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정신’ 구호만 요란한 부끄러운 광주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을 앞두고 벌어진 일부 5월 단체 회원들의 다툼으로 대동(大同)과 정의라는 광주정신이 무색해지고 있다. 7일 광주광역시청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중항쟁 기념행사 추진상황보고 및 기자간담회’는 양희승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의 참석을 반대하는 5월 단체 회원들의 항의로 어지러운 장면을 연출하고 끝났다.

이날 5·18구속부상자회 소속 일부 회원들은 “횡령 혐의 등 비위의혹을 받고 있는 양 회장이 5·18기념식 관련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용섭시장과 기념위관계자들에게 거칠게 항의했다. 이날 소란은 20여 분간 계속되다가 양 회장이 회의장을 빠져나가면서 일단락 됐다. 정의와 용서·화해라는 ‘80년 광주정신’과는 동떨어진 모습이었다.

광주정신은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정의로운 정신이다. 또 이웃을 지키며 함께 고통을 나누던 대동정신이기도 하다. 일련의 5·18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이후에는 용서와 화해를 통해 ‘함께 사는 따뜻한 세상을 만들자’는 정신도 담겨 있다. 이 광주정신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의 원동력이 됐으며 촛불혁명을 이끌어낸 연원이기도 하다.

광주시와 전남도, 시도교육청은 5·18정신을 한국의 시대정신으로서 뿐만 아니라 세계정신으로 확산시키는 노력을 벌이고 있다. 그렇지만 지난 7일의 경우처럼 광주에서는 5·18 정신과는 동떨어진 모습들이 수시로 벌어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소란이 80년 광주항쟁에서 큰 역할을 했던 부상자회 회원들 간의 반목 때문에 벌어진 일이어서 더욱 부끄럽다.

이용섭시장은 이번 일과 관련해 “광주정신으로 하나가 돼야 할 5월 단체의 분열된 모습에 안타깝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우리가 통합하지 못한 상태에서 5·18의 전국화·세계화는 추진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백번 옳은 말이다. 우리가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정신을 외부사람들에게 배우고 실천하라고 말하는 것은 기만이자 모순이다. 이중적이다.

광주를 ‘민주화 성지’라 부른다. 그러나 냉정하게 따지면 과연 그런지 의구심이 크다. 다툼과 갈등은 끊이지 않고, 원칙과 법을 지키려는 노력도 부족하다. 도로에는 거친 운전자들이 많아 ‘따뜻하고 안전한 광주’와는 거리가 멀다. 5·18 정신이 구호에만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매년 기념식은 요란하지만 뒤끝은 허망하다. 진심과 실천이 부족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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