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소환

<정세영 정치부 차장>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을 실감케 하는 요즘이다. 세상은 십 수년새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국민학교에서 초등학교로 바뀌던 시절, 엄마가 정성스럽게 싸 준 도시락을 들고 학교에 간 기억도 이제는 옛날 얘기에 불과하다. 요즘은 학교에서 모두 급식을 먹는데다 방과후 간식까지 있다고 하니 말이다.

전화는 또 어떠한가. 50원짜리 동전 몇 개를 들고 동네 슈퍼 앞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걸어 친구들과 실컷 수다를 떨던 때는 아득하다. 이제 공중전화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생애 첫 핸드폰은 중학교 때로 기억한다. 전화와 문자 전송만 됐지만 어찌나 신기했는지 모른다. 이제는 5G시대가 도래했다니 앞으로 어떻게 더 변할 지 모르겠다.

광주도 수 십년간 격세지감을 느끼고 있다. 황무지였던 곳에 아파트가 건립되고 기자가 자주 갔던 학교 앞 문구점이 사라진 대신 카페가 그 자리에 들어서기도 했다.

최근 광주 우치공원 패밀리열차가 올해 7월부터 전기열차로 교체 운행될 계획이라는 소식을 접했다.

수 백만명의 손때가 묻은 이 열차는 광주시민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타봤을 듯 싶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단골 소풍 장소였던 광주 우치공원. 이곳의 명물은 단연 패밀리열차였다. 패밀리열차는 우치공원 잔디밭을 지나 그 당시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의 나라’였던 패밀리랜드로 안내하는 마법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패밀리랜드까지 걸어가던 이들의 부러운 눈초리는 덤이었다.

1991년 패밀리랜드 개장과 더불어 역사를 같이한 이 열차는 이제 추억 속으로 사라진다. 대신 비슷한 모양의 전기열차가 패밀리열차의 뒤를 이어 달린다. 경유로 달리던 열차가 전기로 운행하게 된 것 뿐인데도 아쉬운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아마 그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였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광주시는 패밀리열차가 멈춰서게 되면 사후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폐기하기 보다는 추억의 전유물로 가치 있게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길 기대해본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