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현장>무관심 속에 희생된 여중생

정유진(사회부 기자)

지난 4월 28일. 광주 동구 너릿재터널 인근 저수지에서 한 여중생의 시신이 발견됐다. 의붓아버지인 김모(31)씨가 자신을 성범죄자로 신고한 의붓딸 A양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것이었다. 그는 경찰에서 “의붓딸이 나를 강간미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해 복수하려고 살인을 저질렀다”고 범행을 시인했다. 그리고 범행 현장인 차안에 친모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민들을 경악케 했다.

친모 유모(39)씨는 증거부족의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다가 경찰의 보강수사로 딸의 살해를 공모, 범행에 가담했다는 증거가 확보되면서 결국 구속됐다. 부검 결과 시신에서 수면제 성분이 검출됐고, 유씨가 범행 이틀 전 전남 순천의 한 신경정신과 병원에서 우울증과 수면제 두 가지 약을 처방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하기 전 A양은 초등학교 3학년 부모의 이혼으로 남동생과 함께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자라야 했다. 목포에 사는 친부와 광주에 사는 친모의 집을 오가며 부모의 따듯한 사랑을 그리워했다.

학교에서는 아이의 불안과 애정결핍 증세가 심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부모와의 상담을 통한 개선요구 밖에는 할수 없었다. 이마저도 부모는 거절했다고 한다. 의붓아버지에게 학대를 당했다는 사실에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잠시 맡겨지기도 했지만 입퇴소를 반복해야 했다.

일각에선 신고를 받은 경찰이 신속하게 대응했더라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비난을 쏟아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학교에서의 적극적인 관심과 제대로 된 시스템이 갖춰져있었다면 이런 끔찍하고 안타까운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특히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 이어지는 모니터링과 교육복지시스템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처럼 이제는 한 가정의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의 일이라고 생각하고,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과 관리를 통해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광주전남 지역민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남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