 여기 저기 열려야 사회와 민주주의가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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