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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구례군수 칼럼

남도일보자치단체장 칼럼-김순호 구례군수 

소통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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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공직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키워드가 ‘90년생’이다. 우리 세대들이 배고픈 시절을 전전긍긍하면서 이겨낸 노력들이 ‘노오력’으로 희화화되고, 우리 세대들이 즐겨보는 지면 신문에는 ‘꼰대 탈출법’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노오력을 요구하는 꼰대’를 피해 공직에 입문한 90년생들이 많다는데 우리는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을까? 공직사회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복잡한 업무가 많다. 비상근무, 행사근무, 산불진화동원 등 지역을 위해 자기 시간도 포기해야한다. 지역 발전을 이루면서 그들이 추구하는 ‘소확행’과 ‘워라밸’을 만족시켜 줄 수 있을까?

지난 11월 ‘너DO, 나DO, 군수DO’라는 다소 귀여운 이름으로 8‧9급 직원들과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직원들이 준비한 대화의 방법이 독특했다. 평소에 하고 싶은 말을 종이비행기에 무기명으로 적어서 날리는 것이었다. 인스타그램에서 개인적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DM(다이렉트메시지) 마크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처음 종이비행기를 펴서 나온 말이 ‘계장님들도 업무분담을 정확히 나눠 일하셨으면 좋겠습니다.’였다.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주말에 근무하면 대체휴무 등으로 적절하게 보상해주세요.’, ‘자동응답메시지로 민원실 직원들의 점심시간을 보장해주세요.’ 같은 의견들이 나왔다.

이때 90년대생 공직자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감이 왔다. 그들은 어려운 업무를 피하고, 주말에 일하기 싫은 것이 아니었다. 하는 일에 대한 적절한 보상, 계약 관계 준수, 부당한 업무부담 조정 등 우리 기성세대들이 열망해왔던 공정한 사회, 투명한 사회, 노력이 보상받는 사회를 원했던 것이다.

다양한 사람과 소통하다보면 새로운 방향을 찾게 되기도 하고, 기존의 가치를 확인하기도 한다. 개개인에게는 선의도 있고 악의도 있겠지만 공론화가 되면 종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소통은 민선 7기 구례군의 핵심 가치다. 겉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소통이 아닌 지역사회와 개개인의 삶이 실질적으로 변하는 소통을 추구하고 있다. 변화의 방향을 소통으로 확인하고, 현장에서 현안들을 풀어가는 방식으로 군정을 만들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천은사 산문 무료개방을 꼽고 싶다. 군사정권 시절 사찰 측 허락 없이 무단으로 도로를 개설했다는 불교계의 주장과 도로상에서 불법적으로 입장료를 징수한다는 민간단체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던 문제였다. 양측 다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며 한 발짝도 나아가기 힘든 상황이었다.

누가 옳고, 누가 그르기를 따지는 것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었다. 변화의 의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화엄사 주지스님과 대화를 해보니 산문을 무료로 개방하겠다는 확고한 뜻이 느껴졌다. 그러나 사찰 운영비라는 실질적인 걸림돌이 남아있었다. 게다가 국립공원 문화재 입장료 징수 문제는 구례 천은사라는 한 구역을 떠나 전국적으로 퍼져나갈 문제였다.

좋은 선례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사찰이 자생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산문을 개방하는 것이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에 합의했다. 서로 원하는 바를 터놓고 이야기하고,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들을 정리했다. 국가적인 문제였기에 중앙정부와 전남도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천은사가 수익사업을 할 수 있도록 각 기관에서 기반을 지원하고, 산문을 무료 개방하는 것으로 근 10년 만에 합의를 이루게 되었다.

소통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가장 좋은 소통 방법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한다. 대화에서 60~80%가 비언어적 메시지가 차지한다고 한다. 상대의 표정, 몸짓, 목소리의 떨림에 상대방의 진의를 파악할 수 있다. 차 한 잔에 닫혔던 마음이 열리고 진솔한 대화가 오가기도 한다.

민선 7기 취임과 동시에 가장 먼저 한 것은 열린 군수실을 만든 것이다. 구례군청 군수실에는 누구나 찾아와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 그러나 물리적인 한계에 부딪혔다. 한 명 한 명 만나서 하는 대화는 깊이가 깊지만, 그만큼 시간이 걸렸다. 미리 예약을 해도 한 달이 넘어야 면담이 가능할 때도 있었다. 먼 길 찾아오신 어르신들이 기존의 예약일정 때문에 그냥 돌아가야 되는 경우도 많았다. 살인적인 일정을 소화하느라 직원들에게 할애할 시간이 부족해 ‘군수님 결재 받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우스갯소리도 돌았다.

그래서 지난 해 10월부터 ‘마을순회방문 대화’ 시간을 만들었다. 매주 법정리 2개씩을 묶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서 주민들과 소통했다. 주민들이 원래 생활하는 곳이라서 그런지 좀 더 자신감을 가지고 속 터놓고 말씀하셨다. 먼 길 찾아오고 기다리는 불편도 줄어들었다. 한 번에 많은 분들과 대화하고, 건의사항이 들어온 현장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구례는 69개 법정리가 있는데, 7개월간 25개 법정리 주민들을 만났다. 한번 만난 주민들은 1년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다는 문제가 눈에 보였다. 그래서 지난 5월 8일부터는 ‘5일 시장 장터대화’ 시간을 만들었다.

구례장날은 군민과 더불어 인근 지역에서도 찾아오는 특별한 날이다. 장날 아침에는 군내버스 안이 사람들로 가득하다. 이점을 착안하여 만든 것이 ‘장터대화’이다. 장날에 장보러 온 김에 누구나 군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5월 8일에 처음으로 추진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매월 정례적으로 개최할 계획이다.

다양한 대면 소통과 더불어 최대한 많은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SNS다. 이동시간, 늦은 밤에도 사용할 수 있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난 해 지리산 주변 지역의 집중호우로 피해가 많이 발생했다. 피해를 입었다는 댓글들을 보고 바로바로 현장에 나갔다. 할 수 있는 것들은 최대한 해결했다. 대규모사업이나 지역축제 등 군민 관심분야에 대해서는 의견을 수렴하고 좋은 아이템들도 얻었다. 부족한 부분은 사과드렸고, 기뻐할 일들은 공유하며 함께 그 즐거움을 나눴다.

어느 때보다도 많은 군민들과 소통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주민소리함’ 설치를 못한 것이다. 구례군은 65세 이상 인구비율이 31.9%에 육박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아무래도 SNS나 인터넷에 약하신 분들이 많다. 마을회관이나 노인정에 주민소리함을 설치해서 건의사항을 적어 넣으면 수거해서 직접 읽어보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었는데, 아쉽게도 의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삭감이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소통 플랫폼은 아무리 만들어도 부족하다. 페이스북이 있다는 이유로 인스타그램을 안 만들었다면 많은 사람들의 기쁨이 사라졌을 것이다. ‘종이비행기 대화’에서 보았듯이 익명의 소통은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어르신들이 쓴 솔직한 한마디 한마디에 변화하는 구례의 미래를 기대한다.

소통은 하면 할수록 사회는 변화하고, 공동체는 단단해진다. 불신이 사라지고 의혹이 종식된다. 그야말로 분열에서 통합으로 가는 고속열차다. 엘리트 정치는 그 끝을 달리고 있다.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방향을 잘 설정하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왔다. 그 방향을 잡아가는 나침반이 바로 소통이다. 또한 그 방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도구도 소통이다. 소통은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도구이며, 그 자체로도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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