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장미꽃을 받아 봤나요?
송형택(언론인)

‘당신은 장미꽃 선물을 받아봤나요? 언제, 무슨 일로, 누구에게?’ 하고 물으면 어떤 대답들을 할까? 화사하게 피어난 5월의 장미꽃을 보면서 문득 궁금해진다. 1455~1485년까지 영국에서 왕위 계승을 놓고 요크 가문과 랭커스터 가문이 대립하면서 일어난 ‘장미전쟁’이 있었다. 이때 요크 가문은 하얀 장미, 랭커스터 가문은 빨간 장미 문장(紋章)을 앞세우고 싸웠다. 전쟁은 랭커스터가의 헨리 7세가 요크가의 엘리자베스를 왕비로 맞아 마무리 되었는데, 이로써 영국은 봉건 무사계급이 몰락하여 절대왕조 시대가 되었고, 중앙집권국가의 기틀을 확립했다.

이렇듯 서양 사람들이 좋아하는 꽃이 장미꽃인 듯하지만, 어느 조사에 의하면 한국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꽃도 장미꽃이다. 우리의 옛 문헌의 기록에도 장미꽃이 수없이 나온다. 옛 장미는 찔레나 돌가시나무 해당화 붉은인가목 등 장미속(薔薇屬)의 한 종류라는 주장도 있으나, ‘고려사’나 ‘조선왕조실록’의 설명은 현재의 장미와 거의 같다.

고려사의 ‘한림별곡’ 소개에도 ‘황색 장미, 자색 장미’라는 대목이 있다. 또 15세기의 문인 강희안의 ‘양화소록’에도 장미를 가우(佳友)로 소개하고 ‘사계화’(四季花) 키우는 법도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장미꽃 이야기가 여러 번 나온다. ‘삼국사기 열전 ‘설총’조의 기록이다. 홀연히 한 가인(佳人)이 붉은 얼굴과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 멋진 옷을 입고 간들간들 걸어와 말했다. ‘첩은 눈같이 흰 모래밭을 밟고, 거울같이 맑은 바다를 마주보며 유유자적한데, 이름은 장미입니다. 왕의 훌륭하신 덕망을 듣고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는데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라는 내용이다. 아마도 키우고 있던 장미꽃을 아름다운 여인의 상징으로 묘사한 것이라 여겨진다.

이 장미는 세계적으로 수천 종이 있는데, 해마다 새로운 품종이 200종 이상 나온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8·15광복 이후 유럽·미국 등지에서 도입하여 다양한 원예종을 재배하고 있다. 그런데 모든 장미꽃이 다 화려한 것은 아니다. 들에 피는 들장미인 ‘찔레’는 그냥 하얀색의 소박하고 가녀린 모습이다. 예전 보릿고개 시절에 이 찔레꽃을 피우는 찔레순은 서민들의 배고픔을 달래주기도 했다.

1930년 ‘신소년’에 이원수가 발표한 동시 ‘찔레꽃’이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남 모르게 가만히 먹어봤다오/광산에서 돌 깨는 누나 맞으러/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하얀 찔레꽃 따 먹었다오/우리 누나 기다리며 따 먹었다오’

가수 이연실이 부른 가요 ‘찔레꽃’도 서러운 정한을 담은 노래이다. 엄마는 굶주리고 잠든 아이에게 밥 한 술이라도 먹이려고 ‘하얀 발목 바쁘게’ 뛰어오고, 그 엄마를 꿈에서도 기다리는 배고픈 아이들이 살았던 시절의 찔레꽃은 장미꽃보다 고운 꽃, 고마운 꽃이었으리라. 이 장미꽃은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와 함께 태어났다. 화가 ‘보티첼리’가 그린 ‘아프로디테의 탄생’을 보면 장미꽃이 송이채 흩날리며 떨어진다. 그렇게 미의 여신과 함께 태어난 장미꽃이니 태어남부터 아름다움의 상징이었다. 그리고 처음에는 모두 하얀 장미뿐이었다가 붉은 장미가 생겨난 것도 화사하다. 바로 남녀의 사랑을 주관하는 사랑의 신인 에로스의 피가 흰 장미에 뿌려졌기 때문이다. 바로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을 모두 갖춘꽃인 것이다.

에오스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이다. 이 에오스의 별명은 ‘장밋빛 손가락’이다. 그녀가 밤의 장막을 걷어내며 세상의 길가에 ‘꽃의 여왕’, ‘향기의 여왕’인 장미꽃잎을 뿌리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오늘 하루 내가 가는 길에 새벽의 여신이 뿌린 장미꽃잎이 가득하다고 생각하면 참으로 기분이 좋을 것이다. 또 있다. 침묵과 비밀의 신 ‘하포크라테스’가 어느 날 아프로디테의 불륜을 목격했다. 이에 에로스가 침묵을 지켜달라며 뇌물을 바쳤는데 바로 장미꽃이었다. 이 때문에 장미는 침묵의 상징이 되었고 천장에 장미가 조각된 장소에서의 대화는 절대 비밀로 지켜야했다.

이로써 장미는 아름다움과 사랑, 비밀이라는 달콤하며 은밀한 세 가지를 가진 으뜸 꽃이 되었으니 한 마디로 ‘꽃의 여왕’이다. 5월의 신부라고 한다. 모두가 부러워하는 그 말이 달리 생겼을까? 바로 장미꽃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 아름다움, 사랑의 상징 장미꽃 축제가 곧 시작될 것이다. 가족과, 연인과, 벗들과 함께 아름다움과 사랑이, 있을 장미꽃의 명소 광주시청과 풍암호수공원 조선대학교 장미원 축제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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