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신입생 모실땐 언제고 이제 와서…

이은창 중·서부취재본부 기자

“군대 다녀오니 제가 다니던 학과가 없어져, 사회체육학과로 옮겼죠. 근데 또 폐과라뇨…”

최근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초당대학교가 학생들과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3개 과에 대한 폐과를 결정하자 한 학생이 기자에게 한 말이다. 이 학생은 군대에 간 사이 자신이 다니던 학과가 폐과돼 전역후 울며겨자 먹기로 과를 옮겼는데, 옮긴 학과 마저 폐과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분통을 터뜨렸다고 한다. 어처구니 없는 상황 속에서도 이 학생은 올해 입학한 2019학번 후배들을 먼저 걱정했다. 개강 한달 만에 폐과 소식을 들은 신입생들이 받을 충격이 더 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대학 측은 학령인구 감소로 입학생이 꾸준히 감소하자, 이같은 폐과 결정을 내렸다고 한다. 지방대가 살아남기 위해선 살을 깎는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해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의 살이 아닌 학생들의 살점이 떨어져 나갈 판이라는 점이다. 미래를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은 하루 아침에 진로를 다시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꿈에 다가가기 위해 이제 첫발은 내딛은 신입생들에겐 가혹한 상황인 셈이다. 학교 측이 기존 재학생들에 대해선 졸업까지 정상 교과과정을 운영한다고 밝혔지만 학생들에겐 이 마저도 들리지 않는 절박한 마음이다.

지방대학의 구조개혁은 어제, 오늘 일은 아니다. 대학 졸업이 당연시됐던 과거에서 취업이 지상과제가 된 지금, 대학 입학은 이제 선택 사항일 뿐이다. 더욱이 청년들의 이탈이 계속되고, 입학생이 꾸준히 줄어드는 지방대의 경우 경쟁력 또는 생존력을 갖추기 위해 몸집을 줄이는 건 이제 의무사항이기도 하다.

하지만 개혁의 과정도 학생이 먼저여야 한다. 당사자인 학생들의 말을 듣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부디 초당대의 이번 사태가 학교 측과 학생들의 무한대립이 아닌 대화와 협력 속에 현명하게 마무리 되길 기대하며, 달라질 지방대의 앞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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