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농인<1>나주 김양수씨-억대부농 삶과 애환
낮엔 알바생…밤엔 농부…8년후엔 억대 부농

김양수(51) 기분좋은 농부 대표는 흙과 자연이 좋다는 이유로 지난 2010년 귀농을 한 뒤 친환경 재배 방식을 도입해 ‘억대 부농’ 반열에 올랐다.

남도일보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아 ‘귀농 1번지’전라도에서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싣습니다. ‘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란 제목으로 시작하는 귀농 시리즈물은 이들의 삶과 애환을 영상과 함께 전해드립니다. ‘나는 귀농인-남도愛 산다 ’는 이미 정착한 사람들에게는 삶의 활력소를 불어넣고 귀농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선배들의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조언해 주는 가이드 역할에 충실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쉽지 않았던 ‘인생 2모작’=광주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처가인 전남 나주에서 ‘기분좋은 농부’ 농장을 운영하면서 ‘인생 2모작’에 땀을 흘리고 있는 김양수(51)씨. 40대 초반 농촌에 발을 붙인 그에게도 시련이 많았다.귀농 초기 낮에는 사기업 아르바이트생으로, 밤에는 농부로 밤낮으로 뛰어다녔다. 생활고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귀농한지 8년만에 ‘억대 부농’대열에 올랐다. 아직도 갈길이 멀지만 서서히 정착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하루 24시간도 부족했었죠”, “귀농하고 싶다는 내 욕심 때문에 가족 모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더 악착같이 버틴거죠”

그는 지난 2010년 광주를 떠나 처가 인근 마을인 나주시 문평면 복룡마을에 터를 잡았다. 40여년 동안 도시에서 나고 자라 흙 한번 만져본 적 없었다. 하지만 그는 부대끼는 도시의 삶에서 벗어나 흙이 좋고 자연이 좋아졌다. 가족과 주위의 반대를 무릅쓰고 귀농을 결심한 이유다. 회사원으로서 고된 업무와 승진 압박도 그를 농촌으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농업경영인으로 성공하겠다는 그의 꿈은 누구보다 강했다.

귀농 초기 마음이 앞섰다. 복숭아, 고추, 양파, 단호박, 청양고추 등 많은 작물에 손을 댔다. 하지만 농업기술과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실패를 반복했다. 자연스럽게 수익이 없자 귀농 3년만에 준비한 밑전이 바닥나 생활고에 쫓기게 됐다.

그는 오전에는 아르바이트생, 일용직 노동자로, 밤에는 농부로 일하며 투잡, 쓰리잡을 뛰었지만 가장의 역할을 하는 게 버거웠다. 닥치는 대로 부업을 하고 광주에 있는 집까지 팔았지만 생활고를 극복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다행히 의류업에 종사한 아내와 공무원인 딸의 도움으로 가족의 생계를 이어갈 수 있었다. 든든한 조력자이자 버팀목인 가족들이 없었다면 지금도 바닥에서 헤매고 있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정부의 지원·주경야독으로 ‘기사회생’=그는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2년간 나주시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친환경농업대학에서 농업교육을 받았다. 오로지 소비자들을 위한 농작물을 만들겠다는 신념 하나로 유기농 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농산물품질관리 교육을 이수하면서 문외한이던 농업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낮에는 농업교육을, 밤에는 농작물을 관찰했다. 낮에 배운 작물 재배 방법을 토대로 밤에 농작물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물이 어떤 상태인지, 이런 상태에선 어떤 방법을 써야하는 지 연구했다. 그는 매일 한시간 마다 농작물 일지를 작성한 것이 재배방법을 터득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그는 “논과 밭에서 농작물을 심고 수확해 판매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농작물을 하나의 생물로 바라보고 애지중지 가꿔야한다”고 강조했다.
 

직접 재배한 표고버섯을 포장지에 담고 있는 김씨 부부.

■평범한 직장인에서 ‘억대 부농’으로=피땀 흘려 노력에 노력을 거듭한 끝에 그는 올해 9년차 베테랑 농사꾼이 됐다. 이젠 포도와 표고버섯 2종목만 집중 생산하고 있다. 귀농 당시 2천640㎡(약 800평)로 시작한 포도하우스는 현재 5천280㎡(약 1천600평)에 이르고 지난해 연소득도 1억4천만원을 웃돌았다. 귀농 초창기보다 5배 가량 증가했다. 지금은 포도와 표고버섯을 주 농작물로 시설 4천620㎡(약 1천400평)을 포함한 농지 1만1천550㎡(약 3천500평) 까지 늘려 우수 귀농인으로 거듭났다. 그는 농업기술센터에서 배운 친환경 재배 방식을 도입해 매출이 오른 것 같다고 믿고 있다.

그는 여기에 만족하지않고 지난해 연중 생산 가능한 냉장시설도 구비했다. 초기 시설 투자비가 만만치 않지만 그는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위해 수익 모두를 재투자했다.

더욱이 김씨는 우수귀농인 현장견학처로 학생들을 위한 ‘버섯따기 체험장’도 운영하고 있어 지역사회에 이바지하고 있다. 지난해만 3만5천명의 학생 등이 체험에 참가하면서 지역 귀농인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젠 당당한 귀농인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자부심도 매우 크다.

여기에 김씨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의 ‘귀농닥터’에 선정됐다. 전국 200여개의 우수농가가 선정됐지만 나주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이제 막 귀농·귀촌한 사람들에게 농작물 재배 방법을 공유하고 농가 경영에 대한 애로사항을 상담해주며 지역 귀농인들을 위한 사회 공헌에도 앞장서고 있다.

■예비 귀농인들에게…=그는 예비 귀농인들에게 “내가 먹지 못할 농작물은 재배하지도 판매하지도 말자는 신념을 굳게 지켜 소비자들과의 신뢰를 쌓은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돈을 쫓기 위해 귀농을 선택하진 말라”고 조언했다.

이어 “돈을 쫓아 억대 부농의 길에 들어선다고 한들, 밑천은 금방 드러난다”며 “꾸준히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해야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현지인들에겐 귀농한 젊은 사람들이 이방인으로 느껴질 수 있어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마을개발위원과 새마을지도자 등으로 발벗고 나서 얽힌 관계를 풀어나갔지만 성급한 마음으로 처음부터 지나치게 다가서려하는 것은 금물”이라고 귀띔했다.

그는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전까지 절대로 가족 전부가 귀농에 전념하지 말라”는 경고도 아끼지 않았다. “귀농을 결심한 사람 대부분이 평균 3∼4년 가량은 수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텐데 그 기간을 잘 버틸 수 있으려면 가족 중 한 사람은 수입이 있어야 한다”며 “귀농을 시작하는 사람은 수입이 없더라도 다른 한 사람은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있어야 버틸 수 있다”고 강조했다.글·사진/정다움 기자 jdu@namdonews.com 영상/송민섭 기자 song@namdonews.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김씨가 건조시킨 표고버섯이 담긴 포장지를 들고 있는 모습.
김씨가 재배하는 표고버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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