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밸런타인데이 ‘경칩’

유근기(광주지방기상청 예보과장)
 

3월에 들어서면 차고 건조한 대륙고기압의 기세가 점차 꺾이고, 이 찬 기단에서 떨어져 나온 이동성 고기압과 중국대륙에서 발생한 온대 저기압이 3~4일 주기로 한반도를 통과한다. 고기압의 영향에서는 기온이 다소 낮고, 기압골이나 저기압이 통과할 때는 기온이 상승하게 되면서, 조금씩 봄이 다가오게 된다. 대륙고기압이 약화될 때는 중국의 남부 및 동중국 해상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한반도에 영향을 주면서 약한 강우를 동반한 지속성이 큰 온난전선형 안개가 자주 발생하기도 한다. 가끔 상층기류의 진폭이 남북으로 크게 발달하여 찬 대륙고기압이 우리나라까지 내려오면, 갑자기 매서운 추위가 찾아올 때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아직 양력 3월은 겨울의 끝자락에 걸친 듯 느끼게 된다.

겨울의 끝자락과 봄으로 향하게 되는 시기가 맞물린 시점에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경칩’이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경칩은 우리나라의‘연인의 날’이었다.

2월 14일은 여자가 평소 좋아했던 남자에게 초콜릿을 선물하며 사랑하는 마음을 고백하는‘밸런타인데이’로 많이 알려져 있는데 조선시대 우리나라는 경칩 날 정을 돋우고 싶은 부부나 멀어진 정을 다시 잇고 싶은 부부 그리고 사랑하고 싶은 처녀 총각들은 은밀히 숨어서 은행을 나눠먹었다. 우리 선조들은 왜 봄에는 열리지도 않는 은행 열매로 사랑을 확인한 것일까? 은행나무는 천년 이상을 살 수 있고 수나무와 암나무가 서로 마주 보며 열매를 맺는다. 이 모습을 보며 우리 선조들은 순결한 사랑의 자태로 여긴 것으로 보인다. 은행 열매가 열리는 가을에 열매를 구해 3월 초인 경칩까지 소중하게 간직했다가 사랑을 고백하며 선물했던 것이다. 서양의 밸런타인데이에 밀려 사라진 은행 열매를 선물하는 우리나라의 고유 풍습, 지금보다 달달하지 않을 수 있지만 더 의미 있고 깊은 사랑이 담겨있는 날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올 3월의 기상전망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을 주로 받겠으나, 일시적으로 대륙고기압의 영향을 받을 때가 있을 것으로 본다. 월 평균기온은 평년(6.6~7.4℃)과 비슷하거나 높겠고, 월 강수량은 평년(65.0~80.5㎜)과 비슷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날씨 변화와 더불어 온몸으로 천천히 봄기운을 느끼며 새로운 계절의 시작을 준비하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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