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의 봄
명현관(전남 해남군수)

명현관 전남 해남군수

봄은 짧다. 올 봄은 더욱 그렇다. 5월이 다 가지도 않았는데 벌써 30도를 오르내리는 때이른 더위에 싱그러운 계절이라는 예년의 인사가 조금은 민망해졌다. 매화가 피고, 벚꽃이 피었던 것이 엊그제인데 벌써 여름이라니,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일찍 가버린 봄이 아쉬울 법도 하다.

짧았던 봄날이지만 해남의 봄은 결코 짧지 않았다. 올해 1분기 해남의 주요 관광지 14곳을 찾은 방문객을 분석해보니 약 37만명 다녀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5만명 정도였는데 2.5배 정도 증가한 셈이다. 본격적인 봄 나들이철이 시작된 4월 이후 통계가 합산되지 않은 결과이다 보니 상반기 결과가 나와보아야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증가율이 상당한 수준까지 오르지 않을까 기대가 되고 있다.

조짐은 산이면 보해매원에서 열린 매화축제에서부터 감지됐다. 겨울부터 시작된 미세먼지가 3월 들어 더욱 심해진 상황이었지만 축제 기간 뿐 아니라 농원이 개방되는 한달내내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3년여만에 개최된 축제인 만큼 준비과정에 대한 걱정도 많았고, 본격적인 축제가 시작되기 며칠전에는 꽃샘추위까지 겹쳐 성공을 장담하기가 쉽지 않았다. 결과는 5만여명. 매화축제가 시작된 이래 가장 많은 인파였다고 한다. 전국에서 가장 넓다는 14만평의 매화농원이 좁다싶게 가족단위 방문객이 줄을 이어졌다.

3월의 마지막 날 이어 열린 달마고도 걷기 축제 또한 만만치 않았다. 지난 가을에 한차례 달마고도를 찾았던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봄의 달마고도를 즐기기 위한 상춘객들로 땅끝마을 아름다운 절 미황사와 달마산이 들썩였다. 고즈넉한 달마산을 사랑하는 지역민들 사이에서는 길 훼손을 막기 위해 입산제한이라도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흘러나올 지경이었다.

4월에 열린 흑석산 철쭉제와 황산 연호 보리축제도 마찬가지였다. 마을 주민들이 준비한 작은 축제였는데도 불구하고, 소박한 해남의 진면목을 보여주며 호평을 받았다. 5월 어린이날 연휴때도 관광지와 음식점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호황을 이뤘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해남이 과거 한때 남도 관광 1번지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 땅끝마을이라는 전국 유일의 브랜드 덕분이었다. 그러나 해남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땅끝의 이미지는 해남관광의 원동력도 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새로운 매력을 찾는데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에 빠지게 했다. 오랫동안 굳어진 땅끝의 이미지에 안주하면서 줄어드는 관광객들의 숫자가 이를 증명했다.

지난해 민선 7기가 출범하면서 해남관광의 체질을 개선하기 위해‘체류하는 문화관광’을 군정 방침의 하나로 정했다. 조직개편을 통해 관광과를 신설, 관광산업의 체질을 바꿔보자는 시도가 시작됐다. 그리고 1년여가 흐른 지금 조금씩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해남을 여행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SNS 등을 통해 실시간 해남의 가장 핫한 곳을 찾아볼 수 있다. 여행작가들과 함께 팸투어도 갖고, 홈쇼핑을 통한 해남 여행상품도 팔아봤다. 모든 축제와 행사는 민간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제 하반기에는 해남의 관광이 본격적으로 나래를 펼 예정이다. 전남도 대표축제로 격상된 명량대첩축제를 대신할 지역 축제가 새롭게 열린다. 쌀과 고구마, 배추, 김 등 해남이 가진 가장 우수한 자원인 농수산물을 활용한 먹거리 축제와 여름철 음악축제를 구상하고 있다. 땅끝에는 세계의 땅끝을 형상화한 공원이 들어선다. 세계적인 땅끝으로의 리빌딩이다. 해남에 오는 관광객들은 반드시 하루 정도 묵어갈 수 있도록 야간 체류형 관광지‘빛의 숲’도 조성한다.

여기에 2020년 목포~보성간 철도사업의 완공되어 해남역이 신설되고, 더 나아가 국도 77호선 화원~압해간 연결도로가 개설되면 해남은 그야말로 남해안 관광벨트의 핵심축이 될 것이다.

짧았던 봄이 갔지만 해남 관광의 봄날은 이제 시작이다. 두근두근, 다가올 해남의 변화에 마음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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