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의 남도일보 월요아침
“엄마도 엄마가 처음입니다”

김은성 전남과학대 교수

김은성(전남과학대 교수)

요즘 들어 아동 상담 전화가 부쩍 잦아졌다. 다른 또래의 아이들과 달리 말이 늦되고 걸음이 늦는 것 같다며 전화기 너머로 걱정이 한 가득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아이의 손짓 하나, 옹알이 하나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 엄마 스스로 힘들어 하는 때도 적지 않아 이럴 땐 말 그대로 ‘엄마를 대상으로 한’ 상담을 한다.

책에 쓰인 대로 딱 정확한 시기에 목을 가누고, 두 발로 걷고, 문장을 구사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세상의 어느 아이들도 모두 똑같은 발달을 보이지는 않는다. 단지 지표와 비슷한 시기에 조금 이르거나, 조금 늦을 뿐이다. 물론, 그 외에 다른 증상이나 이상한 점이 있다면 병원을 찾아 조기에 치료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경우엔 항상 어머니의 공통된 반응 중 하나는 “제가 뭘 잘못 했을까요, 제가 못나서 우리 아이가 이런 것일까요.”하는 자책성 반응이다.

2년 전, 급하게 상담을 요청하여 늦은 밤에 전화 상담을 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2학년과 7살 아들 둘을 둔 어머니였다. 둘째아들의 갑작스러운 뇌종양 진단으로 병원에서 간호에 매달리다보니 큰 아들은 자연스레 하교 후 학원 순회를 하다 아버지가 퇴근하는 시간에 맞춰 집에 들어오는 일이 잦았다. 워낙에 차분하고 조용한 아이라 동생 아픈 줄 알고 칭얼대지 않는다며 내심 안쓰러워하던 찰나에 어느 순간부터 큰 아이의 행동에서 이상한 점이 보였다. 눈을 자주 깜빡거리고 과도하게 어깨를 으쓱하는 행동이 거슬릴 정도로 눈에 띈다는 것이었다.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보니 일과성 틱장애 같았다.

-틱(tic)이란 갑작스러운, 빠른, 반복적, 또는 비리듬적인 운동 또는 소리내기이다. 틱은 고의성이 없으며 갑자기 나타난다. 일과성 틱장애는 일시적으로 단순 또는 다발성 운동/음성 틱이 나타나는데, 유사한 증상은 소아기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의 일과성 틱장애는 더 심한 틱장애로 이행되지 않지만 스트레스가 있을 때 재발한다(최신정신의학, 2015)-

둘째 아들의 수술이 무사히 끝나고 한숨 돌리려던 참인데 큰 아이의 이상행동까지 눈에 보이자 어머니는 큰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 미안함에 애끓는 마음을 속으로 삼키느라 목이 메었다. 일시적으로 나타난 행동증상이니 당분간 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그 동안 동생 병간호로 미뤄두었던 관심과 사랑을 오롯이 큰 아이에게만 쏟아주시라 말씀드렸다. 생각 외의 답이라는 듯 재차 물으며 약은 안 먹어도 되는지, 병원에 바로 가보는 것이 낫지 않은지, 더 큰 병이면 어쩌나 등등 걱정이 꼬리를 물었다.

걱정이 한 가득 일 수 밖에 없는 어머니의 마음을 알기에 주변 병원도 함께 안내 해 드리며 때로는 강력한 약물과 수술보다 관심과 사랑이 가장 효능 좋은 약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필자의 말대로 큰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별다른 차도가 없으면 바로 병원 진료를 받으시라고 했다. 그리고 통화 말미에 초조해 하는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어머님, 아이가 아프고 힘들어 할 때, 그것이 모두 어머니의 탓이라 자책하지 마세요. 세상의 어떤 부모도 자신의 아이가 아프길 바라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어머님도 엄마가 처음이라 낯설고, 서툴러서 그런 것이지 잘못한건 없습니다.”

그렇게 몇 번의 통화가 오가고 그 이후 연락이 없으시더니 며칠 전에 연락을 주신 것이다. 예전에 비해 한 톤 밝고 차분한 음성이었다. 둘째 아들도 수술 후 회복이 잘 되어 지금은 학교에 입학했고, 어머니의 아릿한 큰 아들도 언제 그랬냐는 듯 예전의 착하고 공부 잘 하는 아이로 돌아와 이번 학기에는 학급 반장도 되었단다. 필자와의 상담 후 어머니는 큰 아이와 눈을 맞추고 이야기 하는 시간을 늘렸다. 아버지도 시간을 내어 아이와 자전거를 타고 캐치볼을 주고받았다. 그때의 그 시간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지, 어머니는 울컥한 마음으로 그때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조언해 줘서 고마웠노라고 마음을 전했다.

사실, 필자는 아이를 직접적으로 치료하거나 돌보지 않았다. 단지, 어머니의 사랑이 잘 전달되도록 응원을 했을 뿐이다. 어머니의 역할을 충분히 잘 해내었기에 오늘의 좋은 소식도 있지 않았을까. 필자가 만나고 상담했던 어머니들처럼 우리도, 우리 모두의 어머니와 아버지도 엄마가, 그리고 아빠가 처음이다. 그러니 서투름에 두려워말고 실수에 자책하지 말자. 단, 마음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관심과 애정으로 표현하자.

그러니 세상의 모든 어머니, 아버지! 자녀의 아픔에 자책 대신 관심과 사랑을 주세요. 그 기운으로 무럭무럭 건강하게 자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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