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운동의 일상화가 필요한 시점
최영태(전남대 교수·역사학)

큰 기대를 모았던 북미 정상회담이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났다. 북한의 실망이 가장 크겠지만 남한 국민들의 실망도 그에 못지않게 크다. 이유는 간단하다. 북한과 미국 사이의 관계 증진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증진에 획기적 증진을 가져올 사안이었는데 그 꿈이 무산되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일괄타결론이 답인데….

다행히 미국과 북한 모두 계속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또 한미 국방장관은 한반도 주변에서 한미 간 대규모 합동 군사훈련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약 2년여 전 우리가 전쟁 일보 직전의 위기까지 경험했던 점을 상기할 때 이것만으로도 큰 진전이다. 그런 긍정적 사고로 한반도 평화를 위해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도 찾아보자.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후 지금까지 남북 관계의 개선은 물론이요 북미 관계의 조정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도 문 대통령을 신뢰하고 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단순 조수가 아닌 운전자로서의 위상을 구축한 것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한 가지 유념해야 할 점도 있다. 남북 관계는 대한민국 대통령 한 사람의 역량을 뛰어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과 북한의 강경론자들, 그리고 남한 내 냉전주의자들 모두가 대통령의 역할에 제동을 걸 수 있는 중대 변수들이다.

이런 점에서 대통령과 민주평화세력들의 협력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선 정치권에서 민주당·평화당·정의당 등이 하나가 되어 대통령의 평화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바른미래당도 이 흐름에 합류하도록 해야 하다. 이 분위기 조성 과정에서 집권 여당의 솔선수범이 중요하다. 당위론을 무기삼아 협력만 요구하는 태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제3당들에게도 평화를 위해서는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또 하나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남북 관계 증진은 결코 하루 이틀의 과제가 아니다. 민주평화세력들은 지금 당장은 물론이요 내년 총선 후 국내 정치에서 어떻게 하면 극우 냉전세력들을 극복하고 평화구도를 정착시킬 수 있는지 연구해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역할에서 정치세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이다. 우리의 민주화운동사를 상기해 볼 때 고비마다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정치권이 아니라 민초들이었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은 철저하게 자국 중심의 외교정책을 펼친다. 미국은 1980년대에 남한의 독재정권을 지원하다가 반미운동으로 큰 홍역을 치른바 있다. 지금 미국의 냉전주의자들에게 한반도 평화를 방해하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를 보낼 수 있는 세력은 오직 국민뿐이다.

민주화운동이 그랬듯이 평화운동도 숫자와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 평화운동은 전 국민적 운동이 되어야 힘을 얻는다. 그러한 의미에서 평화운동에서 중요한 것은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찾는 노력이다. 북한을 바라보는 시각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평화라는 큰 과제 앞에서는 그게 그렇게 중요한게 아니다. 당연히 평화운동에는 보수와 진보의 차이도 크게 문제될 게 없다. 남북 분단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말이다. 우리는 평화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관점에서 이념과 정파의 차이를 넘어 함께 해야 한다.

평화운동을 너무 이념적으로 접근하지 않는 노력도 필요하다. 촛불혁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는 그것이 준 문화 운동적 성격을 띠었기 때문이다. 박근혜 퇴진과 탄핵이라는 매우 뚜렷한 정치적 목표를 갖고 있으면서도 방법상으로 매우 유연했다. 민주화운동을 하나의 축제로 승화시켰다. 평화운동도 그래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평화운동을 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이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차원에서 4월 27일(토) ‘DMZ 평화 인간 띠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 운동의 부제가 ‘꽃피는 봄날 DMZ로 소풍가자’라는 점이다. 분단의 상징적 장소를 찾아가는 것을 소풍 가기처럼 일상화하는 것, 이런 유연한 자세가 필요하다. 평화운동을 일상화하고 또 필요하면 제2의 촛불로 확대할 결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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