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통 트이는 미세먼지 정책을 기대해본다
김나윤(광주광역시의원·변호사)

축제의 계절 봄이 성큼 다가왔고, 우리의 마음은 또 다시 설레어 온다. 설레는 가슴으로 가족과 연인, 삼삼오오 나들이 계획을 준비하다가 문 밖을 나서기가 갑자기 무서워진다. 잠시 주춤했던 미세먼지는 봄철 황사와 꽃가루를 동반하여 언제 다시 찾아와도 자연스런 일이 되었고, 우리는 나들이를 가기 전 휴대전화에 미세먼지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하며 방진 마스크를 챙기는 것은 점점 익숙한 생활이 되어가고 있다.

우리 삶은 이미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것들이 변화되고 있다. 아침이면 마스크부터 챙겨 나오고, 식사는 되도록 집에서 먹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또 어쩔 수없이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농민 및 노동자들은 건강에 대한 염려가 더 늘었을 것이다.

이달 27일 서울 유니세프 한국위원회에서는 청소년들 대상으로 벨기에의 마틸드 왕비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를 주제로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서 청소년들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과 기후변화의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를 어른들의 책임회피라고 이야기하며 협력을 강조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기성세대들이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모색해도 부족한 시간에 우리들은 ‘시민은 기업에게, 기업은 정부에게, 정부는 다른 나라에...내 잘못이 아닌 남의 탓만 하고 있다’ 는 것이다. 내부 미세먼지인지 중국 발 미세먼지인지 원인이 어디 있느냐 도 중요하겠지만 오늘을 살고 있는 지금 우리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앞으로 이 나라에서 살아가야할 우리의 아이들이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이제는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된 것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에서 발표한 한국의 공기 질은 세계 180개국 중 173위라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갈수록 악화되는 상황에 최근 국회는 미세먼지를 ‘사회재난’으로 지정하는 것을 골자로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예비비 등 국가예산을 미세먼지 해결에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 정부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으로 LPG 자가용 규제를 풀고, 인공강우계획, 공기청정기 보급 등을 대책으로 발표해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책들에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에 대비한 실질적인 효과는 어느 정도일지 궁금해진다.

광주는 어떤 상황일까. 지난 달 엄청난 미세먼지로 일주일이 넘게 뿌연 도시 속에 살았다. 필자가 시의회 앞에 나가 상무지구를 봤을 때는 정말 충격이었다. 회색도시가 되어 몇 백 미터 앞 건물도 잘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니까. 광주시는 그나마 전국에서 가정 적게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있고 점점 감소 추세라는 국립환경과학원의 결과 발표가 있었습니다만 단순한 수치에 안일하게 생각하면 안 될 것이다. 피부로 직접 느끼고 사는 일반 시민들은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광주시는 ‘미세먼지 관리’ 조례를 2017년에 제정하여 시행중에 있으며 각종 자료들을 수집하여 대책을 마련 중에 있다. 허나 관공서 차량 2부제는 잘 지켜지지 않고 있고, 마땅히 강제할 방법도 없으며 각종 비산먼지나 공장에서 나오는 대기 오염 물질을 줄일만한 묘책은 찾기 어려워 보인다. 특히 조례에 나온 취약계층에 대한 실태조사는 임의규정이라는 이유때문인지 조례 제정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고, 작년 10월에 각 자치구에 경로당 공기청정기 보급비용이 지원 됐음에도 아직까지 설치는 되지 않고 있다. 

그나마 작년에 취약계층에 보급된 500만원어치의 마스크가 올해는 100배 금액이 늘어난 것에 위안을 삼아야 할듯하다. 사후약방문으로 상태가 심각해진 후 대책마련에 나서는 시정은 그만보고 싶어진다. 기본적 대책방안은 미리 만들어 놓고 평상시에 좋은 공기 질 유지를 위한 정책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며 긴급할 때에는 상황에 맞는 대안들이 나와야 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메슬로의 인간의 욕구 5단계 이론을 보면 가장 낮은 욕구인 생리적 욕구를 지나 2단계 안전과 보호에 관한 욕구가 있다. 우리가 숨을 쉬고 맑은 공기를 마시는 삶은 1, 2단계의 기본적인 욕구임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현실은 낮은 단계의 기본 욕구 조차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다. 미래를 내다보는 정책으로 미래로 달려가는 아이들이 숨만큼은 시원하게 쉴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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