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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3부 광해시대 1장 역사 청산 <319>

두만강의 강상(江上)에 희뿌연 물안개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안개 무더기 사이로 소리없이 전선(戰船)을 저어가면 무난히 적의 포구에 도달할 것이었다.

“만주 땅이란 조선반도의 몇 배가 되는 땅인데 다이샨을 납치해간 산적들을 어디서 찾겠소? 한강 모래밭에서 바늘찾기 아닌가? 그렇다고 생포된 저 자들이 말해줄 것같지도 않고...”

최명길이 뒤를 따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불가능하다고 포기할 순 없지.”

정충신은 다이샨을 어떻게든 구해내야 했다. 그는 왜군을 무찌르도록 전마(戰馬) 2백필을 보내주었다. 그것이 왜군을 몰아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뻗치지 않는다는 것은 우정과 호의를 배신하는 행위다. 방심한 나머지 야인여진 부족에게 생포되어 끌려간 그를 방치할 수는 없는 것이다.

만주는 동북 3성과 내몽골 자치구 일부로 구성되어있는 광활한 대지다. 그중 야인여진 부족 일당은 북간도에 터를 잡고 약탈을 일삼고 있었다. 간도는 만주 중 지린성의 중심이며, 랴오닝성과 헤이룽장성이 일부 포함되는 땅이다. 조선에 간도라 부르는 지역은 두만강 북부의 북간도(중국명 동젠다오)를 주로 가리키고, 이 지역은 백두산에서 발원하여 동쪽으로 흐르는 두만강 변경을 따라 허룽-옌지-왕칭-훈춘-둔화-해삼위(블라디보스톡)를 관통하는 메마른 땅이다. 전통적으로 야인여진이 지배해왔다.

반면 서간도는 백두산 서쪽으로 흘러가는 압록강을 따라 창바이-린창-퉁허-지안-환련-관먼-단둥을 겨쳐 서해로 흘러가는 유역이며, 건주여진이 지배해왔다. 누르하치가 지배하는 땅이다.  건주여진의 위세가 크지만 야인여진 역시 난폭한 기질에 따라 지배 당하고도 일부 부족이 도발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번에도 그 중 하나가 방심한 다이샨을 잡아 북송중이다. 아마도 송환 조건으로 몸값을 크게 올리거나, 야인여진 불침범 조약 체결 조건으로 석방하거나, 이를 듣지 않으면 죽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후금을 세우긴 했지만 발등을 찍는 일로 본의아니게 골치아픈 일이 생길 수 있다. 명을 쳐야 하는데 발등을 찍히면 갱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강을 건너자 숲이었다. 정충신이 묶인 산적 두목의 다친 머리와 목 부위에 약쑥을 재어 바르도록 이른 다음 물었다.

"너희 잔당은 궤멸된다. 다이샨 패륵을 무사히 석방하면 너를 후금의 중군장으로 쓰도록 하겠다. 어차피 건주여진이나 야인여진이나 해서여진이나 같은 종족 아니냐. 누르하치와 그 아들들이 천하통일해가는데 강대한 여진국의 탄생이 나오는 거다. 함께 건설하면 그 영광을 함께 누릴 것이다."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두목이 반발했다.

"이민족끼리 싸운다면 모르겠다. 명과 싸운다 해도 명분은 있지만 같은 족속끼리 싸운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조상을 욕보이는 짓이다. 지금 너희는 싸워봐야 독안의 쥐다. 그러니 힘을 합친다는 명분으로 칼을 거두고, 약탈도 멈추어라. 너희 부족 생계는 내 이름을 걸고 부유하게 해줄 것이다."

"그러니까 다이샨을 석방하라고?"

"그렇다. 다이샨 패륵이 있는 곳을 알려라. 그러면 너와 너의 처자, 너의 부족들이 살게 될 것이다."

"왜 이 땅을 조선에 합병하려고 하지 않느냐. 이 땅 역시 조선 땅 아니냐."

"우리는 예의를 중시하는 나라다. 분수를 알고, 우리의 나라만 지키면 되었지, 문서상으로 남의 나라 땅이 된 것을 탐심으로 접근하는 것은 예법에 어긋난다. 우리는 남의 나라를 침범하는 무례한 나라가 아니다."

"고토를 회복하는 것도 침범이냐?"

부족 두목은 생포되긴 했지만 기백과 투혼이 있어보였다.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는 주변국과 충돌하지 않는 것을 국가운영 방침으로 여기고 있다. 우리를 침략하지 않는다면 결코 우리가 남의 나라를 훔쳐볼 이유가 없다."
두목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나는 붙잡힌 몸이니 패장이다. 패장은 여진족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장렬하게 죽는다. 하지만 조선의 젊은 군관의 말을 들으니 개죽음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나와 다이샨과 맞교환하는 조건으로 하자. 다이샨을 풀어주는 데 협조하겠다. 차후 후금 부대의 전투병과에 나를 배치하도록 하라. 그렇게 할 수 있겠나?"

"같은 종족끼리 싸운다는 것을 거둔다는 상징으로서 그렇게 해줄 것이다."

"다이샨은 찡펑산의 칭산과 싼두 사이의 우리 군영지에 있다."

그의 말을 듣고 찡펑산을 향해 말을 달리자 야인 부족의 군영지가 나타났다.

"나를 끌고 막영으로 들어가기 바란다. 나는 너희에게 생포되었다."

그가 말하자 정충신이 무슨 뜻인 줄 알고 그를 다시금 포승줄로 단단히 묶은 다음 막영지로 끌고 갔다. 게르 한 가운데 받침대로 우뚝선 기둥에 다이샨이 꽁꽁 묶여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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