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어서 광주 못간다’는 한전배구단 …비난 자초
연고지 이전 문제 협의도 안하고 수원 잔류 결정
이용섭 시장 ‘최고 명문 구단’ 지원 약속도 외면
체육계 등 시민 반발 잇따라 …본사 항의도 계획
 

오순근 광주시체육회 사무처장과 전갑수 배구협회장 등 시체육회와 광주시배구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한전 배구단 연고지 재협약 체결에 대한 유감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남자프로배구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한전배구단)의 광주광역시 연고지 유치가 또다시 무산됐다. 한전배구단은 지난 5일 경기도 수원시와 3년간 연고지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광주시는 2014년과 2016년에 이어 세번째 도전한 한전배구단 광주연고지 유치 뜻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

한전배구단이 수원시와 연고지를 재계약한 건 ▲경기력 영향 ▲선수들의 탄원 ▲훈련환경 ▲전국 배구팬들의 여론동향 등을 고려해서 결정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선수 경기력 향상에 초점을 두고 수원시 잔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한전배구단의 결정에 광주시는 한전이 처음부터 연고지 광주 이전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결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전배구단은 2016년 수원시와 연고지 계약을 체결한 뒤 광주시에 ‘3년후인 2019년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공식 제안했음에도, 이번 연고지 결정과정에서 광주시와 제대로 된 협의절차가 한 차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실제 한전배구단은 광주시측에 장거리 이동 거리에 따른 선수들 경기력 문제를 들어 광주 이전 불가입장을 여러차례 피력했다. 지난달 22일 광주시 공무원과 광주시의원, 광주배구협회 임원 등이 인사차 한전배구단을 방문했을때 공정배 한전배구단장과 류정식 한전스포츠단장 등은 남자 프로배구팀 대부분이 수도권에 연고지를 둔 상황에서 광주로 연고지를 옮길 경우 장거리 이동에 따른 경기력 유지가 힘들고, 마땅한 훈련 상대가 없다는 점 등을 들어 연고지 이전에 반대 입장을 전했다.

공 단장과 류 단장은 같은 달 28일에는 주경기장으로 제시된 광주여대 체육관을 방문해서도 ‘축구를 해도 될 만큼 너무 크네’ ‘천정이 너무 높네’ 라며 경기 시설에 부정적인 견해을 피력했다. 이날 공 단장은 전국적인 배구 향유 기회 제공 등 스포츠 균형발전에 대해선‘스포츠 균형발전 대상이 하필 한전이냐’ ‘현대나 KIA에게 팀 창단을 요청하라’는 발언까지 할 정도였다.

한국도로공사 여자프로배구팀이 2015년 경기도 성남시에서 본사가 있는 경북 김천시로 연고지를 옮긴 뒤 우승과 준우승을 하는 등 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며 연고지 지방 이전(장거리 이동)과 선수단 경기력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지적에 대해선 “선수들이 지방 연고지를 둔 팀으로는 오지 않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한전배구단은 또 광주시의 연고지 이전 문제 협의 요청에 대해선 ‘의향서를 제출하면 우리가 판단할 것이다’는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용섭 광주시장이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선수들을 방문해 “최고 명문 구단이 되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했음에도 이틀만에 수원시와 전격적으로 재계약을 체결한 것도 이같은 ‘광주 이전 불가’ 방침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한전배구단 수원 잔류 결정은 광주지역 사회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 광주시는 한전배구단 수원 잔류 결정이 알려지자 곧장 대변인 성명을 통해 ‘정상적인 협의절차 무시’ ‘각본처럼 기습적으로 수원시와 재계약’ 등으로 표현하며 반발했다. 150만 광주시민의 간절한 열망을 철저히 외면한 것이고,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정신과도 배치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광주시배구협회와 광주시체육회 등 체육계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배구협회와 시체육회는 7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성명 발표와 함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배구협회는 “지역 상생 발전을 외면한 한전 경영진에 분노와 함께 유감을 표한다”며 “수원시와의 재계약을 당장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배구협회와 체육회는 한전 본사 항의 방문과 규탄 집회까지 계획하고 있다.

한편 한전배구단은 8일 한전배구단 수원 잔류 결정에 대한 공식 회신을 광주시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회신에서 한전배구단은 광주 배구발전을 위한 ▲배구경기 일부 광주유치 ▲코보컵 지원 ▲‘빅스톰 위크’(가칭)을 통한 배구동호회 지원 ▲팬사인회 추진 ▲ 유소년 배구교실 운영 등 다각적인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도 포함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