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째 “국화꽃 한송이 가져가세요”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이모저모
○17년째 “국화꽃 한송이 가져가세요”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는 시민들에게 무료로 국화꽃을 나눠주는 행사가 눈길을 끌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18일 광주시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선 시민들에게 무료로 국화꽃을 나눠주는 행사가 벌여져 눈길을 끌었다.

동호회 ‘우리끼리 그날을 위한 모임’에선 국화꽃 1천송이와 생수 1천개를 시민들에게 나눠줬다. 올해로 17년째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은 매년 5·18기념식에서 국화꽃을 무료로 나눠주며 5·18민중항쟁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겼다. 시민들은 이날 국화꽃 한송이를 가져가며 민주화를 위해 희생하신 영령들을 달랬다.

무료 국화꽃 나눔행사에 동참한 한정훈(46)씨는 “매년 5·18기념식에서 무료로 국화꽃을 전달한다”며 “시민들이 5·18민중항쟁을 절대 잊어선 안되고 이 땅의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분들도 절대 잊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황교안 험난한 ‘광주행’ 시민들 거센 ‘반발’
“어디를 오느냐…황교안은 물러가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일부 시민들과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와 마주했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는 광주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일부 시민들과 시위대의 격렬한 항의와 마주했다.

18일 황 대표는 광주시민들의 반대에도 기념식 참석을 강행했다. ‘오월단체를 사랑하는 사람들’ 등 5월 관련 단체는 민주의문 앞에서 ‘5·18왜곡 처벌법 가로막는 자유한국당 즉각 해체’, ‘5·18역사왜곡 처벌법 즉각 제정’ ‘5·18진상조사위원회 즉각 가동’ 등이 적힌 피켓과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했다. 황 대표는 경찰 등 경호 인력의 도움을 받아 입장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이를 막으려는 시민들과 충돌했다.

일부 시민들은 황 대표를 향해 “어디를 오느냐”, “황교안은 물러가라”고 외쳤고 밀고 당기며 넘어지는 등 격렬한 몸싸움이 일어났다.
/김영창 기자 seo@namdonews.com

○오월영령 추모한 외국인들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엔 수 많은 외국인 청년들이 참석해 오월영령을 함께 추모했다. 사진은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일폰 템플대학 학생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올해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엔 수많은 외국인 청년들이 참석해 오월영령을 추모했다.

일본 템플대학교에서 한국정치학을 전공하는 13명의 청년들은 데이비드 세터 화이트 교수와 함께 이날 기념식장을 찾았다. 한국정치 탐방을 위해 보름여간의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들은 서울 일정을 뒤로하고 지난 17일 광주를 방문, 이날 추모물결에 함께 동참했다.

또한 아시아20개국 청년들도 이날 민주묘지를 찾았다. 39주년 행사인 광주아시아포럼에 참석한 ‘아시아민주주의네트워크(Asai Democracy Network)’소속 20여명의 청년들은 포럼 참여에 앞서 인도네시아에서 온 아우라(25·여)씨는 “역사를 바로잡고 5·18진상규명에 나선 한국을 보며 한편으로 부럽다. 인도네시아도 5·18과 비슷한 과거를 겪었지만, 여전히 현 정부는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감추기에만 급급하기 때문이다”며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을 위해 나아가는 모습은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한 사람으로서 큰 배울 점”이라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오월영령들 앞에서도 민낯 드러낸 구속부상자회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5·18구속부상자회가 오월영령들 앞에서도 그 민낯을 드러냈다.

5·18구속부상자회 일부 회원들은 18일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시작에 앞서 양희승 구속부상자회장과 설전과 몸싸움을 벌였다.

일부회원들은 비위 행위를 저지른 양 회장의 기념식 참석은 옳지 않다며 퇴장을 요구하는가 하면, 양 회장을 행사장 밖으로 밀쳐내는 등 고성이 오갔다.

이날 소동은 양 회장이 기념식장을 떠나면서 일단락됐다. 이를 지켜본 시민들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며 지적하기도 했다. 한 시민은 “80년 당시의 고초를 겪은 이들의 모임인 5월 단체가 5·18기념행사장에서 다툼을 벌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내부 갈등은 내부에서 해결해야지 엄숙해야할 기념식장에서 추태를 부리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전국서 중·고등학생 줄이어

제39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한 전북 익산고등학교 학생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이날 기념식엔 청소년들의 참석도 눈에 띄게 많았다. 전북 익산에서 온 여세림(익산고 1년)양은 “기념식 당일 직접 와서 보니 선착순 경쟁률을 뚫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학교에서도 5·18관련 수업을 통해 당시의 영상을 보여주곤 하는데 현장에서 자식을 찾는 유족들을 보니 가슴이 너무 아팠다”고 소감을 밝혔다.

전주에서 온 육관호(한일고 1년)군은 “민주주의를 위해 맞서 싸우신 오월 영령들이 있었기에 지금 이 자리에 우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현장에서 직접 추모할 수 있어 뜻깊다”고 말했다. 이어 “5·18을 폄훼하고 왜곡하는 것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과 같다. 어린 학생인 저도 아는 사실을 다 큰 어른들이 모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이 같은 역사 왜곡·폄훼를 막기 위해선 하루 빨리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정희윤 기자 star@namdonews.com

○대구에서도 동참했던 민주화운동

대구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고(故) 김영조씨의 묘역에서 참배하고 있는 유가족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광주5·18민주화운동 39주년 기념식이 마무리 된 뒤 5·18민주묘지에는 희생자들에게 헌화ㆍ분향하는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특히 곳곳에서는 유가족들이 비석을 붙잡은 채 오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광주뿐만 아니라 대구에서 민주화운동을 하다 희생된 이들의 유족들 모습도 눈에 띄었다. 고(故) 김영조씨의 부인 정명숙(60·대구 중구 대봉동)씨는 “참으로 유별난 사람이었다. 그날의 아픔과 고통으로 평생을 시달리다 3년 전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대구에서 온 황병윤(68)씨는 “당시 대구에서도 경북대 친구들과 함께 민주화운동을 했다. 광주에서 일어난 참상을 전국에 알리기 위해 애쓰다 고문을 당하고, 그 아픈 기억 속에서 결국 세상을 떠난 친구들을 위로하기 위해 방문했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jin1@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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