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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현장>‘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부모들
<기자현장>‘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부모들

정희윤(사회부 기자)

정희윤 기자
아이돌보미가 14개월 영아를 수십차례 학대한 이른바 ‘금천구 아이돌보미 사건’은 전국민에게 충격을 안겼다. 정부가 시행하는 정책인 만큼 믿고 맡겼던 부모들은 경악했으며, 손주·조카 등을 둔 모든 국민은 치를 떨어야 했다.

이번 사건은 피해아동의 부모가 아이돌봄서비스의 제도적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학대 장면이 담긴 CCTV영상을 공개하면서 일파만파 퍼졌다. 해당 영상엔 일반적 상식으론 납득하기 어려운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돌보미는 14개월여 밖에 되지 않은, 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밥을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는가 하면, 억지로 음식을 입에 우겨 넣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침대에서 떨어진 아이를 보고도 밖으로 나가는 등 학대를 넘어 ‘인간이 어떻게 저럴 수 있나?’하는 생각까지 들게 할 정도였다.

아이돌봄서비스는 정부의 대표 보육 정책의 일환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직접 돌보미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부모들 사이에선 오랜시간 대기도 마다하지 않는 등 신뢰의 대상이었다. 특히 출산 후 경력단절을 걱정하는 ‘엄마’들에게 아이돌보미의 손길은 무엇보다 더 절실했다.

그러나 현실은 참담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의 배경에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돌보미 자격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보육교사 자격증 등 자격을 갖춰야 하는 어린이집 교사와는 달리 아이돌보미는 전업주부나 경력단절 여성 등 육아경험을 가진 여성이라면 누구나 지원 가능했기 때문이다. 간단한 서류심사와 면접을 거쳐 이론교육 80시간, 실습교육 10시간만 이수하면 돌보미로 나설 수 있었기에 관련 자격 검증과 교육은 부족했다. 즉, 돌보미 대부분이 아동의 인권을 존중하고 발달·심리 등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않은 채 자신들이 자녀를 키운 방식으로 돌보미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피해 부부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글을 보면 “어린이집이든 아이돌봄서비스든 믿고 맡길 수 없는 열악한 환경 탓에 아이를 갖지 못하는 제도적 불임 부부들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이는 아이돌보미 수를 늘리는데만 급해 자격검증은 물론 교육 등도 방치하고 있는 정부의 행태를 꼬집는 일침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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