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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도일보 나눔 시리즈-⑦희망야학>

<남도일보 나눔 시리즈-⑦희망 야학>
“어머니·아버지들 초롱초롱한 눈망울…힘이 솟아요”
20대 대학생들, 배움의 시기 놓친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
1968년 전남 화순서 시작…반백년 넘는 세월동안 봉사
교사들 노후 건물서 추위·더위와 싸우며 가르침 ‘열정’
전북서 출퇴근 하기도…“학생에게 얻어가는 게 더 많아”

희망야학1
배움의 시기를 놓친 이들을 위해 지역 대학교 학생 30명은 일체의 보수도 받지 않고 희망야학을 운영하고 있다.  
희망야학2
희망야학은 3월 한달간 신입생과 교사를 모집하는 홍보기간을 운영하며 참관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입교사들의 빠른 적응을 돕고, 수업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함이다. 사진은 참관수업 후 느낀점에 대해 발표하고 있는 모습.
희망야학 수업사진
1년째 국어담당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강훈(전남대 전기공학과 2년 ·20) 씨가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청솔반에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희망야학 참관중인 선생님
신입교사 지원자들과 기존 교사들이 참관수업을 듣고 있다.
게시판
희망반의 게시판.

“어머니들과 얘기하다 보면 얻어가는 게 더 많아요.”


지난 16일 찾은 광주 동구 계림동 골목길에 위치한 ‘희망 야학’. 오후 7시가 다가오자 가방을 둘러멘 50~60대 중년의 학생들이 발걸음을 재촉한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자 옥탑에 위치한 고등학교 과정을 가르치는 ‘청솔반’교실에서는 국어 수업이 한창이었다.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들 사이에는 김강훈(전남대 전기공학과·20) 씨가 강의에 열중이었다. “죽음과 삶처럼 반대되는 말을 대립이라고 해요…” 김 씨의 설명에 곳곳에서 손뼉을 치며 대답이 쏟아져 나왔다. 서로 대화를 하듯 이야기를 주고받으니 곳곳에서 웃음이 넘쳐났다. 학생들은 늦은 시간에도 눈을 반짝이며 교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다. 교사들도 하나라도 더 가르치기 위해 목소리를 키우고, 몸을 움직였다.

이날 수업을 진행한 김 씨는 희망학교의 최고 인기 강사다. 훈훈한 외모뿐만 아니라 전문 강사 못지않은 뛰어난 강의력 때문이다. 검정고시 문제를 분석해 출제 빈도를 설명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직접 교재를 만들기도 한다. 1년째 국어담당 교사이자 교무부장으로 활동한 김 씨는 “3시간 수업을 하려면 6시간 정도는 준비하는 것 같다. 교재를 구입해 수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다 보니 시간이 오래 걸린다”며 “몸이 아프거나 일이 너무 늦게 끝나지 않으면 대부분 개근을 할 정도로 학구열이 굉장히 높다. 시험이 앞두고는 보충수업을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넘치는 열정은 강의에서 그치지 않는다. 김 씨는 지난 1월부터 본가가 있는 전북 익산시에서 공익근무요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수업이 있는 날이면 근무를 마치고 헐레벌떡 기차를 타야만 수업 시간을 맞출 수 있다. 교통비만 수십만 원이 들지만 학생들과의 인연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김 씨는 “처음엔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쳤는데 실력이 늘고, 감사하다고 말씀해 주셔서 보람도 느끼고 책임감도 들었다. 광주를 오가는 게 힘들 때도 있지만 쉽게 그만둘 수는 없었다”며 “처음엔 초등학교 과정을 가르쳤던 학생이 중학교 과정을 들으며 감사하다고 전하신 게 큰 힘이 됐다. 그분이 졸업할 때까지는 계속 활동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교실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예비교사들도 자리했다. 3월 한 달간은 신입 교사와 학생들을 모집하는 홍보 기간이다. 이때는 교사지원자와 기존교사가 수업 참관을 통해 분위기를 파악하고, 객관적으로 강의를 파악하고 개선해 나가기도 한다. 이날 처음 희망학교를 방문한 지원자 오현수(광주교육대 실과교육과 2년·22·여) 씨는 “선생님이 꿈이어서 공지를 보고 친구와 함께 방문하게 됐다”며 “직접 현장을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강의를 잘하셔서 놀랐다. 단어 같은 부분도 세세하게 설명해야 하고 준비할 게 많을 것 같다”고 전했다.

