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늑대의 시간

<정세영 정치부 차장대우>

하루에 두 번, 빛과 어둠이 서로 바뀌는 ‘이른 새벽’과 ‘늦은 오후’.

황혼의 순간, 사물의 윤곽은 흐려지고 저 언덕 너머 우리에게 다가오는 실루엣은 모호하다. 저 멀리 있는 것이 내가 기르던 충성스런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가늠할 수 없는 지점. 바로 ‘개와 늑대의 시간’이다. 반가움과 걱정이 동시에 교차하는 이 절묘한 순간은 우리 주위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갓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 첫 취업에 성공한 젊은이들, 수 십년간의 직장 생활을 은퇴하고 인생 2막에 접어든 은발의 청년들이 대표적이다. 과연 내가 선택한 학교가, 내가 입사한 회사가,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 길인지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며 걸어가는 이들.

우리는 모두 시대와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고 개와 늑대의 시간을 함께 걷고 있다. 개와 늑대의 시간에 대한 또다른 정의는 불확실성을 뒤로 한 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로 기자는 해석한다. 다가가야 할 지 멀어져야 할 지 결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지역 예비 출마자들 역시 이 가혹한 시간을 벌써부터 걷고 있다. 지지기반을 갈고 닦으며 기다린 인고의 세월, 수성이냐 탈환이냐를 놓고 벌이는 총성 없는 전쟁은 시작됐다.

특히 정계 개편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한 선거제도 개혁 등 변수가 많은 만큼 경우의 수도 난무하다. 1당인 민주당 입복당을 둘러싸고 시기와 가능 여부를 저울질하며 셈법 계산에 분주하고 당 내 공천을 놓고 치열한 각축전도 예상된다.

민주평화당 소속 국회의원 일부는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지역 지지도에 무소속 출마까지 고려하는 등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민의 시간은 깊어지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이 시간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은 뭘까. 바로 순간을 즐기는 것이다.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걱정하기보단 얼마나 이 시간을 유용하게 보내는 지가 중요하다.

적막함과 어둠, 물안개가 걷히면 세상은 명료해진다. 개와 늑대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곧 결과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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