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

의사의 자존심은 환자를 보호할 때 지켜진다

심진석 <사회부 기자>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대상과 ‘믿음’ 그리고 ‘신뢰’를 형성한다. 그 대상이 사람일 수도 있고, 동물일 수도 있고, 직업일 수도 있으며, 명예, 능력, 심지어 돈일 수도 있다. 살아온 환경이나 가치관에 따라 어떤 것을 더 믿고 신뢰할 지 조금씩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적어도 아픈 사람이 곁에 있거나, 본인이 아플 경우엔 의사라는 사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믿음과 신뢰의 두께는 다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따라서 그 기대가 무너졌을 때 느끼는 상실감 역시 크고 무거울 수밖에 없다.

의사의 강제퇴원 지시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열이 40도가 넘고 혈변을 보는 1살 아이를 데리고 병원문을 나선 어머니의 감정도 이와 크게 다르진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최근 지역 한 아동 전문 병원이 노로바이러스로 치료를 받던 여아를 강제 퇴원시켰다는 의혹이 일어 논란이 일고 있다. 보편적인 상식을 갖는 이들이라면 “어떻게 그럴 수 있냐?”란 질문을 갖게 될 것이다.

관련 기사를 작성한 기자 역시 답을 찾기 위해 수차례 해당 병원에 문의를 했지만 해명은 커녕 환자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황당한 이유로 거절했다. “알아서 판단 하라”는 식이었다.

그래서 굳이 상황을 분석해 보면 이렇다. 당시 환자는 일주일 간격을 두고 두차례나 해당 병원에서 노로바이러스로 인한 장염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첫번째 입원 당시보다 두번째 입원했을 때 증상이 더 나빠지자 아이 어머니가 간호사에게 “큰 병원으로 가야 할까요”라고 물었다고 한다.

아픈 아이를 둔 부모라면 언제나 할 수 있는 질문이다. 그러나 병원측은 그것을 빌미로 그 다음날 퇴원을 요청했다. 부모가 가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병원측은 막무가내였다고 한다.

다른 병원으로 가야하느냐는 물음이 흔히 의사들이 ‘역린’으로 여긴다는 자존심을 건드린 것일까? 분명히 할 것은 환자의 걱정 정도를 역린으로 느낄 만큼 속 좁은 의사라면 존재 가치도 없다는 점이다.

의사는 단순한 직업이 아니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의사로서의 자존심은 환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치료할 때 비로소 지켜지는 것이다. /심진석 기자 mourn2@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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