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사격 부인은 최소한 양심마저 저버린 행위

“전두환은 진실 고백하라”…5월단체, 일제히 성명
헬기사격 부인은 최소한 양심마저 저버린 행위
“역사적 책임 묻는 준엄한 법의 심판 지켜볼 것”
 

지난 11일 5·18유족회 등 관계자 40명이 광주지법 법정동 앞 출구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을 향해 사죄와 반성을 촉구했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전두환 전 대통령이 법정에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부인한 것을 두고 5월 단체는 “진실을 고백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5·18기념재단과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 등은 13일 성명을 내고 “5·18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39년만에 법정에 선 전두환은 책임 회피와 헬기사격 부인으로 일관했다”며 “사죄 없이 도망치듯 법정을 빠져나가는 등 최소한의 양심마저 저버렸다”고 비판했다.

단체는 “알츠하이머라던 전두환은 이날 꼿꼿하게 재판을 받았고, 광주와 서울을 오가는 과정에서도 전혀 흐트러진 모습을 볼 수 없었다”며 “그간 여러차례 미뤘던 재판 불출석은 건강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셈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두환은 자신의 법률 대리인을 통해 5·18민주화운동 당시에 있었던 헬기사격 자체를 부정했다. 헬기사격을 ‘사실’이 아닌 ‘쟁점 사안’으로 만들어 책임을 회피하려 한 것이다”며 “하지만 고 조비오 신부, 광주시민들의 일관된 증언과 전일빌딩에 남겨진 탄흔은 헬기사격의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이 끝난 뒤 서둘러 자리를 떠난 전두환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도 표출했다.

단체는 “이날 재판 종료 후 한 마디의 반성이나 사과 없이 도망치 듯 법원을 빠져나가는 전두환을 두고 볼 수 없었지만, 재판을 통해 심판해야 한다는 점 때문에 분노를 삭일 수밖에 없었다. 대신 초등학생들이 광주시민의 마음을 대변해줬다”며 “전두환은 총칼로 시민을 학살했지만 우리는 감춰진 진실을 밝혀 전두환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단체는 “이번 재판은 진실을 밝히는 첫 걸음이다. 발포책임자 규명, 민간인 학살, 암매장·행방불명자 문제, 고문·가혹행위, 여성 성폭력·반인륜 행위, 5·18 왜곡 등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전두환을 비롯한 책임자들에 대한 역사적 책임을 묻는 중요한 출발점”이라며 “준엄한 법의 심판을 똑똑히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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