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마그네슘 특화단지’ 조성 무산 위기

포스코 “순천 마그네슘 판재공장 매각 검토”

과학기술부 예비타당성 평가도 부적합 판정

포스코가 13년간 투자해온 마그네슘(Mg) 사업에서 손을 뗀다. 수요 예측이 빗나가며 적자가 10년 넘게 지속된데다 온실가스와 토양오염 등 환경오염문제도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포스코의 마그네슘 사업 철수로 순천 지역을 마그네슘 클러스트 단지로 조성하려 했던 전남도와 순천시의 계획도 틀어지게 됐다.

철강업계와 포스코에 따르면 최근 내부적으로 순천 마그네슘 판재공장 매각 검토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는 2000년 초 미래 수요가 커질 신소재 사업의 일환으로 마그네슘 생산·제련에 투자했다. 당시 마그네슘은 초경량 미래 소재로 각광 받았다. 마그네슘은 무게가 알루미늄의 65%, 철강의 22%에 불과하지만 강성은 뛰어나고 열전도율도 좋은데다 전자파 차단 기능도 있다. 이 때문에 휴대폰과 노트북, 자동차 차체 등에 대한 수요가 폭증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실제로 포스코는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가 확산되기 전인 2007년 순천 해룡산업단지에 약 900억 원을 들여 마그네슘 판재공장을 지었고 2012년에는 강릉 옥계에 1만톤의 마그네슘괴를 제련할 수 있는 공장도 준공했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마그네슘 합금의 최대 경쟁자인 알루미늄 합금이 대세로 자리 잡으면서다. 마그네슘 소재는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자리를 잡지 못했다. 기대했던 스마트폰 케이스도 알루미늄을 거쳐 최근에는 유리소재로 바뀌었다. 글로벌 스마트폰 업체 관계자는 “마그네슘은 물성이 단단하고 가벼운 것은 맞는데 주조와 후처리가 어려워 스마트폰에 적합한 재료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자동차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강화되는 각국의 연비 규제를 맞추기 위해 마그네슘 소재를 자동차 차체에 많이 적용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알루미늄과 초고강도강판 등 철강소재가 이를 대체했다. 마그네슘이 가볍기는 하지만 부식으로 후처리에 많은 공정이 소요돼 양산차에 적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여기에 전 세계 마그네슘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중국이 원재료를 쥐고 흔들면서 포스코의 마그네슘 사업은 더 위기를 맞았다.

환경 문제도 고민이다. 2013년 강릉 옥계공장에 지은 마그네슘 공장에서 페놀 등 독성물질이 누출되면서 토양을 오염시켰고 결국 포스코는 옥계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무엇보다 마그네슘은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를 배출하고 주조할 때 육불화황(SF6)을 사용해 온실가스를 대거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지며 환경단체들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포스코의 순천 마그네슘 공장은 국내 개별 사업장인 탓에 구체적인 적자 규모는 재무제표에 표기되지 않는다. 하지만 2007년 이후 단 한 해도 흑자를 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스코가 순천 마그네슘 공장을 매각하게 되면 공식적으로 마그네슘 사업에서 철수하게 된다. 초기(약 900억 원)와 추가(약 430억 원) 투자비, 강릉 옥계산단 손실액(437억 원) 등에 매년 운영 적자를 감안하면 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마그네슘 사업을 접는 셈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매각을 검토 중에 있으나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유관부품사 및 중견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사업운영을 최적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순천지역을 마그네슘 특화단지로 조성하려 했던 전남도와 순천시의 계획은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초경량 마그네슘소재 부품 육성사업’도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순천시는 지난 2016년 10월 17일 포스코, 전남도와 순천 마그네슘 판재공장에서 마그네슘 생산·가공설비 증설을 위한 1천230억 원 규모의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앞서 8월 10일 대통령 주재 제2차 과학기술 전략회의에서 발표된 인공지능, 탄소자원화, 포스트 철강 경량소재 등 국가 ‘9대전략 프로젝트’ 추진의 일환이다.

당시 조충훈 순천시장은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와 함께 포스코 권오준 회장을 만나 순천시가 조성한 해룡산단에 국가 9대전략 프로젝트 중 하나인 경량소재 포스코 마그네슘 클러스터 단지 추진을 건의해 협약을 이뤄냈다.

또 현 허석 순천시장은 마그네슘 산업육성과 관련, 연관산업 점검과 정부기관과의 상호 협조를 위해 2018년 8월 8일 경남 창원시에 소재한 한국기계연구원 부설 KIMS(Korea Institute of Materials Science) 재료연구소를 방문했다.

KIMS재료연구소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연기관이며 마그네슘 소재 관련 국내 권위기관으로 허 시장은 마그네슘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재료연구소 순천분소 유치를 추진코자 순천시 투자유치과 직원들과 함께 찾았다.

이어 2018년 11월 마그네슘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고 있는 독일 헬름홀쯔연구소와 폭스바겐사의 중앙연구소 관계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재료연구소 연구원 등 6명이 순천시청을 방문하고 해룡산단에 마그네슘 소재 연구센터 추진에 합의했다.

이처럼 순천시는 1단계로 글로벌 마그네슘 연구개발(R&D)센터를 건립하고, 2단계로 소재·부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예비타당성 조사에 앞서 실시된 과학기술부의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아 관련 기관과 함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순천시 관계자는 “포스코가 순천 마그네슘 공장 매각 검토에 들어간 것을 알고 있다”면서 “포스코가 마그네슘 사업에서 손을 뗄 경우 순천마그네슘 클러스터 사업은 물건너 간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동부취재본부/윤종채 기자 yjc@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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