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수출업체 가장해 ‘수고비’ 미끼로 예금계좌 빌려

교묘하게 진화한 보이스피싱…대포통장 대신 알바 모집
중고차 수출업체 가장해 ‘수고비’ 미끼로 예금계좌 빌려
광주 동부경찰서 수거·인출책 동시 검거…윗선 추적

교묘한 수법으로 진화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행각이 발각됐다.

광주 동부경찰서는 보이스피싱 조직 지시로 이른바 현금 ‘수거책’ 노릇을 한 A(44)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20일 밝혔다.

또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입금한 돈을 A씨에게 전달한 ‘인출책’ B(36)씨를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B씨는 지난달 19일 본인 명의 계좌에 잇따라 입금된 2천920만원과 800만원을 현금으로 찾아 A씨에게 전달하려고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돈은 은행원 사칭 보이스피싱 수법에 속은 피해자들이 대출상환금으로 보낸 것이다.

B씨는 중고차 수출업체를 가장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속아 자신의 계좌를 빌려주고 200만원을 받아 피의자 신분이 됐다. 그는 “입금된 돈이 차량 구매대금인 줄 알았다”고 진술했다.

A씨는 자신이 중간에서 전달한 뭉칫돈이 범죄수익임을 알고도 반년 가까이 전국을 돌며 보이스피싱 조직을 도와 구속을 면치 못했다.

A씨는 B씨 등 인출책이 건네준 현금을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해 일당 10만∼20만원을 받아 챙겼다.

범행은 B씨가 거액 현금을 잇달아 인출하러 온 것을 수상히 여긴 은행원 기지로 드러났다. 은행원은 돈의 용처를 묻고는 입금자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그는 수출 중고차 구매대금이라는 B씨 주장과 대출상품을 갈아타려고 상환금을 보냈다는 입금자 설명이 다르자 곧바로 112에 신고했다.

경찰은 은행으로 출동해 B씨를 검거했고, 돈 전달을 기다리던 A씨 체포에 나섰다.
A씨는 B씨가 약속한 시각에 나타나지 않자 낌새를 눈치채고 경기도 의정부 집으로 달아났으나 추적에 나선 경찰에 곧바로 붙잡혔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대포통장을 구하기 힘든 보이스피싱 조직이 중고차 수출업체나 가상화폐 투자업체를 가장해 계좌를 빌려주거나 현금을 전달해 주면 수수료를 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발송하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와 B씨를 지시한 보이스피싱 조직 윗선을 쫓고 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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