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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행옥 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15)‘추령-감상굴재’ 구간

강행옥변호사의 호남정맥 종주기
(15)‘추령-감상굴재’ 구간(2019. 3. 1)
백암산에 서니 내장산 8연봉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첫번째 오른 ‘장군봉’ 투구 모양 우뚝 솟아 힘찬 기상 뽐내
막 물 올라온 진달래·생강나무 봉우리…봄기운 만끽
내장사, 연꽃처럼 둥그렇게 감싼 연봉 사이에 자리잡아

서래봉 배경으로 친구들과 3·1절 100주년 만세 삼창

내장산 8연봉 능선
내장산 능선과 봉우리들. 추령을 출발해 정맥길을 걷다보면 내장산 능선과 봉우들이 병풍처럼 서서 반긴다.
만세 삼창
내장산 서래봉을 배경으로 친구 겸신(왼쪽)과 3·1운동 100주년 기념 만세 삼참을 하고 있는 필자
신선봉 정상서 친구들과
내장산 최고봉인 신선봉에서 친구들과 기념촬영.
시비
명지산 수목장 시비.
유군치
유군치 안내 표지.
추령에서 감상굴재까지 등반한 구간을 나타낸 트랭글.

3·1절 100주년을 맞는 날, 모처럼 낙수, 겸신 친구 외에 윤영남 세무사님이 일행으로 참가하여 호남정맥 한 구간을 동행하게 되었다. 윤세무사님은 12년 전 단독으로 호남정맥을 종주하면서 이번 구간을 가셨다고 한다. 이번 길은 단풍으로 유명한 내장산의 4개봉을 지나 백암산 상왕봉을 거쳐 감상굴재까지 이어지는 약 18km 구간이다.

9시에 추령에 도착하여 출발준비를 하는데 기온이 꽤나 쌀쌀하다. 겨울장갑까지 끼고 등산로 초입을 찾는데 웬걸 입구가 철책으로 봉쇄되어 있다. 장교 후보생 때 배운 철조망 통과방법 중 상단통과로 가볍게 철책을 넘어 바로 보이는 480봉으로 오르기 시작하였다.

10여분을 오르니 맞은편에 써래봉이라고도 불리는 서래봉이 선명히 보이기 시작한다. 자세히 보니 내장사는 거의 연꽃처럼 둥그렇게 감싼 8개 연봉 사이에 포근히 들어선 절이다. 계속해서 핸드폰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며 20여분 만에 480봉에 이르렀고, 서래봉 연봉을 배경으로 3·1절을 기념하여 만세 삼창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 모처럼 4명이서 산행을 하니 미니산악회가 되어 분위기가 좋다.

480봉에서 마주 보이는 장군봉을 바라보며 약간의 경사 길을 내려가면 유군재가 나온다. 한자로 유군치(留軍峙)라고 부르는 이곳은 임진왜란 때 승병장 희묵대사가 순창 쪽에서 공격해 오는 왜군을 이곳에 승병을 주둔시키고 막아낸 곳이다. 호남정맥을 자연의 요새로 삼아 곡창인 정읍으로 넘어 오는 길목인 재를 지켰으니 일당백의 위력을 발휘했을 것이다. 신립이 백두대간의 문경새재를 지키자는 부하의 조언을 무시하고 탄금대에 배수진을 쳤다가 몰살한 것에 비하면 탁월한 용병술이다. 유군재에서 장군봉까지는 줄곧 오르막이다. 장군봉은 투구모양으로 우뚝 솟아 한눈에도 기상이 칼 찬 장군 같다.

10시 13분이 되어서야 장군봉에 도착했는데, 장군봉은 693m로서 내장산 8개 연봉을 순례하는 산행에서 제일 먼저 닿는 봉우리다. 여기서부터 연자봉, 문필봉을 거쳐 내장산의 최고봉인 신선봉으로 이어지는 정맥 코스는 높낮이가 없이 매우 완만하다. 맞은편의 서래봉, 불출봉, 망해봉, 연지봉 등 4개 연봉을 감상하며 막 물이 오르기 시작하는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봉우리에서 봄을 새삼 느끼며 나머지 4개 봉을 멋지게 종주한다.

