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에 느껴지는 착잡한 마음들

내일, 8일은 어버이날이다. 그 어떤 기념일보다 의미가 깊고 소중한 날이다. 다행스럽게도 부모님이 살아계시면 찾아뵙고 진심으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표하는 것이 도리다. 안타깝게도 계시지 않으면 생전에 부모님이 남기신 유훈이나 말씀을 떠올리면서 자신과 형제들의 모습을 되돌아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대가족 중심에서 소가족 중심으로 생활형태가 변하면서,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혼자 되셨거나 몸이 불편해 거동이 힘들면 요양병원으로 모시는 경우가 많다. 당장은 불효이고, 해서는 안 될 일을 한 것 같지만 ‘생활의 질’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자식들이나 본인 모두에게 최선의 선택이랄 수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걷는 것이나 말하는 것이 느려지고 어눌해지는 부모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이들이 아픔을 느낀다. 속상해한다. 병상에서 망연하게 앉아있는 부모님을 대하면 모두들 마음이 무너진다. 부모님은 기쁨이면서도 한편 아픔이다. 연로한 부모님을 보면서 새삼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종교를 찾는 이들도 많다.

자식들과 떨어져 살거나 요양병원 등에서 생활하는 부모님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자주 해본다. 맛있는 음식이나 용돈이 든 봉투보다는 진심어린 자식들의 말 한마디와 어깨를 주물러주는 손길이 아닌가 싶다. 부모님과 옛날 일들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나누다 같이 웃고 우는 것이 진정한 효도가 아닌가 싶다.

공부해야 된다며 인상 쓰는 자식들을 잘 설득해 할아버지·할머니와 함께 보내는 기회를 자주 갖도록 하는 것도 부모님에 대한 효도이다. 또 가장 효과적인 인성교육이기도 하다. 할아버지·할머니, 아버지·어머니에 대한 기본예의 조차 갖추지 못한 아이들이 사회에서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효를 사람됨의 기본으로 삼아야 한다.

한편으로 ‘노후준비를 잘 하는 것’이 자식들을 돕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자식들을 ‘효도하는 자식’으로 남아있게 하려면 우선 부모들 스스로가 ‘자식들에게 귀찮은 존재’가 되지 않게끔 자신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 연로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으면서, 또 금방 그 ‘연로한 부모’가 될 50~60대들이 맞는 어버이날의 의미가 참 착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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