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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식 남도일보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돌산도 갯가길

정용식 남도일보 상무의 남도 섬 이야기
<돌산도 갯가길>

갯가길 해변

몽돌에 감겨도는 ‘대글대글’ 파도소리…근심 ‘싸~악’
여덟 개 큰 산이 있는 ‘돌산’…31.6km 코스 마련
향일암 품은 거북형상의 금오사 개도막걸리 일품
쪽빛바다 해안 비렁길따라 걸으며 ‘봄’ 기운 만끽
연육교 연결로 ‘육지와 소통’ 섬사람 소원도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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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도 갯가길을 걷다 만난 돌산도. 맑고 푸른 바다위에 떠 있는 모습이 앙증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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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 자갈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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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도 갯가길 바다의 맑은 바닷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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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돌해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남도 섬사람모임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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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술목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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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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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로 된 비렁길를 걷고 있는 남도섬사랑모임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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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섬사랑모임 회원들의 기념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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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죽포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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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갯가길에서 만난 백포마을의 한적한 모습. 700m길이의 몽돌 해변과 파도소리는 근심걱정을 날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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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산 갯가길에서 만난 흑염소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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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합 모종 모습.

섬인지? 육지인지? 35년전 돌산대교가 생기면서 정체성에 의문이 생겼다. 2012년 거북선 대교는 이를 가중시켰다. 돌산공원에서 여수반도를 연결하는 케이블카는 섬과 육지를 하나로 만들었다. 열 번째로 큰섬 돌산도는 제주도와 울릉도를 제외한 거제도, 진도, 강화도, 남해도, 안면도, 영종도, 완도와 함께 연육교로 연결되었다. ‘육지가 되어버린 섬’이다.


단절과 고립을 의미했던 ‘섬’. 지리적 특성 때문에 폐쇄성과 독특한 문화를 간직한 불통의 상징이자 육지(타인)와 소통을 꿈꾸는 곳이다. 생존과 직결된 바닷바람과 함께한 삶은 절박했고, 생각은 투박할 수 있지만 본심은 ‘정(情)’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이 살고 있을 것만 같다.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했지만 아름다운 풍광과 느긋하고 평화로운 삶을 동경하기도 했다. 뭍사람에게 비친 ‘섬’은 그랬다. 그래서일까? 뭍사람들은 복잡하고 고단한 현실로부터 잠시나마 단절하고, 도피하고 싶을 때 섬을 찾는다. 고립된 공간에서 느릿하게 흐르는 시간에 편승하여 여유를 찾고 자신을 되돌아 보고 싶은 것이다.

# 섬사람 열망과 뭍사람 열망이 만나는 곳

섬사람들의 열망이 실현된 육지 같은 ‘섬’ ‘돌산도’에 간다. 그 끄트머리에 뭍사람들이 즐겨 찾는 ‘해를 향한 암자’라는 ‘향일암(向日庵)’이 있다. 동백나무숲과 기암괴석, 수평선에서 떠오르는 태양의 장엄함은 강릉 낙산사나 남해 보리암에 뒤지지 않는다. 뭍사람과 섬사람의 열망이 만난 곳이다. 돌산(突山)은 돌(石)이 많아 돌산인줄만 알았는데, ‘여덟(八)개의 큰(大) 산(山)이 있다’해서 붙여진 돌(突)이란다. 돌산대교에서 출발 소미산-대미산-본산-작곡재-수죽산-봉황산-율림치-금오산-임포마을까지 31.6km의 돌산도 종주코스가 있다. 산행을 일상으로 사는 친구는 9시간 33분 걸려 일주했다 한다. 돌산도 으뜸인 봉황산(441m) 옆 천황산(385m)과 서북쪽 천마산(271)까지하면 여덟 봉우리가 있다.

지난 8일 완연한 봄이다. 다음날은 비오고 바람 분다는 예보가 있어 배를 타야하는 1박2일 섬투어가 당일코스 돌산 갯가길로 변경되었다. 거북선 대교를 넘어 돌산에 들어서니 굴양식으로 명성 높은 ‘안굴전’을 지나간다. 굴 밭이 안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니 바깥 굴밭도 어디엔가 있으리라. 이순신 장군이 왜선 60척과 왜군 300명을 섬멸시킨 전승지 무술목! 물길에 모래가 쌓여 좁은 목을 이뤘다는 곳인데 지금은 모래는 없고 몽돌밭이다. 700여m 넓게 펼처진 몽돌에 감겨도는 ‘대글대글’ 파도소리가 편안함을 안겨준다. 울창한 해송과 아담하고 아늑한 백사장을 가진 방죽포 해수욕장! 명성이 빛바랬음을 알리듯 봄철엔 우리에게 점심 한끼 내줄만한 여유(?)가 없다. 결국 갯가길 3코스 출발지를 뒤로하고 끝지점 향일암으로 발길을 돌렸다. 향일함을 품고있는 금오산 자락은 거북형상이다. 임포마을엔 거북목이 있고 향일암은 거북등에 해당하며 인근바위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줄무늬 바위가 많다. 그래서인지 절에서는 ‘향일암’을 ‘영구암(靈龜庵)’이라고 부르고 여수시 마스코트도 거북이다. ‘영구암’ 오르는 길에 즐비하게 늘어선 갓김치, 고들빼기 상점들 사이에서 해물탕에 개도막걸리를 곁들인 점심은 행복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 걷다보면 길이 보인다

