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중심도시 경기 안산 탐방기>
‘미니 지구촌’ 안산, 글로벌시대 방향 제시하다
상생·소통 하는 문화다양성으로 세계인을 품은 도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 음식거리 하루 방문객 3만 넘어
글로벌 인재 양성 위한 ‘이중언어 환경 조성사업’ 눈길
 

경기도 안산은 거주하는 외국인 국적만 111개국인 국내 최대 다문화 지역으로 매년 거리극축제를 열고 있다. 사진은 안산문화광장에서 열린 2019 안산거리극축제 개막 퍼레이드 장면.

문명사회 혁신을 이끌었다는 인터넷 개발, 비행기와 같은 수송수단 등의 발전은 더 이상 인종과 국적의 차별이 의미가 없음을 일러 준 단초가 됐다. 자신이 소속된 국가와 민족이 최고란 식의 봉건시대적 이념은 인터넷이란 매개체로 인해 서서히 무너져 갔으며 현재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각 나라별 인종별로 촘촘히 쌓여져 있던 문화, 이념, 사상 등도 허물어져 가고 있다. 한 국가 안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맞대고 살아가는 세상. 이러한 변혁의 시대에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급작스런 변화는 다양한 부작용과 문제점을 야기하는 것도 사실. 거주 외국인 국적만 111개국인 경기도 안산. 이 중 2만명의 외국인이 거주하고 있는 안산 원곡동을 찾아 외국인주민지원 정책의 현장에서 시범 운영되는 다문화 관련 사업과 다문화로 인한 사회적 고민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안산은 초록빛으로 쾌적했다. 택시기사는 “원곡기숙사 쪽 러시아계 손님들은 친절하고 아이들도 공손한데, 다문화음식거리 사는 중국계 사람들은 시끄럽고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며 맘에 안들면 반말에 욕설하는 거친 사람들”이라며 푸념을 늘어놨다. 외국인주민 8만6천명 중에 3분의 2가 중국출신(5만7천명)이다. 모난 사람이 좀더 눈에 띌 법하다. 80%가 중국음식점이니 말도 탈도 많을 것이다. 북한이탈주민이나 조선족이 살아남기 위한 자기보호 방식이 거칠게 보이기도 한다. ‘거칠다’는 평판이 편견이고 성급한 일반화였다.

밤 9시 이전에 볼일 마치고 나와야 한다는 거리, 간혹 들리는 괴담이나 자경단의 존재 등 치안문제를 살폈다. 외국인주민 6명으로 구성된 ‘원곡특별순찰대’가 자경단이다. 다문화음식거리는 주말 하루 3만~4만명의 외국인들이 방문한다. 출신국음식전문점에서 지인을 만나 향수를 달래기 위해서다. 서로 다른 문화 환경에서 살아온 사람들 간에 다툼이 나기 마련. 경찰이 출동해도 난감하다. 순찰대는 통역으로 소통을 돕고 순찰하며 기초질서도 알려주는 경찰보조로서 치안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
 

내국인도 외국인도 나름대로 즐기는 찾아가는 세계문화체험의 현장.

◇외국인주민 거버넌스로 민간 참여길 열어

지난 2009년 정부가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한 이후 안산의 세계적인 관광도시 꿈은 디자인되고 있다. 특구는 ‘만남의 광장’을 정점으로 다문화음식거리를 지나 주거지역까지 면적 37만㎡다. 14개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맛집의 요리사는 자국에서 특례채용 가능하도록 지원한다. 특구 내 1천384개 업체 중 외국계 업체가 261개소이고 이 중 184개가 음식점이다. 지원에 비해 효과는 크다. 음식문화를 매개로 만남의 공간을 조성함으로써 국내외 외국인이 자연스레 모여들게 했다.

24시간 행정서비스로 알려진 원곡동은 10개 은행도 휴일이 없다. 공무원 정원 24명의 외국인주민지원본부는 2005년 행자부 설치 이후 올해 초 외국인주민정책과, 외국인주민지원과 2과로 개편했다. 3층 건물에는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 다문화작은도서관, 외국인무료진료센터(원곡보건지소), 외국인주민상담지원센터, 한국어강의실 등과 더불어 외환송금센터(기업은행)가 있다. 출입국관리, 체류허가연장, 증명발급, 외환송금 등 민원업무를 야간, 주말에도 주간과 동일하게 서비스하니 직장 근무하는 주민의 편의가 현저히 높아졌다.

본부는 ‘안산시 외국인주민협의회’를 운영한다. 안산시 거주 외국인 인구가 많은 국가의 대표위원을 선정해(19명) 상호소통하며 외국인공동체 활성화를 노력한다. 각종 외국인관련 시책과 지원사업을 자문하고 수렴된 의견을 전달하는 거버넌스가 협의회다.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담당하는 조직이다. top-down방식의 정책 결정이 아니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8개국어로 병기돼 있는 안산글로벌문화센터 현판.

