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의 기준, 인권이 바탕이다
<김용만 광주시 민주인권과장>

모든 일에는 기준이 필요하다. 기준이 절대적이거나 불변의 진리는 아니더라도 필요하다. 일을 시작할 때, 진행할 때, 마칠 때에 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일의 목표 설정과 추진은 기준을 따라야 한다. 기준이 명확할 때 융통성이 발휘되기도 하고 발전할 수 있다. 기준은 명확해야 하지만 복잡한 사회에서 하나의 기준만 존재할 수는 없다. 복잡한 이해관계를 반영하고 소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개의 기준이나 예외를 두기도 한다.

공무원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살펴보는 것은 법령이다. 자신의 업무와 관련된 법령을 살펴보고, 기존에 작성된 문서를 검토한다. 전임자의 의견을 듣기도 하고, 관련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업무의 목적을 구체화하고, 어떤 방법으로 진행할 것인지, 주의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시민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누군가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업무의 기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많은 시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일일수록 기준을 잘 세워야 한다.

광주시는 본청에만 67개 부서가 있을 정도로 다양한 행정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부서마다 각각의 업무 기준을 가지고 있고 공통의 업무 기준도 있다. 지자체의 복합행정에 대해 공통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시정비전인데 시정구호, 목표, 가치, 정책방향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광주는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를 시정목표로 하고 있다. 시가 시장을 중심으로 비전을 수립하고 업무의 기준을 마련하여 시정을 펼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시민안전, 복지, 환경, 주거, 교통, 문화, 일자리 등 인권과 관련되지 않은 시정은 없다.

광주는 시민이 만들어낸 민주주의와 인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 역사를 바탕으로 국가가 아닌 지방정부차원에서도 인권정책을 추진하는 모범이 되고 있다. 광주는 전국 최초로 인권조례를 제정했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인권조례 제정을 권고했다. 현재까지 17개 광역지자체와 93개 기초지자체가 인권기본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뿐만 아니라 광주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인권정책이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광주는 인권도시 논의를 국제적으로 확산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2011년부터 세계인권도시포럼을 개최하여 국내외 인권도시간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그 영향으로 우리나라가 UN인권이사회에 최초로 상정한 ‘지방정부와 인권 결의’가 채택되었다. 도시의 인권에 관한 새로운 기준을 만들게 된 것이다. 광주의 인권도시 정책은 모든 시정의 기준을 인권에 두는 것이 핵심이다. 시민의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인권적인 방법으로 행정을 운영하고, 인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독립적인 제도를 통해 구제한다.

광주인권헌장은 인권도시 실현의 목표를 제시하고 있고, 인권조례는 행정 내에서의 인권실현 방법을 정하고 있다. 모든 활동에서 인권 주체들의 참여는 필수적이다. 지하철2호선 추진에 대한 공론화를 거친 결정도 시민참여를 보장한 예이다. 광주시는 인권정책연석회의, 인권정책 라운드테이블, 인권단체 협력사업, 인권마을 만들기 사업 등을 통해 인권거버넌스를 이루고 있다. 시정과 관련된 인권침해를 조사구제하기 위한 인권옴부즈맨도 전국 최초로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광주는 누구도 왜곡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진 도시이다. 역사적 사건마다 우리나라의 민주주의와 인권을 신장시켜왔다. 그리고 시민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범적인 도시로 세계 속에 인식되고 있다. 광주 시민이자 공직자로서 나와 내 이웃의 삶속에서 인권을 실현시켜야할 책임감을 느끼고 행정의 핵심적 기준인 인권을 다시 새긴다. 시민들께서도 자랑스러운 민주인권평화의 도시, 광주시민이라는 자부심을 가져주시고, 인권을 통해 정의롭고 풍요로운 광주가 앞당겨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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