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공부하며 미래 꿈꾸는 하루가 보람차요”

“한국어 공부하며 미래 꿈꾸는 하루가 보람차요”
광주 새날학교, 중도입국 청소년 위한 교육 요람
우즈벡 등 8개국 청소년 한국문화 적응 도와
2013년 첫 대학생 배출…동시통역사 등 ‘활약’
탄탄한 교육체계로 전국·세계적 벤치마킹 사례

광주 새날학교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한국사회 적응과 교육을 위한 대안학교다. 새날학교엔 우즈베키스탄·중국·베트남 등 70여명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모여 한국어·문화·예체능 등의 교육을 받고 있다. 사진은 지난 4일 봄 체육대회에게 이어달리기를 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현대사회에서 외국인을 마주하는 것은 더 이상 낯선 일이 아니다. 특히 다문화가정 인구가 증가하면서 ‘한국=단일민족’을 강조하던 것은 옛말이 됐다.

이 가운데 외국에서 태어나 성장기에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이 늘고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은 대개 한국인 배우자와 재혼한 아버지 혹은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왔거나, 국제결혼가정 자녀 가운데 외국인 부모의 나라에서 성장하다가 뒤늦게 입국한 경우다. 이들의 특징은 한국말을 구사하지 못한다는 것과 교육을 받아야 할 시기에 중도입국으로 인한 학업중단을 경험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증가하기 시작했다. 정부에서 장기 체류자격(외국인 이주 노동자)이 있을 경우 배우자와 자녀를 한국으로 데리고 들어와 함께 거주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도입국 청소년이 늘어나면서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막상 자녀를 한국으로 데려 왔지만 이들을 돌봐줄 수 있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경제 활동으로 대부분 맞벌이를 하기 때문에 자녀에게 관심을 둘 시간조차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거나, 혹여 밖으로 나가게 되면 PC방 등에서 시간을 보내게 된다. 사고만 치지 않고 조용히 지내면 다행이다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 요람’

광주광역시에는 이러한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교육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학교가 있다. 바로 다문화학교인 ‘광주 새날학교’다.

새날학교는 전국 최초로 중앙아시아에서 태어나 중도입국한 청소년들을 위한 대안학교로 지난 2007년 개교했다. 이후 2011년 6월 광주시교육청으로부터 위탁형 다문화 대안학교 인가를 받았으며, 2013년 3월 고교과정까지 개설했다.

현재 새날학교엔 우즈베키스탄·중국·베트남·러시아·필리핀·카자흐스탄 등 70여명의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모여 한국어·문화·사회·예체능 등 교육을 받고 있다. 재학생들은 한국어 구사 능력 문제로 일반 학교에 적응하기 힘든 탓에 거주지에 해당하는 금당중·산정중 등 중등 10개교와 광일고·운남고 등 고등 9개교에 원적을 두고 새날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 있다. 이들은 대안 교육 뿐 아니라 한국사회에 보다 빠른 적응을 위한 문화체험·진로적성·흥미찾기 체험, 인성 실천 학교봉사, 지역 맞춤 교과활동 등을 통해 인재로 거듭나고 있다.

이 같은 새날학교 대안 교육은 성과는 대학교 합격자 배출로도 이어지고 있다. 한국어 구사와 일반 교육과정 이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2013년 첫 대학입학생 배출을 시작으로 해마다 광주·전남 지역 및 수도권 등 대학에 입학하는 졸업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중도입국 청소년의 경우 다문화특별 전형으로 대학입시를 준비한다.

광주고등법원에서 법정 체험을 하는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전국 넘어 세계적 벤치마킹

새날학교는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의 전국적인 모델로 자리매김했다. 매년 전국 각처는 물론이고 해외에서까지 벤치마킹을 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지난해 역시 전국 각지에서 100여명의 연구자들이 방문한데 이어 일본·미국·유럽지역 이주민 관련 연구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벤치마킹을 위해 방문하는 교육자들 대부분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국적별 언어교육과 한국사회 적응을 위한 맞춤형 교육, 음악 및 체육 활동 등 새날학교 전반전인 교육과정에 관심을 갖는다. 이는 다문화 가정 청소년 문제 즉, 다문화가정으로의 변화가 비단 한국 사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김영경 새날학교 교감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만 생각하고 한국생활에 대해 아무런 준비 없이 입국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특히 예민한 청소년기 한국생활을 하면서 겪는 차별로 마음의 상처까지 더해지기 쉽기 때문에 이들을 한국사회에 무리하게 편입시켜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겉돌고 있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을 이끌기 위해선 적응에 필요한 기초 교육의 기틀을 마련해 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자신의 삶을 위해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새날학교의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김치담그기 체험을 하는 새날학교 학생들의 모습.

◇‘언어는 기술’ 미래 이끌 인재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저출산 등 인구감소의 문제를 골머리를 앓고 있는 현대사회의 미래를 이끌어 나갈 인재, 즉 다듬어지지 않은 ‘원석(原石)’이다.

새날학교에 다니는 중도입국 청소년들의 경우 러시아·우즈베키스탄·우크라이나 등 모국어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 이는 모국어와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언어 인재’인 셈이다.

이들 대부분이 모국의 정서와 문화를 이해하면서 한국어까지 완벽하게 습득하게 될 경우 동시통역관으로 훌륭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김영경 새날학교 교감의 설명이다.

고급반 소속 학생들은 이미 지역에서 열리는 세계적인 행사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8시니어&의료산업박람회’에서 러시아·우즈벡키스탄 등 해외바이어의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면서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 양 나라의 문화와 정서를 이해하고 언어또한 능통한 이들의 통역에 세계적 기업을 상대로하는 일부 기업들은 정직원 입사를 권유하는 등 스카웃 제의를 하기도 했다.

김영경 새날학교 교감은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지구촌 시대에서 중도입국 청소년들은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인재”라며 “이들이 모국어를 포함한 다양한 언어를 매체로 글로벌 인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새날학교는 앞으로 더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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