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베인 상처는 아물지 않는다”
장준호 호남대학교 교수(경영학부장)
 

정치인들의 막말이 신문에 대서특필되고 있다. 사람들의 분노를 야기하는 말들은 여과과정을 거치지 않고 밖으로 내뱉어진다. 침묵을 배경으로 하지 않는 말은 그저 소음이요 공해일 뿐이라는 이치를 모르는 까닭이다.
21세기 타임지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영웅인 징기스칸은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정복한 리더이다. 징기스칸은 스스로 ‘귀가 나를 현명하게 가르쳤다’라고 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이를 통해 정보와 지식을 축적할 수 있었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실천한 진정한 영웅인 것이다. 즉, 말이 적을수록 어리석음이 지혜로움으로 바뀌는 이치를 실천하였던 것이다.
입은 한 방향으로 열려 있지만, 귀는 사방으로 열려 있다. 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는 성공의 성패를 가름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 입보다는 귀가 앞서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입은 닫고, 귀는 열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만은 않다. 다른 사람들의 말들을 잘 경청해주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경청은 많은 에너지와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습관이 되어 있지 않으면 귀보다는 입이 앞서게 된다. 이름도 쓸 줄 몰랐지만, 경청을 습관화했던 징기스칸은 이미 세상을 살아가는 이치를 실천한 선각자였던 것이다.
옛말에 ‘口是禍之門(입은 곧 재앙의 문이요)’, ‘舌是斬身刀(혀는 곧 나를 베는 칼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입을 잘못 놀리면 재앙이 되고, 혀를 잘못 놀리면 나를 죽음으로도 이끌게 된다. 그래서 한마디를 할 때마다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도 갚는다’라는 속담은 말 한마디의 가치를 에둘러 표현한 말이다.
바꾸어 말하면, 두 마디 세 마디의 말은 가치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그래서 말은 장황하게 끌어가서는 안 된다. 말 잘하는 사람들은 짧고 굵게 즉, 일목요연하게 말을 한다. 君子(군자)의 三變(삼변)이란 말이 있다. 멀리서 보면 그 모습이 嚴肅(엄숙)하고 가까이서 보면 그 얼굴이 溫和(온화)하며 말을 해 보면 明確(명확)하고 感動(감동)을 준다는 내용이다. 신중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말이다. 신중하지 못하고 충동적인 정치인들을 보면서 손가락질을 하기 전에 나를 먼저 반성해보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왜 말과 글이 구설수에 오르는지!
리더는 선행무언(先行無言)의 이치를 실천하는 사람이다. 먼저 솔선수범하고, 말을 자제해야 한다. ‘끌리는 사람은 1%가 다르다’의 저자인 이민규 박사는 그의 저서에서 대화의 원칙으로 1:2:3의 법칙을 제시하였다. 즉, 1분 동안 말을 했다면, 그 두 배인 2분 동안 귀를 기울여 들어주고, 그 2분 동안에 최소한 세 번은 맞장구를 쳐줘야 한다는 것이다. 소음과 공해인 말을 줄여 실수를 줄이고, 입의 무거움을 실천하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회가 되어야 한다. 2010년에 입적하신 법정스님 역시 무소유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침묵을 배경삼지 않는 말은 소음이나 다를 게 없다. 오늘날 우리들의 입에서 토해지는 말씨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자꾸만 거칠고 야비해져 가는 현상은 그만큼 내면(內面)이 헐벗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안으로 침묵의 조명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과묵과 침묵을 통해 내 안에 고여 있는 진실한 말들을 들여다봐야 한다.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우리를 인간으로 만든다. 이러한 여과과정 없이 불쑥 내 뱉고, ‘아니면 말고’ 식의 경박한 말들은 우리 스스로를 악의 구렁텅이에 떠밀고 만다. 하늘을 우러러 거침이 없으려면, 이와 같은 말의 이치를 깨닫고 몸소 실천하는 습관을 길러야 할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말이 복이 된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언행일치(言行一致)가 이를 증명한다. 진실과 참말을 통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담는 말은 복으로 돌아오는데, 이를 구복(口福)이라고 한다. 반대로 말로 지은 죄를 불교에서는 구업(口業)이라 해서 평생 다른 사람에게 깊은 상처를 주게 된다.
칼로 베인 상처는 쉽게 아물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죽을 때까지 아물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을 폄하하고, 비난하고, 헐뜯고, 비아냥대는 말은 부메랑처럼 나에게 돌아와서 나를 불행하게 만들고, 다른 사람을 칭찬하고, 인정하고, 격려하고, 존중하는 말은 복으로 돌아와서 나를 행복하게 만든다. 더불어 내가 나를 존중하는 자아존중감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른 사람을 위한 이러한 절제된 말은 인간적 아름다움의 정수(精髓)임을 명확히 깨달아야 한다. 말은 품격이고, 자기 인격의 표현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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