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關種)정치 민심으로 심판해야
김보미(전남 강진군 의원·한국청년문화예술인협회장)

곡우에 비가 오면 풍년이 든다는 말이 있다는데, 일주일이 넘게 비가 넉넉하게 오고 있다. 미세먼지가 극성이었던 지난달과 다르게 이제 맑은 날에는 제법 푸르다는 느낌이 든다. 봄이 오기를 기다리면서 겨우내 미루어두었던 일들을 하며 참으로 분주했던 4월이었다. 이제 다음 주면 벌써 입하, 신록이 일기 시작해 나들이 가기 좋은 5월이 되었다는 구실로 의미 있는 여행을 소개한다.

지난달 중순 국내연수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2박 3일 제주도 다크투어리즘(Dark Tourism)을 다녀왔다. 다크투어리즘은 블랙투어리즘(Black Tourism) 혹은 역사교훈 여행이라고도 불리며, 전쟁이나 학살 등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비극적인 역사의 현장이나 엄청난 재난과 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직접 찾아가 보고, 듣고 고통을 함께 나누는 여행이다.

어떤 이는 밝고 유쾌한 관광지나 축제의 장을 내버려 두고, 왜 하필 어둡고 무거운 곳으로 여행을 떠나려 하는가에 대해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우리가 잠시 익숙한 일상을 내려놓고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남으로 얻고자 하는 것이 삶에 변화를 가져다주는 새로운 경험과 에너지라면, 그것은 반드시 즐겁고 신나는 일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슬프도록 익숙한 우리 이웃의 고통과 아픔의 역사에 상투적 위로에서 더 나아가 함께 치유하는 과정을 통해 서로 더욱 성장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즐거움을 느끼는 여행 이상으로 우리의 삶에 매우 의미 있는 변화를 일으킬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한민국 건국의 초석이 되었던 삼일운동 100주년이 되는 해인 만큼, 혹독한 일제의 억압을 떨치고 일어난 우리 선조들의 뜨거운 저항과 희생정신을 되새기는 다크투어리즘을 계획해 보는 것은 꽤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 자랑스러운 자주독립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제1야당 원내대표는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반민특위)가 국민을 분열시켰다”라는 식의 망언을 쏟아내는 망령된 현실 속에 살고 있으니 이러한 암울한 시기에, 100년 전 훌륭한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를 쫓으며 올바른 역사인식을 다지는 다크투어리즘은 큰 울림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은 흘러 100년이 지나 또다시 새봄을 맞았지만, 시국은 아직까지 어지럽기 매한가지다.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시작해 원내대표의 반민특위 망언, 전두환 광주재판 등, 삼일운동 100주년의 봄은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처럼 숨쉬기 힘들고 답답했다.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 곳곳의 고통의 현장에서 다크투어가 활성화되어 많은 이들이 이제까지 보지 못했던 이웃의 아픔에 마음을 열고 그들의 치유에 동참하길 바란다. 대한민국 모두가 참여와 투쟁 그리고 긴장과 검증으로 아픔을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함께 치유한다면 민주주의의 생명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 3·1운동의 강인한 저항정신과 희생정신을 이어받아 마침내 새로운 다음 100년을 열어내는 대한민국은 스스로 세계 열방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일은 통일에 그 열쇠가 있다. 통일이 우리에게 아껴둔 카드가 될 수 있을지는 지금부터 어떠한 마음의 동기로 어떻게 통일을 준비하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시간 위에 서있는 것은 틀림이 없다. 다음세대가 평화와 번영의 길을 당당히 걸을 수 있도록 상처를 감싸 안은 진주가 될지 내뱉어야할 고름이 될지 우리의 역할이 막중하다.

우리나라는 공공기관 또는 각종 고시 등 공직자의 지원 자격으로 역사에 대한 지식 및 사고력 및 능력을 검정하는 한국사 시험을 요구한다. 나는, 나아가 국민을 대표해 나라의 대소사(大小事)를 이끄는 선출직 공무원들의 지원 자격에도 올바른 역사관을 함양할 수 있도록 한국사 시험을 필수 자격조건으로 추가시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역사가 될 지금 이 순간 멱살을 잡고 빠루와 망치를 쓰는 요즘 국회의 난장판 풍경을 보며 나는 역사 앞에서 오는 반면교사의 깨우침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느낀다. 홍준표 전 대표는 자유한국당의 태도에 대해 “개도 자기 밥그릇을 뺏으면 주인이라도 문다”고 말했다.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당장에 밀린 법안들을 논의할 생각은 않고 국정을 마비시키며 법위에 군림하는 행태들을 언제까지 지켜보아야 하는 것일까.

손발이 오그라드는 부끄러운 정치의 현장 속에서 다음 선거를 위해 일하는 정치꾼이 아니라 다음 세대를 위해 일하는 정치인이 되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시 한번 다진다. 미세먼지 걷힌 청명하고 투명한 대한민국을 위해서 2020년 총선, 우리 모두의 관심이 절실하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