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참다운 ‘문화강국’으로 나아갈 때?
김보미<전남 강진군의원·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장>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뜨거운 열망의 그 날의 정신을 길러 힘차게 3월을 시작한 지 벌써 열흘이 지났다.

3·1운동은 학생, 노동자, 지식인등 각계각층이 참여한 최대 규모의 항일운동이다. 공화정에 기초한 대한민국 임시정부 역시 탄생할 수 있었기에 그날은 우리 민족이 백성에서 국민, 혹은 시민으로 다시 태어난 날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후 우리 민족은 독립의 감격을 함께 누리기가 무섭게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 전쟁을 겪었다. 이념과 지역으로 나뉘어 첨예한 정치 갈등 속에서도 우리는 전 세계가 놀란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우리는 아플 틈도 없이 그렇게 숨 가쁘게 달려왔다.

2019년 3월, 마침내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앞으로 다가올 또 다른 100년의 시작을 힘차게 선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새로운 한 날, 우리는 과연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어떠한 꿈을 꾸어야 하는 것일까? 해방 직후 쓰인 ‘백범일지’에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김구 선생님(이하 백범)의 아름다운 꿈이 제시돼 있다.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 가장 부강(富强)한 나라가 되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 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이끌었던 백범은 우리나라가 높은 품격을 지닌 문화강국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그것이 그가 생각하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였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이 시기까지 우리 대한민국은 아직 백범 김구가 꿈꾼 문화강국이 아니다. 사회를 아름답고 풍요롭게 만드는데 기여하는 많은 문화예술인들이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와 불공정 관행에 노출된 채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시행한 2015년 ‘예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전국의 예술인들이 예술 활동으로 얻는 월평균 수입은 100만원 남짓이었다. 그 중 문인의 수입은 월 20만원도 채 되지 않았다. 응답자 중 1/3은 예술 활동 수입이 전혀 없었으며 아르바이트나 부업으로 생계를 해결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아직까지 문화예술계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사업장가입자의 정규직, 비정규직 전체 고용보험 가입률의 40%, 사업장가입자의 비정규직 고용보험 가입률의 60%에 불과하다. 더구나 경제가 풍요로워야 문화예술도 피어나는 법인데, 어려운 경기는 가뜩이나 힘든 문화예술인들이 설 자리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와 김영란법 제정에 따른 문화접대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은 문화예술인들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정부는 일찍부터 ‘사람이 있는 문화, 예술이 있는 삶’, 문화비전 2030을 발표했다. 국가폭력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적폐를 청산하고, 개인의 자율성 보장, 공동체의 다양성 실현, 사회의 창의성 확산을 통한 문화 강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올해 1월에는 기업의 문화접대비 처리가 용이하도록 세법 개정안도 내놓았다. 달라진 세법에 따르면, 문화접대비에 100만원이하 미술품 구입비용을 추가할 수 있고, 법인의 미술품 구입 손금산입 가능 금액도 기존 500만원에서 1천만원으로 늘어난다.

또 기존에는 문화접대비에 공연물 관람 가격만 포함되었지만, 이제는 관광공연 입장권 구입비용 전액을 포함시킬 수 있다. 문화예술계에게 있어 꽤 긍정적인 신호이다. 그러나 문화강국의 선전병(兵)이 될 문화예술인이 체감하는 성과는 아닌듯하다. 성과를 내기위해서는, 예술인 최저임금제와 기본소득법이 시행되고 기초공연예술 진흥을 위한 새로운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도 당장의 매출과 상관없다 할지라도, 사회의 한 일원으로 모두의 성장을 위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문화적 의무가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문화예술인들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높고 숭고한 예술가정신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 서로 단합하여, 백범의 소원처럼 우리나라가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는 문화강국이 되는데 고민하고 실천해나가는데 앞장섬으로써 문화예술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얻어내는 일일 것이다.

‘제6회 이데일리 문화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한 방탄소년단은 수상소감에서 김구선생의 말을 인용하며 “문화는 어떤 물리적인 힘보다 모든 경계를 무너뜨리는 가장 강한 무형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문화를 통해 많은 영감과 영향을 받고 있다. 문화는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나라를 위해서 손을 맞잡고 대한민국의 중심에 문화예술이 활짝 피어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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