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재난대책이 시급하다
김덕모(호남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7일 만에야 파란 하늘을 보며 출근했다. 극심한 미세먼지가 잿빛으로 하늘을 뒤덮은 지 6일이 경과한 후에야 겨우 맞이한 파란 하늘이 반갑다.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입살에 미세먼지에 대한 성토가 들끓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아 움츠렸던 어깨를 펴고 야외활동 재개를 꿈꾸어 왔던 사람들의 입에서 저마다 푸념이 난무한다. 야외활동은 커녕 일상생활도 어렵고 특히 실외에서 작업을 해야 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개학과 함께 등교한 학생들도 강의실에서 까지 마스크를 쓰고 수업을 듣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나라 전역의 문제로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식하고 재난수준에서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문대통령께서도 환경부장관의 보고를 받고 환경부뿐만 아니라 유관부처들이 협력하여 범정부차원에서 중·장기뿐만 아니라 지금 당장 급한 단기대책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이 총리도 기자회견을 통해 범정부 차원은 물론 지자체 차원에서도 협력하여 미세먼지 저감대책을 마련하여 국민생활에 불편이 없도록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여야 대치로 공전하던 국회도 13일 미세먼지 대책법을 만들어 법적 뒷받침 속에 이 문제를 풀어 갈 단초를 만든다고 하니 모처럼 국민의 삶에 책임 있는 주체들의 문제해결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청와대비서실장이 관용차를 타지 않고 걸어서 출근하고 공무원들이 차량 2부제를 시행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재난대책인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고 국민들에게 보여주기식 퍼포먼스로 비춰지고 있어 안타깝다. 그나마 공무원 차량 2부제는 ‘눈 가리고 아옹식’ 이라는 남도일보의 기사는 시민들의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

미세먼지 재난에 대한 대처는 무엇보다도 그 원인에 대한 분석과 진단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진단하듯이 최근 우리나라 미세먼지 악화는 외생적 요인과 내생적 요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생적 요인을 강조하는 전문가들은 미세먼지의 주요인은 중국 산동성에 집중적으로 가동되고 있는 공장들의 배기가스가 편서풍을 타고 서해바다를 건너 한반도로 유입되는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러한 진단을 근거로 문대통령께서 미세먼지 문제해결을 위해 한·중 양국이 공동의 노력을 함께하자고 우회적으로 문제제기한 것에 대해 중국의 외교부장관이 “그것이 외부에서 왔다는 근거가 있느냐”면서 “서울이 극심한 미세먼지를 보일 때 베이징은 그렇지 않았다”는 취지의 견강부회식의 책임회피를 하였다. 미세먼지 문제를 중국과 외교적인 관점에서 푸는 문제가 쉽지 않을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응으로 보아진다. 내생적 요인으로는 우리나라의 서해 쪽에 집중되어 있는 석탄용 화력발전소와 LNG발전소 등 화력발전소와 공장들의 배기가스, 노후화된 화물용 경유차의 운행 등으로 생겨나는 미세먼지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 판단해 보면 우리나라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날아오는 오염된 배기가스와 우리나라의 발전에 의해 생겨나는 배기가스 등이 합쳐져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아진다.

몇 년 전 베이징에 가는 길에 들렸던 산동성의 천진이라는 지역의 검은 연기 자욱한 공장지대와 공장 주변 오수가 흐르는 강을 보면서 1960-70년대 환경보다는 생산위주의 우리나라 산업생태계의 모습을 떠올렸으며 이것이 오히려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공기의 질은 삶의 질의 중요 요소이고 이웃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평화의 첩경이며 중국 속담에도 좋은 이웃을 얻기 위해 천만금을 지불한다고 할 만큼 좋은 이웃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였다. 중국이 이 문제를 회피하기 보다는 선인들의 지혜를 잘 받아들여 미세먼지 문제로 불편해 하는 이웃과 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갈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차제에 우리 정부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친환경 재생에너지 확보 프로그램도 중요하지만 중장기적 플랜에서 미세먼지도 발생시키지 않고 효율성도 높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앞선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고, 안정성이 높다고 하는 원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책에 완급과 우선순위 등을 고려하여 국민 생활에 불편을 덜 끼치면서 실효성이 큰 대책부터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마 정부가 ‘바람 불어 좋은 날’이나 ‘봄비야 내려라. 주룩 주룩 내려라.’ 식의 자연해법에 기대지 않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보여 줘서 다행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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