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5천뷰 방탄소년단 저력, 대한민국 창극으로부터
조용익 전남문화관광재단 대표이사

인류 문명의 발전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가? 그것은 바로 “사람은 누구나 지적인 호기심과 미적욕구를 추구하면서 시작되었다”라는 주장에 동감한다. 미적욕구는 인간의 본능이자 모든 인류의 공통적인 욕구하고 할 수 있다. 미적욕구의 결정체는 찬란한 유·무형의 문화유산을 통해 만날 수 있다.

바래고 희미해진 문화유산에는 한 민족의 생활과 정신문화를 담고 있으며 척박한 자연환경을 극복하거나 전쟁과 천재지변을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 내재되어 있다. 장중하고 위대한 유형문화유산으로 기념비적인 건축물과 예술품은 후대의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미켈란젤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르네상스 최고의 조각과 미술품, 그리고 밀라노, 베네치아, 피렌체 등 고대 문화유산으로 즐비한 이탈리아는 연간 4900만명으로 1891억 유로(EUR) 한화 234조원에 이르는 관광대국이다.

신비한 왕국(Kingdom of Wonder)으로 불리는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는 2015년 500만명이 방문하였고 2020년에는 750만명의 관광객으로 50억달러의 매출과 80만명의 고용창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문화유산은 공간적인 특성과 부동성으로 방문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무용, 음악, 연극, 공연과 같은 행위를 통해 전승되는 문화유산과 예술작품이 국가적인 문화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는 시기이다.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방탄소년단이 발표한 새 앨범 ‘맵 오브 더 솔: 페르소나’(MAP OF THE SOUL: PERSONA)는 사흘 만에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먼저 타이틀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Boy With Luv)는 발매 37시간 37분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억건을 넘겨 세계 최단 신기록을 냈다. 각종 음원사이트 다운로드 폭주로 인해 접속오류가 일어나고 발표전 선주문량이 302만1천822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다.

한국 가수로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빌보드(Billboard 200) 1위를 1년 안에 2회나 차지하였으며, 빌보드 시상식에서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와 같은 세계적인 톱스타들을 제치고 아티스트 상(Top Social Artist Award)을 2년 연속 수상한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에 대해 주요 전문가들은 각 멤버의 역할 분담과 장점을 이끌어내는 뛰어난 음악성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화려하고 절도 있는 군무와 개인기라 할 수 있는 솔로댄스는 예술적인 경지에 이르렀다고 극찬하고 있다. 세 번째 완성도 높은 뮤직비디오와 연출력 그리고 엔터테인먼트사의 뛰어난 기획력과 젊은 세대의 고민을 반영한 동시대의 진정성 있는 가사와 스토리가 있는 앨범과 문화적 경계를 뛰어넘는 개방성과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예술적 저력의 원동력은 무엇일까?

방탄소년단 세대 할아버지·할머니의 애환과 신명이 함께하고 있다고 믿고 싶은 마음과 중국의 경극, 일본의 가부키 보다 뛰어난 한국 근대 오페라 창극을 재조명하고 싶은 열망으로 “2019 대한민국 창극제”를 준비하며 우리 창극에 대한 소중함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우리 전남은 판소리 서편제와 동편제의 발원지이며 수많은 명창의 고향이다. 특히 창을 기본으로 하는 희(戱)와 극(劇)으로 이루어진 창극의 발생과 인연이 깊다. 대표적으로 국악교육자이자 국립창극단 초대단장을 지내신 고흥출신 동초 김연수 선생님과 무안출신 강용환 선생님, 나주출신 김창환 선생님 그리고 수많은 명창의 이름을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이다.

1902년 12월 4일 고종황제의 창경예식이 콜레라로 취소되고 군악대 경비마련을 위해 협률회사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올린‘소춘대유희(笑春臺遊戱)’라는 공연이 대성황을 이루며 창극이 아닌 한국 신연극의 효시가 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서양식 어법과 전통 어법 그리고 신파와 구파의 갈등을 거쳐 1915년 3월 광무대와 연흥사 소속 28명의 배우가 경성구파배우조합을 설립하고 판소리가 공연을 이끌어가는 형식이 나타났으며, 1962년 2월 중앙국립극장 직제에 의거하여 국립창극단이 창단되고 초대 단장에 동초 김연수 선생님과 25명으로 전승보존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다.

국립창극단과 국립민속국악원, 남원시립국악단, 전남도립국악단 등 국·공립단체를 중심으로 명맥을 유지하던 창극이 최근 국립창극단의 새로운 실험적인 작품으로 중국의‘패왕별희(?王別姬)’를 판소리로 무대에 올리고 셰익스피어(Willam Shakespeare, 1564 ~ 1616)원작 ‘로미오와 줄리엣(Romeo and Juliet)’와‘맥베스(Macbeth) 부인’에 이르기 까지 세계적인 오페라를 향한 도전이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가, 춘향가, 흥부가, 적벽가, 수궁가도 좋은 소재이지만 세계인의 시각에서 새로운 형식의 창극에 대한 도전을 통해 글로벌 킬러콘텐츠(Killer Contents)로 나아가는 몸부림으로 볼 수 있다.

작금에 전라남도의 비교우위자원인 판소리와 창극에 대한 관심을 이끌어내고 창의적인 문화예술인의 무대를 준비해 드리고자 2019 대한민국 창극제를 열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이 중국의 경극과 일본의 가부키 그리고 서양의 오페라와 같이 세계로 뻗어나가는 재도약의 발판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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