‘늦깎이’ 학생 50명의 배움을 돕고 있는 이곳엔 광주교대와 전남대, 조선대, 광주여대 등 지역 대학교 학생 30명이 교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글 기초반인 가람반부터 양지반·희망반, 중학생 과정인 한뜻반, 고등학교 과정인 청솔반 등 5개 반으로 구성돼 있다. 수업은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매일 오후 7시부터 10시까지 1시간 20분씩 2개 강좌로 진행된다.

1968년 화순에서 개교해 1982년 광주시 북구 유동으로 옮겨 현재는 민간교육재단 광주희망평생교육원의 지원을 받아 동구 계림동에 자리를 잡았다. 크기가 제각각인 8평 남짓한 다섯 개의 교실들은 책상과 의자, 더위를 식힐 선풍기, 언 몸을 의지할 난로 한 대가 전부다. 이마저도 30년 세월을 지닌 오래된 건물 탓에 전력용량이 낮아 전기난방 대신 등유 난로를 사용한다. 유난히 더웠던 지난 여름은 교사는 물론 고령의 학생들에게 힘겨운 시간이었다.

한 학생은 “이번 여름에는 땀을 얼마나 흘렸던지 2주 동안 수업을 듣고 며칠을 앓아 누워 수업을 들을 수 없어 너무 속상했다”고 하소연했다. 교실은 무료로 사용하고 있지만 3층 건물의 전기세와 교재비 등은 스스로 마련해야 하므로 살림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운영비는 학생들이 매달 2만 원씩 내는 회비가 전부다. 다행히 지난해는 정부로부터 성민문해교육지원금 1천만 원을 받게 돼 교사들의 사비는 아낄 수 있게 됐다. 올해는 선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교사들은 일체의 보수를 받지 않지만 수업뿐만 아니라 부자재 관리, 행사 기획, 사업보고서 작성, 홍보 등 운영 전반을 도맡아 하고 있다. 식사도 스스로 해결해야 했지만 올해는 자비신행회의 도움을 받고 있다. 또한 자식 같은 선생님들을 생각하는 ‘어머니’ 학생들 덕분에 입이 심심할 틈이 없다. 이날도 한 학생은 도넛을, 다른 학생은 김밥과 달걀을 전해왔다.

이렇듯 학구열이 넘치는 학교지만 수업에만 치중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을 위해 실제 학교 교육과정처럼 체육대회, 소풍, 학예회, 졸업식 등을 실시하고 있다. 생업에 종사하는 학생들이지만 주말에 열리는 학교 행사의 참석률은 굉장히 높은 편이다.

1년째 양지반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김미언(전남대 의류학과 2년·20·여)씨는 “아무래도 낮에는 일하시며 개인적으로 바쁘실텐데 행사까지 참여하실 수 있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겨울제를 기획하고 진행하면서도 많은 분이 참여했고, 개인 사정으로 안 나오시던 학생분도 겨울제를 계기로 다시 수업에 나오시게 돼서 굉장히 뿌듯했다. 대부분 야학에 다니면서 소풍이나 겨울제가 가장 재밌고 기억에 남는다고 말씀하셨다”고 설명했다.

김 씨의 목표는 학생들의 기억 속에 남는 것이다. 그는 “처음 양지반 교사로 들어오면서 모든 학생들을 윗반으로 진급시키는 게 목표였다. 처음에는 수업 진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학생들과 소통하고 성향을 파악하다 보니 그런 어려움은 없어졌다”며 “이제는 목표도 바뀌었다. 학생들 기억 속에 남는 교사가 되고 싶다. 또 다른 바람이 있다면 어머니 아버님들이 못다한 배움을 끝까지 다 이룰 수 있도록 아프신 곳 없이 건강하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글·사진/한아리 기자 h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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