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보라 뚫고 온 ‘PEACE’…평화의 물결 가르자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지구촌에 감동 전파
올림픽 정신 극대화 ‘극찬’…최고 무형 유산 ‘평화’
경기장 사후 활용 과제 여전...유형 레거시 창출 총력
■연합 기획취재-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성공요인, 레거시에서 찾다
<3>평창올림픽이 남긴 유·무형 유산
 

지난해 열린 평창올림픽 스노우보드 하프파이프 경기 모습. /평창군 올림픽 기념사업단 제공

인구 4만 2천에 불과한 강원도의 작은 시골 마을 평창. 지구촌은 의아해했다. 과연 이 작은 도시에서 전세계 스포츠 축제인 동계올림픽을 치를 수 있을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평창을 아는 이들은 극소수였지만 지난 한 해 평창은 전 세계인에게 평화의 감동을 선사한 도시로 각인됐다. 지난해 2월 9일 개막한 2018평창동계올림픽 이후 평창의 브랜드 가치는 최고로 치닫았다.

전 세계 92개국 2천920명의 선수가 출전해 강원도 평창과 강릉, 정선 일원에서 치른 17일간의 열전은 평창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국민들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게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올림픽 직전에 결정된 북한 참가 소식과 남북 공동 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은 올림픽 정신으로 일맥상통하는 ‘평화 메시지’를 지구촌에 전파하는 역할을 해냈다. 이는 평창 올림픽이 남긴 대표적인 무형 ‘레거시(Regacy·유산)’다.

물론 과제가 없는 건 아니다. 폐막 1년이 흘렀지만 경기장 사후 활용은 풀어야 할 가장 큰 고민거리다. 강원도 등이 최근 들어 올림픽 유산 사업을 전담할 기념재단을 설립하는 등 올림픽 레거시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올림픽의 열기가 식은 상황에 레거시 사업을 전개한다는 데 어려움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2019광주세계수영대회를 준비하고 있는 광주시와 광주수영대회 조직위원회도 대회 이전부터 유·무형 유산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선 레거시 사업을 미리 계획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올해 3월 열린 평창 평화포럼 폐회식

◇무형 레거시 ‘평화’에 초점=평창올림픽 하면 단연 떠오르는 대표적 레거시는 단연 ‘평화’다.

전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로 남아있던 한국은 올림픽 취지에 가장 부합한 성공적 대회를 이끌어냈다.

30년 만에 대한민국에서 열린 평창올림픽은 남북 동시 입장을 비롯해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 북측 대표단과 응원단이 함께하면서 ‘남북 화해 무드’를 조성했다. 그 결과 한반도에 남북평화 분위기 속에 남북정상회담이 세 차례나 열리는 등 얼어붙었던 남북 교류에 물꼬를 텄다.

이를 계기로 평창군은 평창 올림픽의 가장 큰 유산인 평화를 레거시 사업에 활용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다.

평창군은 ‘평창평화특례시 추진’과 ‘평화포럼 개최’, ‘올림픽 특구 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평창올림픽이 남북화해와 세계 평화로 이어지는 평화의 첫걸음을 뗐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천장호 평창군 올림픽기념사업단장은 “강원평화특별자치도 특별법과 연계해 평창평화특례시 승격을 추진 중”이라며 “올림픽 이후 ‘평화의 시작점’이라는 브랜드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여러 어려움은 있지만 내부 논의를 통해 정부에 건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물론 평창평화특례시는 평창군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 강원도와 정부 차원의 지지가 요구된다.

‘평화포럼’은 올림픽의 최고 무형 유산인 ‘평화’의 메시지를 지속 전파하기 위해 마련됐다.

강원도와 평창군이 공동으로 지난 2월 9일부터 11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컨벤션센터에서 ‘평창에서 시작하는 세계평화’를 주제로 2019평창평화포럼을 개최했다. 또 지난달 30~31일 평창 올림픽 경기장과 오대산 월정사 일원에서 ‘2019 평화와 지속가능한 발전 포럼&투어’도 진행했다.

민간 차원에서도 평창평화영화제를 여는 등 ‘평화=평창’이라는 확고한 이미지 정착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평창군은 강원도와 함께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에 의해 올림픽 특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림픽 특구는 올림픽의 성공 개최와 폐막 이후 주요 시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지정된 특별구역을 일컫는다.

강원도와 평창군은 올림픽 개최 후 시설 관리 및 레거시 사업을 위해 ‘올림픽 특구종합계획 변경’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강원도는 강원연구원에서 올림픽특구 종합계획 2단계 수립 중간보고회를 열고 15개 특구사업을 반영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특히 평창군의 경우 평창올림픽프라자에 국비 237억을 포함해 총 436억을 투입, 평화테마파크를 조성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특별법에 의거, 올림픽이 끝난 이후 국비 지원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라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광주세계수영대회를 치르는 광주시가 향후 레거시 사업 순항을 위해 지금부터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평창올림픽 당시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에서 참가 선수가 하늘을 가르며 점프하고 있다. /강원도개발공사 올림픽시설팀 제공

◇폐막 1년…올림픽 경기장 사후활용 ‘고민’=평창올림픽이 역사상 가장 훌륭한 대회로 평가받긴 했으나 경기장 사후활용 방안은 과제로 남아있다.

