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칼럼>태양 이야기

김재영(광주지방기상청 기후서비스과장)

매년 3월 23일은 세계기상의 날이다. 이즈음에 세계기상기구(WMO)에서는 매년 날씨와 관련된 주제를 정해서 회원국들과 그 의미를 함께 공유한다. 금년에는 ‘태양, 지구 그리고 날씨’ 라는 다소 거시적 관점의 메시지를 던지면서 날씨를 만들어내는 에너지의 궁극은 태양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 있다.

사실 태양이 없다면 지구라는 행성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설사 존재한다 해도 날씨라는 현상은 없을 것이다. 태양은 우리에게 온기만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날씨를 통해 물과 공기를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우리의 생명유지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는 에너지를 태양은 대가를 바라지 않고 공짜로 주고 있다.

태양의 나이는 대략 45억년이고 향후 50억년 정도 더 지속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어 아직은 젊은 태양이라고 할 수 있다. 태양은 내부 중심핵에서 초당 약 6억 톤의 수소를 핵융합하여 헬륨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만들어 낸다. 이 에너지가 태양 표면까지 도달하기까지는 무려 100만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니 지금 우리의 창가에 내려앉은 따사로운 봄 햇살은 아주 먼 옛날에서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가 태양을 눈으로 볼 때 그리 커 보이지 않지만 실제 태양의 크기는 지구 100만개를 넣을 수 있을 정도로 매우 크다. 태양 표면에서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꽃인 플레어의 고리 안에 조차 지구가 몇 개 들어갈 정도이다. 태양과 지구와의 거리는 약 1억 5천만km로, 빛은 이 거리를 초속 30만 km의 속도로 달려 약 8분 만에 지구에 도착한다. 만약 시속 100km의 속도로 쉬지 않고 간다면 171년이 걸리는 거리다.

태양이 속한 우리 은하의 반지름은 약 5광년이다. 태양계는 은하 중심으로부터 약 3광년 떨어져 은하계를 초속 250km의 속도로 2억년의 주기로 공전하고 있다. 수소를 모두 태운 태양은 결국 종말을 맞이한다. 이때 태양의 압력이 줄어들면서 점점 커져서 결국 지구까지 삼킬 정도로 거대해지는 적색거성이 된 후 점차 줄어들어 결국 하얀색의 작은 백색왜성이 되어 생을 마감할 것이다.

지구는 태양이 우주로 방출하는 모든 에너지의 약 20억분의 1밖에 받지 않는다. 지구가 1㎡ 면적에 받는 에너지는 238W이다. 이중 일부는 지구 대기의 온실효과로 지구의 온도를 유지시키고 일부는 대기 밖으로 빠져나간다. 그중에서 이산화탄소가 대기 내에 붙잡는 에너지의 양을 8.5W, 6.0W, 4.5W, 2.6W 네 가지 경우로 구분하고 각각의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될 것인가를 가늠해 보는 것이 있다. 기후변화 시나리오다. 대표농도경로라고 하는 RCP가 앞에 붙여져 우리가 기후변화 감축 노력을 전혀 하지 않고 방치하는 경우의 RCP8.5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있는 반면 모든 국가가 충실하게 감축을 이행하는 경우의 RCP2.6이라는 아름다운 시나리오도 있다.

태양이 우리에게 주는 햇빛은 생명의 빛이다. 하지만 경제발전의 뒤에 남는 찌꺼기인 이산화탄소를 통한 과식은 금물이다. 우리의 성장과 편리함이 그 과식을 부르고 있지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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