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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294 2부 5장 변경<294>

여진족은 압록강 유역과 요동반도 중심의 건주여진, 헤이룽강 유역의 해서여진, 쑹화강과 두만강 상류, 연해주 변경의 동해(야인)여진의 3대 세력으로 크게 나뉘어 군웅할거하고 있었다. 나머지 소수 부족인 만주 울아 예허 하다 호이파는 이들 3대 부족에 병합되거나 주거를 이동해 독립적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근래는 건주여진 5개 부족, 해서여진 4개 부족, 동해(야인)여진으로 통폐합되었다.

건주여진의 부족장 누르하치는 명의 요동 도독 이성량의 지원으로 중국 북동부 여진 부족들을 통합해 나가는 중이었다. 명나라의 여진족에 대한 통치정책은 여진족들끼리 단결하지 못하도록 분열 정책을 폈던 것인데, 오히려 부족들이 경쟁적으로 명의 땅에서 노략질과 살인이 심해졌다. 명은 결국 건주여진의 누르하치에게 이들을 제압해 다스리도록 군사지원을 했다.

밤이 깊자 말발굽소리가 요란하더니 한 무리의 장정들이 막영지로 들어왔다. 누르하치가 휘하 막료들을 데리고 들어온 것이었다. 누르하치는 호피 조끼를 착용하고 역시 호랑이 가죽 군모를 쓰고 있었다. 호위 장정들은 모두 조총과 칼을 차고 있었다.

용타이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를 구부렸다.

“왜 이렇게 미리 오셨습니까. 모레 오시기로 하지 않았나요?”

“사고가 생겼다. 헤이룽강 쪽 사람들 안왔더냐? 출격 준비하라.”

“네이, 그런데 조선에서 밀사가 왔습니다.”

“밀사?”

누르하치가 말에서 내렸다. 정충신이 앞으로 나섰다.

“조선 왕실 선전관 정충신 아뢰옵니다. 세자 저하의 밀서를 가자고 왔나이다.”

“알았다. 자리를 마련하렸다.”

순식간에 접대 자리가 마련되었다. 누르하치는 훤출한 키에 잘 생긴 장골이었다. 턱이 발달해 힘깨나 쓰는 인물로 보였다. 영웅호걸이 여자를 밝히듯이 그는 가는 곳마다 여자를 맞아들였다. 맞아들였다기보다 빼앗았다. 그는 그런 여자들로부터 아들 열여섯을 얻었고, 여식은 열셋이었다. 죽은 아이까지 포함하면 오십 명이 넘으리라 하였다. 그는 처녀를 취하는 취향이 남달랐다. 힘을 쓰는 처녀를 취했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강 유역을 지나는데 처녀가 궁둥이를 까고 오줌을 누고 있었다. 그런데 오줌발이 너무 세서 흙바닥을 세치나 팠다. 누르하치는 부하를 시켜 그녀를 납치해 왔는데 그녀에게서 태어난 아이가 둘째아들 대선이었다. 대선은 추후 장성해서 오라부족을 정벌하고 여진족 최고 군호인 영파도라는 직함을 받았다.

“그래, 무슨 일인가?”

자리에 정좌하자 누르하치가 물었다. 정충신이 가지고 온 보퉁이를 양손에 받쳐 올렸다.

“무엇인가.”

“세자님께서 갖다 바치라는 선물입니다. 개경 인삼이올시다.”

그러자 누르하치가 껄껄 웃었다.

“역시 예법을 아는 나라군. 내가 인삼 좋아하는 것은 어떻게 알았누? 내가 이렇게 용을 쓰는 것은 창바이산 산삼 덕분 아닌가? 우리를 늘 오랑캐라고 하대하던 조선 왕실이 나에게 이런 귀한 선물까지 가지고 오다니, 놀랍군. 그래, 오랑캐를 보는 기분이 어떤가?”

“그것이 아닙니다, 장군. 우리가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부른 적은 없습니다.”

그가 화를 냈다. 생고기를 먹고 살아서인지 그는 다혈질이었다.

“여직껏 여진족을 오랑캐라고 하지 않았던가?”

“그렇게 부른 것이 아니라, 노략질하는 자를 부르는 것입니다. 변경의 조선 주민을 괴롭히니 그런 말이 나오는 것입니다.”

“나도 할 말이 없는 것이 아니지. 우리는 고구려 발해 고토의 같은 족속으로 아는데 조선이 우리를 야만시한단 말일세. 예법은 익히면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진인(여진사람)을 업신여긴단 말이야. 명색이 문명국인 조선국이 왜국의 침략을 받았을 때 내가 응원군을 보내겠다고 했잖나. 그런데 단번에 거절하더란 말이야. 왜 그런 거야? 그래 가지고 전쟁에서 이길 수 있나? 명군은 우리에게도 밀리고 있잖나. 조정이 저렇게 타락한 만력젠지 십력젠지 그 자가 정신없이 술에 취해 편전에 오줌 갈기고, 환관이란 것들은 쥐새끼들처럼 궁에 구멍을 뚫고 금은보화를 빼돌리는데도 세월 좋다고 흥청망청이란 말이야. 그런 썩은 동아줄을 군신의 나라라고 붙잡고 있으니, 보기에 한심했지.”

“그래서 세자 저하의 밀명을 받고 제가 왔나이다. 지금 명군이 귀환하고 있는데 대신 장군 휘하의 기마부대를 응원군으로 요청하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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