◇다문화정책 ‘동화’서 ‘통합’으로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에 있다. 건물 앞 현판은 찾는 외국인을 배려해 6개 국어로 번역돼 있다. 로비 홍보물거치대에 있는 컬러판 소책자 ‘안산하모니 65호’. 안산시 외국인주민지원본부가 생활정보를 담아 한국어, 영어, 중국어 등 8개 언어 각 1권을 격월 발행한다. 서포터즈와 편집위원을 위촉해 참여형으로 제작돼 더욱 가치 있어 보인다.

안산시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있는 글로벌다문화센터 건립을 두고 인근 주민들은 실망했었다. 2008년 건물 완공까지 5년, 주민들 관점에서는 주민편의시설을 기대하며 불편을 참았었는데 세금도 안내는 외국인 지원시설이 들어서니 심사가 뒤틀렸던 것이 최근 내국인주민 참여가 왕성해졌다. ‘월드페스티벌&키다리마켓’에서는 각국의 문화도 체험하고 음식도 맛볼 수 있어서 내국인주민에게도 인기다. 장난감, 옷, 책을 팔 수 있는 나눔장터의 대상은 ‘지역민 누구나’다. 이렇게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 지원 중심의 적응, 동화정책은 이제 옛말이다. 이처럼 내국인과 함께 즐거운 통합정책으로 변화한다. 대다수의 프로그램 안내서에는 내·외국인 공감대 형성의 상호주의가 보인다. 예전에는 한국어와 한국예절을 배우게 했다. 현재는 악기나 미술 태권도 등이 대세다. 출신국이 달라도 함께 배우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태권도의 효과는 크다. 단증을 따면 출신국에서 태권도장을 열 수 있어 인기다. 이들의 네트워크는 벌써 태권도국제대회를 열고 태권도로 교류하는 데 한몫 하고 있다.

◇이중언어 환경 조성 인재 육성 프로그램

교육도 부모 모두의 교육을 기본으로 한다. 특히 내국인 남편들로부터 부인들의 모국어를 배우고자 하는 교육 문의가 많아지고 있다. 옹알이를 두고 시집살이했다는 상담이 엊그제인데 한국말 옹알이만 고집하던 시어머니들도 두 개의 언어를 쓰는 천재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이중언어 환경조성사업을 시작해 영유아 부모-자녀 상호작용 프로그램 교재가 만들어졌다. 좋은 정책이 아이들을 글로벌인재로 키울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산YWCA가 위탁 운영하는 센터의 자랑거리는 자녀생활서비스인데 지원사업 중 유료화 1호라고 한다. 소득에 따라 시간당 본인부담금을 달리하는 서비스는 만 3세에서 12세의 다문화가족자녀, 중도입국자녀를 대상으로 4주 8회 총 16시간 진행된다. 학업성취부터 자아, 정서, 사회성 등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프로그램이다. 2008년 개소 이래로 수많은 사업들이 각 지역 센터의 시범이 됐고 이제는 이주여성 취업역량교육도 운영하며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센터가 돼있다.

안산문화광장에서 개최하는 거리극축제에서 찾아가는 세계문화체험이 열렸다. 각국 문화 체험도 하고 17개국 공연도 무료 관람할 수 있다. 거리극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도 관객과 소통하고 서로 즐거워한다. 스페인 배우는 언어 없이 관객을 줄다리기를 시키고는 그 줄 위에 자신이 올라서는 퍼포먼스 공연했다. 마음이 통하면 가능했다. 안산의 다문화사회정책도 마음 통합에 주목하고 있었다. 퍼레이드처럼 내·외국인 모두가 다문화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열린 문화다양성을 지향하는 안산의 다문화사회정책 현장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었다. 수요 증가에 따른 예산이 그것이다. 안산시는 26개 도시가 참여하는 전국다문화도시협의회(회장 이성 구로구청장)와 공동으로 외국인 인구비례에 따른 국비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동안 다문화사업을 통해 외국인주민을 지원했던 다문화가족행복나눔센터와 같은 민간시설도 쉼터 대안학교 등 훌륭한 기능을 하면서도 예산 어려움이 여전하다. 주민생활권에 위협이 되는 임대료 폭등, 카드수수료 문제, 외국인 인권 증진문제, 중도입국자녀들의 교육과정 인정문제 등 난제들도 장차 풀어나가리라 기대한다. 상생하는 내·외국인의 모습이 안산에 있었다.
/서정현 기획본부장
/안정선 수습기자 ajs@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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