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과 영혼
형광석(목포과학대 교수)

4월이 오면 두렵다. 3월 말부터 맘과 몸은 언행을 삼가는 분위기로 바뀐다.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 몰라서다. 기억하건대, 유독 4월에 대형재난, 중대재해, 평생 가슴을 치게 하는 사고 등이 많다. 어떤 이는 그 사고 자체로, 또 다른 어떤 이는 사고로 잃은 피붙이로, 또 어떤 이는 사고에 따른 후유증으로, 가슴을 짜내는 트라우마(trauma)로 고통 받는 분이 셀 수없이 많아 보인다. 누구든 기억하고, 영원히 기억해야 할 2014년 4·16사변이 그런 정황과 심리상황을 상징한다. 곧 닥칠 4월 16일에는 5년 전 갑자기 하늘에서 데려간 영혼들을 기억하며 되새겨보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참새만도 못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지 않을까 싶다.

이번 4월도 그냥 시작하지 않았다. 정부가 국가재난 사태를 선포할 만큼 지난 4일과 5일에 걸친 강원도의 산불은 대형이었다. 인명도 잃었다. 주민 수백여 명이 이재민이 되었다. 6일에는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였다. 망연자실한 이재민의 모습에서 이번 재난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한다. 잿더미로 변한 삶의 터전, 살림살이, 생계수단 등에서 보는 잿빛은 이재민의 가슴이 어떠한지를 대변한다.

한편 도로변이나 이 산 저 산에 핀 벚꽃은 활짝 웃는 모습이다. 최근 몇 년간에 본 벚꽃 중에서 가장 멋져 보인다. 대체로 동감할 거다. 벚나무에 불이 난 듯이 분홍 꽃잎이 나무를 덮었다. 벚꽃 군락은 대형 불꽃으로도 보인다. 벚꽃은 아름다움도 선사하지만 불을 연상시킬 정도로 섬뜩하다. 벚꽃을 바라보는 서로 모순된 감정이 요동친다. 불편하기 그지없다.

왜, 4월은 유독 고통으로 시작할까? 왜, 예수님은 4월에 돌아가시고 부활하셨을까? 4월은 조상의 영혼이 무척 힘들어하는 시기일까? 전통적으로 4월에 청명절을 설정한 까닭은 무엇일까? 청명절 제사는 영혼이 편히 쉬도록, 차분해지도록 정성을 다해 영혼을 위로하려는 목적의 제사일까? 봄철에 영혼은 배고플까? 배고프던 시절에 춘궁기를 경험한 영혼들은 4월에 그 고통으로 가슴앓이를 하는가? 왜, 고통은 알알로 가슴에 맺힐까?

지난주 중국 하이난성 방문 중에 어느 집안의 ‘청명절 제조’(淸明節祭祖) 활동에 참여했다. 청명절은 맑고 밝은 시기인지라 조상의 영전에 제를 올리고 유택을 관리하기에 좋다는 줄은 알았지만, 중국에서 청명절에 온 일가친척이 모여서 조상을 추모하고 기리고 축제처럼 즐기는지를 미처 알지 못했다. 엊그제 일요일에 시제를 지낸 분이 많을 줄 안다. 이 산 저 산에서 조상님께 제사를 올리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5·18민주화운동 영령, 4·16사변 영령, 현대사의 각종 비극적 사건으로 세상을 떠나야만 했던 영령, 고 노회찬 의원을 추모하기보다는 세 치 혀를 현란하게 움직이는 일부 정치인과 지식인을 볼 때면, 그들이 참으로 부럽다. 생각건대, 자기로 보나 배우자로 보나 8촌 이내의 친족 중에는 요절한 사람,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 노동 현장에서 중대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 사고 후유증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 노인이 되어도 노년 장애를 가진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으리라는 점에서 그렇다. 바로 그 조건이 충족되는 자라면, 잡된 세상 물에 물들지 않도록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여 울타리 쳐 보호해도 좋겠다.

친족 중에 중증장애인, 교통사고 장애인, 직업병으로 인정된 암 환자가 한두 명이 됨에도 불구하고 세 치 혀를 현란히 움직이는 사람은 더 부러운 존재이다. 친족의 고통을 거의 극복하고 ‘외상 후 성장(PTGㆍPost traumatic Growth)’을 이뤄낸 지식인이고 정치인으로 보여서 그렇다.

하느님께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청하고, 대자대비하신 부처님의 가피(加被)를 청하는 행위는 하느님과 부처님은 그 자체로 자비롭지는 않다는 인식의 표현이다. 그렇기에 세 치 혀의 장난은 벌 받기에 딱 맞다. 따뜻한 가슴은 발로 전달되어 표현되어야 한다. 각자의 발걸음, 손놀림, 혀 놀림은 조심스럽게 하면서 마음을 추슬러가며 나와 4월 영혼 간의 단절을 극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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