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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이계홍의 역사소설 깃발-충무공 정충신 장군

제3부 광해시대 1장 역사 청산 <340>

광해는 임진왜란으로 소실된 창덕궁 인정전을 복원했으나 국가의 중대한 의식을 거행하고 주요 국사를 논하는 정전인 경복궁 근정전을 복원하지 못했다. 공사비가 많이 들고 청기와를 쉽게 구할 수 없어서 손을 대지 못했다. 그러나 외국 사절을 맞을 인정전을 복원해 체면치레할 정도는 되었으니 아낄 뿐, 사정전 만춘전 천추전 선정전을 편전으로 주로 사용했다. 문신들과 함께 거리낌없이 정사를 다루고 경전을 강론하는 곳이다. 왜란을 겪은지라 개수한 건물에서 사무를 보는 것이 격에 어울려 보였고, 사치스럽지 않으니 실용성이 있었다. 임금이 편전 바닥에 엎드린 중신들을 향해 말했다.

“백사 대감이 입궐하였으니 중지를 모아봅시다. 대국의 사신은 병력 2만을 보내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좋소?”

“임진왜란 때 신세를 졌으니 당연히 대국에 보답해야지요.”

대북파의 일원이었다. 인목왕후를 제치고 광해에게 왕위를 넘기는 데 큰 역할을 한 일등공신들이었으니 그들은 정권 핵심부에 들어가 무엇이든 자신만만했다. 아침의 조정회의나 업무보고에서도 그들이 회의를 주도했다. 그렇다고 세가 밀린 중신이라고 해서 입을 다물지는 않았다. 그것이 또한 조선조 대신들의 자존심이었다.

“저런 고현, 2만 대군을 보낸다면 굳이 이런 회의를 할 필요가 무어가 있소? 회의를 부의한 것은 파병을 심사숙고해보자는 뜻 아닌가. 우리도 왜란의 후유증을 심각하게 앓고 있는즉, 구원병을 보내는 것은 여러모로 재고해봐야 합니다. 전쟁 뒤끝의 국난극복이 우리에게 무엇보다 중요하오이다.”

“저런 몰상식이 있나. 부모국이 왜병 토벌을 위해 우리에게 구원병을 보내주었으면 응당 보답을 해야 하거늘, 싹둑 잘라먹겠다고? 그런 배신은 있을 수 없소! 대국이 우리를 돕지 않아도 의당 부모국에 구원병을 보내야 하거늘, 하늘과 같은 은혜를 베푼 대국의 요청을 거부하다니,저런 인간이 백관이라고 앉아있으니 나라 규율과 예법과 군자의 의리가 자빠져버린 것이오!” 회의는 언제나 이렇게 극단으로 가버린다.

“뭐라? 니놈이 나라 망칠 놈이다. 네가 백성들의 아우성을 아느냐? 사대에 기대어 자기 이익만 취하고, 나라야 쫑나든 말든 상관안하는 매국노놈!”

“뭐, 내가 매국노? 너만 나라 생각하고 난 대국의 똥구녕이나 빠는 아첨배로나 보이느냐? 저렇게 쌩까는 음해와 이간질로 조선과 명나라 조정 심기를 흐려놓다니, 네가 과연 백관이란 말이냐? 저 자야말로 매국노 올시다.”

“맹호가 초식하는 소리하고 자빠졌네. 사대하는 자, 잘먹고 잘산다고 하더라만 지금은 그런 때가 아니야! 시대를 잘못 읽었어, 이놈아!”

“조용히들 하시오.” 듣다 못한 이항복이 크게 꾸짖었다. “상감마마 안전에서 이런 불경이 어디 있는가?”

그제서야 좌정이 조용해졌다. 조정 안에서는 진작부터 같은 사안을 가지고도 자기 패당과 연결지어서 사리를 판단했다. 옳고 그른 것에 대한 천착이 아니라 내 편이 주장하냐 안하냐에 따라서 가치가 다르고, 의견이 구분이 되었다. 이것을 왕은 가만히 두고 보는 것 같았다. 필요에 따라 이용해먹기 좋은 기제들인 것이다. 그것은 선왕에게서 배우고 익혔다.

이항복이 나섰다.

“사태를 볼 때 전후(戰後) 처리가 중요하오이다. 국가적 역동성을 집중하고, 기강을 잡고, 곡간에서 인심난다고 하듯이 백성들의 곡간을 채워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오이다.”

“옳은 말인데, 지금은 그것을 논할 때가 아니잖는가. 구체적으로 말해보소.”

“전하께옵서 부국강병책을 쓰시고 대동법을 시행하기 위해 선혜청을 신설하시고, 국서 발행을 위해 문화 시책을 넓혀나가시는 것은 대대로 칭송받을 일이옵니다. 국방을 튼튼히 하기 위해 관서 지방에 관군을 모아 훈련을 시키고 있는 것 또한 유비무환의 핵심 정책입니다.”

“그러니 이들을 보내잔 말이오?”

“두 가지가 있습니다. 후금과 화친을 맺어 국가 위기를 막는 것과, 의를 지켜 명의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게 말이여, 막걸리여?”

누군가가 뒤에서 투덜거렸다. 이항복이 말했다.

“의를 지키는 것은 신하가 절개를 지키는 근본이지요. 그것으로 예를 차리는 것은 지당한 일입니다. 반면에 신흥 강국에게도 적대감을 갖지 않게 노력하는 것 또한 유용한 일입니다. 무릇 나라를 경영하는 데는 어느 한가지만을 골라서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복합적이고 중층적입니다.”

“둘 중에 하나도 모자라는 판에 둘 다 어쩌자고요? 그러니 늙은 여우라고 하지.”

뒤쪽에서 젊은 중신이 대놓고 야지를 놓았다.

“네, 이놈!” 이항복이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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