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신설된 경기장은 강릉 스피드 스케이트 경기장과 강릉 하키센터, 올림픽 슬라이딩센터, 관동 하키센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 아이스 아레나, 쇼트트랙 보조 경기장 등 총 7곳이다.

기존 시설을 활용·보완한 경기장은 휘닉스 스노경기장, 강릉 컬링센터, 용평 알파인 경기장, 스키점프센터, 크로스컨트리센터, 바이애슬론센터 등 총 6곳이다.

올림픽 경기장 13곳 가운데 9곳은 사후활용 방안이 확정됐으나 일반인 이용이 어려운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과 강릉 하키센터,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정선 알파인 경기장 등 총 4곳은 아직도 고심 중이다.

특히 알파인 경기장의 경우 존치 또는 복원을 두고 첨예한 대립 논쟁을 벌이고 있다. 최근 최문순 강원도지사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을 제안했지만 향후 난관이 예상된다.

이와 별도로 경기장을 제외한 올림픽 상징건물과 부대시설 사후활용 방안은 잠정 확정됐다. 올림픽 레거시와 선수 육성 등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혔다.

평창올림픽 상징건물인 조직위 주사무소 건물은 리모델링해 대한체육회의 ‘동계스포츠 종목 훈련센터’로 활용된다. 국제방송센터(IBC)는 국립중앙도서관의 국가문헌보존관이 들어설 예정이다.
 

눈 덮인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전경. /평창군 올림픽 기념사업단 제공

◇기념재단 설립…레거시 보존·계승 ‘총력’=강원도는 중앙·개최도시·관계기관 등과 협력적 거버넌스를 통해 ‘재단법인 2018평창 기념재단’ 설립을 가시화하는 등 체계적인 올림픽 레거시 창출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재단의 주 사무소는 평창군 대관령면에 위치한 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소에 설치하기로 하고, 올림픽 성과를 계승·기념하고 국가적 대회유산의 후속 사업을 지속해서 이어가고자 추진한다.

문체부, 강원도, 대한체육회 등 관계기관이 참여하는 설립준비 실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 지난달 25일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창립총회에서 유승민 IOC 위원을 재단 이사장으로 정하고, 문체부와 조직위, 대한체육회 등 체육단체와 강원도, 평창·강릉·정선군 올림픽 개최 시·군 등의 당연직 이사 9명을 재단이사로 선임했다.

기념재단은 올림픽 잉여금(추산 619억원)을 기본 재산으로 운영되며 정부 재정지원과 수익사업 등으로 올림픽 유산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IOC 협력사업과 드림 프로그램 등 동계스포츠 저변확대 프로그램 중심으로 유산사업을 진행하고, 추가 재원이 확보되면 업무를 확대한 2단계 기념재단으로 전환키로 했다.

2단계 기념재단은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 강릉 하키센터,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 대한 지원으로까지 업무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평창이 광주에게 준 과제는=평창올림픽은 광주세계수영대회에 하나의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 바로 평창에서 발현된 ‘평화’의 불씨를 광주가 이어나가야 한다는 사실이다.

광주시와 조직위는 현재 대회 슬로건인 ‘평화의 물결 속으로’를 필두로 ‘평화’에 초점을 맞춰 수영대회를 준비 중이다. 수영대회가 남과 북이 하나되는 ‘평화의 축제’로 거듭날 수 있도록 남북 단일팀 구성, 북한 응원단 참가 등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무게감이 쏠리고 있다.

또 올림픽이 끝난 후 특별법에도 국비 지원 근거가 없다는 점에 유형 레거시 사업이 탄력을 받지 못하는 평창의 상황을 답습해서는 안된다.

특히 광주는 저예산 고효율 대회를 위해 주경기장 등 일부를 제외하곤 임시풀 등으로 대처한 상황이라 딱히 남길 유형 레거시라곤 수영진흥센터 건립이 전부다.

하지만 센터 건립은 수영대회가 끝난 후 국비 확보부터 시작단계에서 추진될 예정이라 국비 지원 근거 마련도 어렵고 대회 개최 효과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뒤따라 사업에 난항을 겪을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수영대회 준비와 더불어 수영진흥센터 건립을 위한 당위성 논리 마련, 국비 확보 등에 적극 나서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평창군 관계자는 “평창이 그랬듯이 광주도 대회 준비로 눈 돌릴 시간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대회를 유치하는 기회는 앞으로도 쉽게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대회 이후 광주의 모습을 미리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평창/정세영 기자 jsy@namdonews.com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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