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끝에서 펼쳐지는 ‘天地人-生’의 파노라마
중견작가 백현호 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초대전
18일부터 24일까지…옻칠 작품 등 50여점 선봬

백현호 작 ‘천지인-생’
정산 백현호 화가

사람이건 사물이건 겉만 보고 판단하기 힘들다. 외관은 그럴싸하나 속이 텅 빈 경우도 적잖다. 그 뿐이 아니다. 표면은 하얀색이나 속은 까만 색일 수도 있고, 당차게 보이는 겉과는 달리 속은 여릴 수 있다. 안팎이 결코 같지 않은 세상, 그래서 불편하지만 재미도 있다. 속과 겉에 담긴 복잡한 이야기를 들여다보며 해석하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정산 백현호의 그림세계도 마찬가지다. 겉과 속이 다르다. 겉은 하나의 색깔로 표현되는 듯 하나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가 아니다. 많은 형상과 의미들을 함축하고 있다. 올해 화력 42년인 백 작가는 자신이 걸어온 길 만큼이나 두꺼운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낸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하나의 색으로 결집시켜 낸다.

백현호의 개인전이 광주시립미술관 금남로분관 초대로 18일 개막해 이달 24일까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2014년 이후 5년만의 개인전이다. 전시작품은 모두 50여점으로 대부분 산과 꽃을 그린 채색화다. 그가 한동안 추구했던 산수화 작품도 몇 점 선보인다.

열여덟 나이에 처음 붓을 잡은 백현호는 20년 넘게 전통산수화를 고집했다. 대한민국한국화대전 최우수상과 대상 등을 수상하고 10여차례 개최할 만큼 산수화 분야에서 실력과 작품성을 높이 평가받았다. 그는 20년전 채색화로 변화의 물꼬를 튼다. 하얀 색을 앞세워 단순 추상 함축 등의 미학을 살린 길로 들어섰다. 생명있는 것이라면 성장하고 변화해야 하는 게 자연의 섭리일진대 20년 넘게 그린대로라만 그릴 수 없다는 생각에서다. 그리고 오래도록 전통산수 대신 축약된 하얀 산들을 그려왔다. 하늘이 청색, 빨간색 등 어떤 색이었더라도 산은 희었다. 그가 ‘하얀 산’ 작가로 알려진 배경이다.

이렇게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작가는 다시 새로운 길로 들어선다. 오랜시간 그려왔던 하얗게 표현한 것 뿐만아니라 빨갛고, 푸르게, 그리고 노랗게도 그렸다. 그렇다고 단순한 빨간산, 푸른산, 노란산이 아니다. 여러가지 색의 물결이 캔버스 바닥에서 물결친다. 푸른산, 청색산도 마찬가지다. 수백 수천 수만 번의 붓질로 켜켜이 쌓아올린 산들이다. 수련에 가까운 작가의 의지와 집념, 열정을 엿볼 수 있다. 전시 타이틀 ‘天地人-生’ 역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있는 예술세계에서 새로운 길을 나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특이한 건 산 그림엔 꼭 사람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거대한 산 아래 사람들이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런데 맨 앞에 사람은 허리를 쭉 펴고 있다. 사람들은 뒤로 갈수록 허리를 숙이고 있다. 왜 그럴까. 작가는 “맨 앞에 가는 사람은 앞을 바라보면서 뒤도 살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인간이 살면서 자신과 다른 사람의 걸어온 길을 한번쯤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설명했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옻칠로 그린 작품 2점도 선보인다. 작가는 언제가 베트남에서 옻칠그림을 보고 크게 감동받았다. 중후하면서도 오묘한, 그리고 깊이가 더해진 색에 반해 자신의 작업에 옻칠을 적용했다. 새로운 기법을 시도한 것이다. 작품을 위해 작가는 무등산 월출산을 비롯 강진 주작산, 화순 백아산, 지리산, 설악산, 금강산을 올랐다. 그가 다녀왔던 산들이 작품속에 있다.

전남대 미술학과를 졸업한 작가는 광주와 서울, 일본에서 16회 개인전을 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등 국내외 단체전 및 초대전에 300여차례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특선과 대한민국한국대전 최우수상우수상, 무등미술대전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대한민국미술대전과 무등미술대전, 광주광역시미술대전 초대작가와 전남대 평생교육원 한국화 전담교수 등으로 활동중이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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