‘걷다보면 길이 되고 그 길은 곧 만남이다’라고 했다. 길이 있어야만 걷는 것이 아니다. 가보지 않은 길도 있고, 뒤돌아 뛰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만나는 수많은 생소함이 어떨땐 우리 삶을 좀 더 풍성하게 만드는 자양분이 될 것이다. 여수 갯가길 3코스를 걸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104km에 달하는 돌산도 해안선을 한바퀴 도는 ‘여수갯가길’이 아직은 생소했다. 돌산대교 아래 우두리항에서 무슬목까지 22.9km 1코스(7시간 소요), 2코스는 무슬목에서 방죽포 해수욕장까지 17.8km(5시간), 방죽포 해수욕장에서 향일함 임포마을까지 8km의 3코스(3시간)가 있다. 신기항 앞에서 화태대교로 연결된 ‘화태도’를 한바퀴 도는 13.7km가 5코스(4시간 30분)다. 임포마을에서 신기항까지 4코스와 신기항에서 돌산대교 원점까지 구간은 어찌되어 가고 있을까? 여수갯가길에서 가장 난코스는 제3코스다. 우리는 3코스 종점 임포마을에서 방죽포 해수욕장으로 거꾸로 걸었다. 들어가는 입구를 찾아 묻고 또 물어 이정표 하나 없는 산길로 접어든다. 길바닥에 청거북이 표시가 이정표 역할을 하는 듯 하다.

마른가지만 앙상한 오솔길, 바닷가 어촌 마을길을 걷는다. 아찔한 비렁길도, 적송이 군락을 이룬 숲길도 지나간다. 한적하고 봄볕이 가득한 마을 언덕에서 내려다 보는 봄바다가 멋스럽다. 홍합양식을 위한 재료들이 널브러져 있는 어촌마을길에서 홍합모종 작업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겨주는 인사가 정겹다. 외로이 떠있는 밤섬과 섬을 둘러싸고 농지정리된듯 광할하게 펼쳐진 홍합 양식장이 조화롭다. 3대가족 염소무리들이 영역표시 해둔 너럭바위 위에서 바다를 벗 삼아 마시는 개도막걸리도 일품이다.

절벽과 소나무에 둘러 쌓인 맑고 푸른 몽돌밭 파도 소리는 묵은 근심을 덜어주고 우리를 동심으로 이끌어 간다. 쪽빛바다 해안 비렁을 따라 천천히 길을 즐기고, 봄을 즐기며 인생을 노래한다.

멀리 거제 앞바다 두미도와 욕지도까지 보인다는데 찾아볼 방법이 없다. 대율, 소율, 율림치, 밤섬. 지나는 길이 밤(栗)나무와 연관이 있는 듯 하나 이 또한 알 길이 없어 아쉽다.

오솔길, 갯길, 몽돌길, 비렁길, 산길도 있고, 섬마을과 포구, 오르막과 내리막이 변화무쌍하다. 난(難)코스와 길 같지 않은 길도 청거북 표시 하나로 방향 잡아 걷지만 앙증스러운 ‘산자고’ 와 이름 모를 들꽃들이 봄기운에 꽃망울을 풀어헤치며 맞이해 준다. 진달래도 수줍게 얼굴을 들어내고, 춘란들도 꽃봉오리를 내밀며 반기는 따뜻한 봄날이다. 임포에서 소율, 대율, 기포를 지나 백포마을, 방죽포 해수욕장에 이르는 3코스는 자연그대로의 아름다움도 있고, 삶도 있고 문화도 있다.

섬에 갈 때마다 바닷바람 눈치보고, 배 시간에 쫓겨 바삐 움직여야했다. 오늘만큼은 거북처럼 느린 시간의 여유가 있다. 힘들어서 쉬고, 풍광 보고 싶어 쉬고, 마을 어귀 의자가 있어도 쉰다. 육지와 소통을 꿈꾸는 섬사람들의 열망이 실현된 돌산도가 주는 여유였다.

여수반도를 지켜온 섬, 돌산도! 이젠 거북이와 함께 여수의 상징이 되었다. 외부의 침략과 왜적의 노략질로부터 여수를 지키기 위해 20여개의 성곽을 쌓고 봉수대를 만들었을 그때의 섬사람들의 고충이 느껴진다. 아직도 많은 주민들은 멸치잡이와, 굴, 홍합양식하며 바다를 생존의 터전으로 살아가고 있는 ‘남도의 섬’ 돌산도다. <사진/김해수 남도섬사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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