해발 760m로 내장산 연봉 중 최고봉인 신선봉에 이르니 벌써 11시 20분이 되었다. 신선봉에서 정맥 길은 까치봉 쪽으로 북서진하다가 소등근재 쪽으로 급히 남서진하게 된다. 소등근재는 까치봉 가는 길 바로 전의 왼쪽에 있는데, 계속 까치봉 쪽으로 가버리면 정맥 길을 놓치게 되니 조심해야 한다. 우리 일행은 전날 약주가 과하신 윤세무사님께 배낭을 맡기고 셋이서 맨몸으로 까치봉 바위 봉우리를 기어올랐다.


까치봉에 오르니 몇몇 산꾼들이 점심을 먹고 있어서 시계를 보니 12시 20분이 넘었다. 급히 인증사진을 찍고 다시 까치봉 암릉을 기어 내려와 소등근재로 하산하는 길에 낙엽 숲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 후 지도책에는 소죽엄재로 나와 있는 소등근재에 닿았는데 특이하게 이곳에는 작은 개울이 흐른다. 백두대간 750킬로를 가는 동안 한번도 못 보았던 개울을 만난 것이다. ‘산은 물을 넘지 못한다’(山自分水嶺)는 철칙이 어긋난 셈이다.

소등근재에서 20여분을 오르니 순창새재에 닿았다. 순창새재에서 북서쪽으로 가면 장성새재가 나오는데, 장성새재는 갓바위, 방장산으로 뻗어나가 축령산, 태청산, 불갑산, 승달산을 거쳐 목포 유달산에 이르는 영산기맥을 이룬다. 4년 전 영산기맥을 종주할 때는 내 고향인 태청산, 장암산, 불갑산을 지나가며 취와 고사리를 많이도 뜯었었다.

새재에서 백암산 상왕봉까지는 2.4km 정도로서 매우 완만한 오르막 능선이 계속된다. 새재에서 잠시 쉬는 동안 단독산행을 하는 산꾼이 묵묵히 지나쳐 가는데 금세 자취를 찾아볼 수 없다.

오후 2시 40분이 되어 백암산 상왕봉에 이르니 지나 온 내장산 연봉들이 연무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져 있다. 겸신 친구가 가져 온 친환경 계란을 한 개 섭취한 후 다시 도집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도집봉은 상왕봉에서 10분 정도면 닿는데 트랭글에서는 기린봉이라고 배지를 준다. 정맥 길은 백학봉 쪽을 향하여 이어지는데, 백학봉 조금 못 미처 헬기장이 있는 722봉에서 왼쪽으로 곡두재를 향해 내리 꽂히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722봉에서 곡두재 구간은 로프를 타야 할 만큼 암릉이 거친 곳이다. 곡소리가 날만큼 험한 구간이며, 위 구간을 피해 백양사 쪽으로 하산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바위와 씨름을 해가며 오후 4시경 가까스로 곡두재에 닿았는데 위 재는 비포장으로서 차량이 접근할 수 없는 고개다. 겸신 친구와 윤세무사님은 위 구간에서 마을로 탈출하고 체력이 남은 나와 낙수는 눈앞에 보이는 400고지인 명지산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

명지산은 수목장으로 허가받은 산이라서 초입부터 나무에 장식과 함께 고인의 이름과 생몰일시가 적힌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1977년생, 1983년생 등 아직 세상을 떠나기엔 너무 어린 고인들이 많다. 그 중 한 나무에는 1952년생 아버지와 1983년생 아들이 같이 잠들어 있어서 마음을 애잔하게 한다. ‘Memento mori‘(네가 죽을 것을 기억하라) ‘삶과 죽음을 생각하는 모임’에 가입하라고 권유하시던 고 김국웅 선배님의 모습이 떠올랐다.

거꾸로 된 낫 모양으로 오른쪽으로 심히 굽어지는 명지산 정상에 오르고 나서 순창군 복흥면 진흥콜택시(063-652-7747)로 전화를 했다. 목표지점인 감상굴재에 이르니 오후 5시가 되었는데 개인택시는 벌써 도착해 있다.

추령에서 산길로 하루 종일 걸었는데 택시는 불과 5분 만에 추령고개로 데려다 준다. 오늘 코스가 거의 옆으로 누운 V자 모양이기 때문이다. 주차된 내 차를 찾아 도로로 탈출해 있는 겸신 친구와 윤세무사님을 픽업하여 광주로 돌아와, ‘언니네 오리탕’ 집에서 뒷풀이를 갖는 것으로 하루 산행을 마무리 지었다./글·사진=강행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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