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운전자 300만시대…안전대책 절실
<허진호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 팀장>

지난 1월 17일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이 운전하다 사고를 낸 차량이 영국 남부 노퍽 카운티의 왕실 별장 인근 도로에 전복됐다. 소식이 전해지자 영국인들 사이에선 왕족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필립공이 아직도 직접 운전을 한단 말인가?”라는 반응이 나왔다. 아무리 왕족이라고 하지만 100세를 내다보는 그가 운전대를 계속 잡도록 허용해서는 안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런 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는 듯 이틀 뒤 왕실 별장으로 새 랜드러버 자동차가 배달됐고 필립공이 별장 인근에서 새 자동차를 운전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가 안전띠를 매지 않고 운전을 한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자 결국 운전면허를 반납한 일이 있었다.

고령운전자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는 영국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최근 고령 운전자 사고가 잇따르면서 안전을 위해 나이 들면 운전대를 놔야 한다, 아니다 노인이라고 차별해서는 안된다는 논란이 뜨겁다.

지난달 서울에서는 96세 고령 운전자가 주차를 시도하던 중 행인을 치어 숨지게 했다. 경남 진주의 한 고속도로에서는 저속으로 운행하던 72세 운전자의 트럭을 뒤따르던 차량이 피하지 못해 뒤차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낸 교통사고는 2013년 1만 7천590건에서 지난해 2만6천651건으로 5년 사이 50% 이상 증가했다. 노인인구 증가로 고령운전자 사고는 해마다 증가한다고 봐야 한다. 그만큼 사회적 경제적 손실이 커진다. 이렇듯 최근 노인분들의 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시민들 불안이 높아지면서 청와대 청원에도 등장하였고, 정부도 몇가지 처방을 내놓았다.

75세 이상 운전자의 운전면허 갱신 및 적성검사 주기를 5년에서 3년으로 줄였고, 면허취득 또는 면허증 갱신 전에 반드시 면허시험장에서 2시간 짜리 안전교육을 받도록 했다. 고령자들이 자진해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도록 하는 지자체도 등장했다. 부산이 지난해 전국 최초로 65세 이상 운전자를 대상으로 면허증 자진 반납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한 이후 이와 비슷한 제도를 도입했거나 도입을 검토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고령운전자 사고를 막기위해 교통표지판이나 안내판의 크기를 확대하거나 야간사고 다발지점에 가로등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교통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고령자 스스로 운전을 자제하도록 TV등을 통해 계도 활동을 하고,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겠지만 의학적·사회적 공감대를 거쳐 일정 연령이상의 노인의 운전을 금지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앞으로 고령운전자의 증가는 피할수 없는 현실이다. 고령운전자에 관한 이해를 바탕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첨단 기술을 적용해 안전한 교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노인층 교통사고를 줄이는 일은 정부의 노력이나 예산만으로는 한계에 직면한다. 가정과 사회 전체가 노인에 대한 관심으로 교통사고를 줄여 나가야 노인층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기여할 것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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