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리뷰>국립아시아문화전당 ‘대동해원’
참신·다채로운 무대로 전통예술 참맛 전달

국악과 소리·무용 함께 어우러진 환상의 콜라보
국내 최초 아레나 무대 관객과 ‘일체감’ 인상적
오월 아픔 위로하며 평화·화합의 대동 세상 염원
남도 문화자원 세계화 성장·발전 가능성 보여줘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 무대에 올려진 ‘대동해원’은 ‘해원(한을 풂)’을 표현하는 전통예술 ‘굿’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궁중무용 정재부터 민속무용까지 화려한 한국무용과 웅장한 전통음악의 창작 퍼포먼스를 통해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동해원의 다섯번째 무대 ‘대동’의 한 장면.

국악이나 전통예술에 대해 ‘ 교과서에나 나오는 것 아닌가?’, ‘지루하거나 유치하지 않을까?’,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나 보는 것 아닌가?’라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18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극장1 무대에 올려진 ‘대동해원’은 이런 선입견을 순식간에 불식시키게 충분했다. ‘해원(한을 풂)’을 표현하는 전통예술 ‘굿’을 창의적으로 재구성하고, 궁중무용 정재부터 민속무용까지 화려한 한국무용과 웅장한 전통음악의 창작 퍼포먼스를 통해 감동과 즐거움을 선사했다.

대동해원은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이 5·18광주민주화운동 제39주년을 맞아 그 의미를 되새기고자 마련한 전통예술공연이다. ACC가 주최하고 아시아문화원이 주관해 지난해 ‘대동천년’에 이어 두번째 올린 대동 시리즈 작품이다. 김상연 전남대 국악과 교수가 총감독을 맡아 광주 나빌레라예술단을 포함한 전국 200여명의 중견 및 청년 전통예술인들이 출연해 기존의 형식에서 벗어난 참신하고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지역에서 만나기 어려웠던 경·서(경기도·평안도)지역 굿춤과 정재, 궁중연주, 한량무 등을 비롯 역대급 스케일의 무대가 펼쳐졌다.

대동해원은 ‘해원, 평화 그리고 미래’ 주제가 말해주듯 오월 영령들의 넋을 위로하고, 광주의 역동적인 에너지를 동력으로 평화와 희망이 가득한 대동세상을 염원했다. 공연은 ▲오월광주 ▲해원 ▲천도 ▲평화 ▲대동으로 이어지는 5개 무대로 진행됐다.

‘오월광주’에선 광주의 뜨거웠던 오월을 대북과 구음, 명창 임방울의 단가 ‘추억’이 만나 ‘오월 그날’을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아픔과 그리움을 함께 되새겼다. ‘해원’은 씻김굿을 통해 떠난 이들의 아픔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세상을 안녕을 기원했다. ‘천도’ 경·서지역의 굿을 새롭게 재창작한 작품이 올려졌다. 오월 광주를 기억하는 모든 이들의 간절한 염원을 담아 힘들었던 지난날을 하늘로 보내고 만복을 기원하는 시간을 가졌다. ‘ 평화’는 상령산풀이와 즉흥무, 한량무가 차례로 이어지며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달했다. 마지막 무대인 ‘대동’은 궁중무용인 학무와 연화대무, 가인전목단을 함께 구성해 ‘대동세상’에 대한 염원을 상징했다.

대동해원은 어떤 공연보다 무대와 객석 간의 거리가 가까운 게 인상적이었다. 국악계 최초로 시도한 아레나 무대는 흡사 우리의 마당놀이를 연상케 했다. 무대 정면과 좌우측에서도 가까이서 볼 수 있었다. 객석도 무대쪽으로 최대한 당겨 무용가들의 손동작·몸동작은 물론 표정까지도 생생하게 전달됐다. 극장형 무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생동감에 관객들은 무대 출연진과 함께 하는 느낌이었다, 실제 객석 코앞에서 수십 명의 무용가들이 함께 춤추고, 노래하는 동안 관객들은 무용가 및 소리꾼과 눈을 맞추며 함께 어깨 춤을 하고 박수를 치는 등 유쾌한 무대가 이어졌다.

객석의 뜨거운 반응에 무용가들은 우아하고 절제된 춤사위로 전통의 내적 아름다움을 맘껏 표출했다. 반주단은 때로는 독주로, 때로는 합주로서 정중동(靜中動)의 맛깔을 빚어냈다. 관객과 하나된 공연은 러닝타임 2시간이 짧게 느껴졌다.

무대 영상은 색다른 묘미를 더했다. 반주단 뒷배경은 각 무대 특징에 맞는 영상이 수놓아졌다. 대표적인 게 5번째 무대 화면이다. 십장생 그림을 본뜬 화면엔 해와 달이 함께 떠 있고, 산봉우리 사이에 폭포수가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상생과 화합을 통한 ‘대동 세상’이 지속되길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듯 했다.

조명도 인상적이었다. 무용가와 소리꾼을 비춰주는 것을 넘어 각 무대별 특성과 무용가 춤사위에 맞는 갖가지 형상을 바닥에 그려냈다. 4번째 무대에서 한량무가 펼쳐지는 동안 무대 바닥에 한자들이 가득 나열되는 가 싶더니, 어느 순간 부분별로 이 글자들이 회전했다. 연출진과 무대·조명 담당자들이 무대 활용과 메시지 전달에 많은 고민과 연구를 했음을 알 수 있었다. 또 김영운 한양대 교수가 각 무대 사이에 등장해 우리 가락과 춤의 매력, 작품 개요, 뒷이야기 등을 눈높이에 맞는 해설로 전달해 이해도를 높여주기도 했다.

이처럼 대동해원은 더 다채롭게 진화하는 우리 전통예술의 참 맛을 만끽하게 했다. 무엇보다 총감독인 김상연 교수와 나빌레라 예술단, 씨김굿 등 우리의 전통 문화자원 및 인재들이 아시아 및 세계 문화의 한 장르로서 성장·발전할 수 있는 우수성과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어서 의미있었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인 내년 5월 열릴 세번째‘대동’ 공연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김명식 기자 msk@namdo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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