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진원장, 독일서 ‘꿈의 정원’펼친다
11일부터 베를린 마이클 슐츠 갤러리서 초대전
‘고요한 멈춤’ 등 12점 출품…“한 단계 더 실현”

진원장 작 ‘Still Point 6’

남도의 봄은 남다르다. 따뜻한 햇살에 만물이 더욱 환해지고 산하는 다채로운 색깔이 넘실댄다. 동백꽃이 처절히 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진달래·철쭉이 붉게 물들어간다. 밭은 뻘건 황토빛 속살을 드러내고, 청보리는 오동통한 알갱이를 뽐내면서 노랗게 익어간다. 흰 나비, 노랑나비들은 들꽃, 산꽃에 취해 여기저기로 날개짓 한다. 연푸른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 둥실 떠다닌다. 구름 사이로 쏟아진 빛은 할머니의 인자한 미소처럼 정겹고 포근하다.

남도의 화가들은 이런 고향의 봄에서 많은 예술적 영감을 받았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그들의 환경에 강한 영향을 받은 것처럼. 광주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명인 진원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남도의 빛과 색채를 잘 구사하는 화가로 꼽힌다. 그의 낭만적이고 아름다운 색채는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장인의 결과물이다. 미술계에서 ‘색채의 마술사’로 부를 정도다.
 

진원장 작 ‘Dream Garden 1’

그의 작품 세계는 고향(전남 해남)의 기억에서 잉태됐다. 유년시절 자신을 흠뻑 물들였던 고향의 빛과 색깔은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있다. 고향은 바다가 보이는 작은 마을로 아담한 동산과 시냇물이 흐르는 곳엔 작은 소나무와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득했다. 그곳은 작가의 마음의 고향이자 작업의 원천이며,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영원한 ‘꿈의 정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꿈의 정원, 꿈의 여정을 그리는 화가로도 잘 알려진 까닭이다. 그의 꿈은 남도인이라면 누구나 기본적 정서로 가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각박한 현대의 도시인들 모두의 꿈과 같다.

진원장 작가가 올해 미술입문 55년을 맞아 독일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전시를 연다. 전시는 ‘고요한 멈춤’(Still Point)이라는 주제로 11일부터 이달 31일까지 베를린 마이클 슐츠 갤러리에서 열린다. 프랑스 파리, 미국 뉴욕에 이은 세번째 해외전이다. 이번 전시는 2017년 4월부터 7월까지 ‘꿈의 정원’이라는 타이틀로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열 당시 마이클 슐츠 갤러리 관계자가 관람을 하면서 추진됐다. 갤러리측에서 진원장의 색채적인 표현을 높게 평가해 전시를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진원장 화가

전시는 ‘꿈의 정원’ 연장선이다. 따라서 꿈의 정원 전시 출품작과 ‘고요한 멈춤’ 주제의 신작 등 12점을 선보인다. 모두 100호 크기의 대작들로 10점이 신작이다. 작품은 진행과 멈춤이라는 회화적 담론을 투영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진행과 멈춤을 반복한 뒤 다다르게 되는 고요의 바다같은 평온함을 추구했다. 이를 위해 작가는 시공을 초월해 많은 순간을 만나려고 했고, 그 의미를 해석해 캔버스에 실현했다.

이 때문인지 작품들은 과거에 비해 색감 농도 한 단계 옅어져 보다 평온한 분위기를 준다. 작가의 관조적인 자세가 읽혀진다. 구상보다는 비구상에 가까운 느낌도 전달한다. “많은 시간을 사유하면서 부족함을 채우려는 몸부림으로 어느 순간, 멈춤의 고요에 몰입했다. 그 실현을 위한 진행과 멈춤, 그 속에는 수많은 하천들을 품어 안은 바다처럼 온전해진다. 나만이 느끼는 순간, 그 황홀한 무아지경을 고요한 멈춤으로 표현되고 있다”는 작가노트에서 전시 의미를 알 수 있다.

작가는 우연히 찾은 호소의 잔잔함에서 작품 주제 모티브를 얻었다. 2년전 대학에서 물러난 뒤 다시 정리할 시간을 갖고자 지난해 봄 경북 영주 부석사를 방문했는데, 이른 아침 물안개 속에 잔잔히 누워있는 호수를 본 느낌을 캔버스에 표현하고 싶은 욕망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많은 시간 동안 부족함을 갈구해 왔는데 베를린이라고 하는 색다른 곳에서 전시를 갖게 된 것은 회화적으로 생각하는 것들을 한 단계 더 실현한다는 중요한 목적이 있다. 앞으로 작업을 정리하고 뒤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소감을 밝혔다. 진 작가는 8일 독일로 출국, 11일 오픈식 참여 등의 활동을 펼치고 오는 15일 귀국한다.

진원장은 개인전 27회 및 광주시립미술관 오늘의 작가 초대전, 미국 찰스 아담스 갤러리(The Charles Addams Gallery) 초대전, 미국 한국문화원 초대전 등 다수 전시에 참여했다. 대한민국미술대전 심사 및 운영위원, 펜실바니아대 연구교수, 조선대 미술대학장 등을 역임하고 2017년 2월 조선대 미대에서 정년 퇴임했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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